[딥파이낸셜] 美 국채 담보로 엔화 방어, 금리 차이에 커지는 개입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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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국채 활용해 엔화 가치 하락 억제 튀르키예 KKM, 환율 위험 정부로 이전 금리 격차 지속에 이자·재정 부담 가중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31%로 치솟아 2007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일본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고, 미국도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환율 방어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금리 차이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장 개입만으로 환율의 흐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금융시장에서 ‘결국 시장이 이긴다’라는 격언이 오랫동안 통용돼 온 것도 정책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수는 있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앞서 경험한 사례가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2021~2023년 금리를 올리는 대신 금융공학적 수단을 동원해 환율을 방어했고,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완화했다. 그러나 환율 위험이 정부로 넘어가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고 결국 정책을 되돌리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뒤따랐다. 현재 미·일이 활용하는 수단은 당시 튀르키예와 다르지만, 금리 차이를 그대로 둔 채 금융 수단으로 환율을 방어할 경우 그 비용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튀르키예의 경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 고수한 튀르키예
2021~2023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동안 튀르키예중앙은행(CBRT)은 반대로 기준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당시 튀르키예 정부는 높은 금리가 물가를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9~2021년에는 이 같은 정책 기조를 따르지 않은 중앙은행 총재 3명이 잇따라 해임됐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물가상승률이 이미 19%였던 2021년 9월 시작됐다. 결과는 정부의 예상과 달랐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은 85%까지 치솟았고 기준금리 인하에도 장기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정책 방향을 되돌리는 대신 환율보호예금(KKM)을 도입해 리라화 자금 이탈을 막는 쪽을 택했다. KKM은 리라화 예금금리보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 하락률이 높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다. 이는 리라화 가치가 떨어져도 예금자가 환차손을 입지 않도록 보장하는 방식이다. 금융 구조상 정부가 예금자에게 기준금리를 행사가격으로 하는 달러 콜옵션을 무료로 제공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KKM 도입 이후 리라화 예금의 이탈이 줄고 환율도 일시적으로 안정됐다. KKM 잔액은 2023년 중반 약 1,400억 달러(약 187조원)로 불어나 GDP의 약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리라화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예금자 대신 정부가 떠안으면서 환율 위험이 민간에서 정부로 옮겨갔다.
부담이 쌓이면서 2023년 중반 중앙은행의 순외환 포지션과 KKM 관련 부채를 합친 규모는 약 2,000억 달러(약 268조원)로 GDP의 15%를 넘어섰다. 정부의 보증 능력에 대한 불안으로 예금자들이 자금을 인출하면 리라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고, 정부의 보전액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같은 잠재적 부담은 금융시장에도 반영됐다. 당시 튀르키예의 정부부채 비율은 비교적 낮았지만 위험 프리미엄은 비슷한 신흥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시장이 현재의 정부부채뿐 아니라 KKM을 통해 향후 발생할 재정 부담까지 위험 요인으로 평가한 결과다. 결국 2023년 선거 이후 출범한 새 경제팀은 기준금리를 8.5%에서 50%까지 인상했고, 지난해 8월 23일 KKM도 공식 종료했다. 그럼에도 올해 7월 물가상승률은 32%로 목표치인 5%를 크게 웃돌았다.

미 국채 담보로 엔화 방어 나선 미·일
미국과 일본도 직접적인 금리 조정보다 금융 수단을 활용해 엔화 약세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외국 및 국제통화당국(FIMA) 리포 기구’를 활용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을 마련했다. 일본은행이 뉴욕연방준비은행 계좌에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린 뒤 시장에서 엔화를 매입하는 구조다.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5월 말 기준 1조1,400억 달러(약 1,528조원)에 이르며, 골드만삭스는 이 장치를 전면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약 1조 달러(약 1,340조원)의 외화자산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방식은 일본과 미국이 당장 큰 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엔화 약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일본은행이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국가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진다. 관련 지출은 이미 2026회계연도 일반회계 총지출의 25.6%를 차지한다. 반대로 일본이 보유 미 국채를 직접 매각해 엔화를 사들이면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은 일본이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국채 금리가 평균 0.57%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과 추가 공동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준에 FIMA 차입 한도 확대를 요청했다. 다만 FIMA 차입이 늘어나면 연준이 공급하는 자금 규모도 함께 커져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일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엔화 방어를 위한 자금 공급까지 확대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FIMA를 활용하더라도 엔화 방어에 필요한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 만기는 하루 또는 7일에 불과하며 만기 때마다 차입을 연장하면 현재 3.75%인 연준의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이자가 붙는다. 일본이 하루 차입 한도인 600억 달러(약 80조원)를 빌려 같은 규모를 1년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자비용은 약 22억5,000만 달러(약 3조원)에 이른다. 미 국채 매각을 피하면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차입을 거듭할수록 이자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외환시장 개입에도 다시 약세로 돌아선 엔화
지난 7월 31일 미국과 일본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 엔화 매입에 나섰다. 개입 직후 달러·엔 환율은 162.80엔에서 며칠 만에 155엔 안팎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이 한 달 동안 약 870억 달러(약 116조원)를 투입했음에도 8월 말 환율은 다시 160엔 부근까지 올라섰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같은 기간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였다.
엔화 방어가 이어지는 동안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도 겹쳤다. 우선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1.63달러까지 올랐고 대규모 감세에 따른 미국의 재정 부담도 확대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으로 2034년까지 연방정부 세입이 4조5,000억 달러(약 6,034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미 국채 수요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유가와 재정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를 둘러싼 부담도 커졌다. 이어 지난 8월 28일 잭슨홀(Jackson Hole) 심포지엄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하루 만에 약 35%에서 60%로 높아졌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도 160.21엔으로 돌아갔다. 7월 공동개입으로 나타났던 엔화 강세가 한 달 만에 대부분 되돌려진 셈이다.
높아지는 국채 이자 부담과 정책 비용
환율 방어와 별개로 미국의 재정 부담은 국채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금융·은행그룹 ING는 GDP의 6%에 육박하는 재정적자 등을 반영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적정 수준을 4.75%로 추산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의 순이자 지출은 1조390억 달러(약 1,393조원)로 재량적 국방지출보다 1,540억 달러(약 206조원)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장기국채의 회당 바이백(국채 매입) 한도를 20억 달러(약 2조원)에서 최소 40억 달러(약 5조원)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이후 30년물 국채 금리는 5.34%에서 5.19%로 일시 하락했지만,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바이백 규모는 제한적이다. 미국 국채시장 규모는 32조2,000억 달러(약 4경3,173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20년물과 30년물 국채 잔액만 5조5,000억 달러(약 7,374조원)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바이백으로 낮아졌던 금리가 다음 날 대부분 반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JP모건은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려 할 경우, 정책 신뢰가 약해져 장기채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금리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흐름은 튀르키예가 앞서 겪은 상황과 맞닿아 있다. KKM은 리라화 이탈을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보증 비용은 계속 늘어 2023년 350억 달러(약 46조원)에 이르렀다. 이후 튀르키예는 리라화 투자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2024년 해외 투자자에게 25%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해야 했다. 이는 당장의 시장 충격을 줄이더라도 금리와 환율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비용이 다른 형태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과 미국의 후속 대응으로 향하고 있다. 8월 말 금리스와프 시장에는 9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85% 반영됐다. 금리를 올리면 엔화 약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일본 정부의 국가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은 한층 무거워진다. 미국에서는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추가 확대와 FIMA 차입 한도 상향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결국 외환시장 개입과 FIMA는 금리 차이에서 비롯된 환율 압력을 없애기보다 그 영향을 늦추는 수단에 가깝다. 미·일의 대응이 장기화할수록 환율 방어의 효과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게 될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inancial Engineering Versus Interest Rates: Turkey's Lesson on the Washington-Tokyo Allia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