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선진국보다 비싼 신흥국 기업 자금조달, 국내 장기자금 확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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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국채금리로 커지는 신흥국 기업의 차입 부담 환율 위험 낮추는 자국통화 조달 확대 국내 장기자금 확충과 자본시장 개방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흥국 기업은 재무상태가 양호하더라도 선진국 기업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기업의 신용도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경제·금융 여건까지 차입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2015~2024년 138개국 5만개 기업의 채권 발행 33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저·중소득국 기업의 실질 차입비용은 고소득국 기업 대비 약 2%포인트 높았다. 기업이 속한 국가에 따라 추가되는 이른바 ‘국가 프리미엄’이다. 이 같은 금리 격차에는 국채금리와 국내 자본시장 규모, 시중 자금 사정, 채권 유동성, 기업정보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가운데 국채금리는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을수록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기업 차입비용의 출발점
기업의 차입비용을 좌우하는 국가 요인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것은 국채금리다.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 등이 더해져 회사채 금리가 형성된다. 실제 저·중소득국에서 국채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회사채 금리는 약 76bp, 해외 발행 회사채 금리는 약 46b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국채금리가 높은 국가에서는 재무상태가 양호한 기업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투자자가 기업 실적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물가와 환율, 정책 불확실성, 채권시장 유동성 등을 함께 따져 투자 수익률을 정하기 때문이다. 국채시장이 불안정하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리는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차이는 2024년 국채시장에서도 뚜렷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신규 자국통화 표시 국채 실질금리는 4%에 육박했고, 저소득국에서는 7%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약 2%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달러 표시 국채에서도 신흥국의 조달금리는 2020년 약 4%에서 2024년 6% 이상으로 올랐으며 신용도가 낮은 일부 국가에서는 8%를 웃돌았다.
정부의 높은 조달금리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채금리 상승이 은행 대출과 회사채 금리에 반영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설비투자와 고용에 쓸 여력은 줄어든다. 여기에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규모도 상당해 금리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4년 말 기준 2027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 국채는 약 4조5,000억 달러(약 6,046조원)로 관련 국채 잔액의 40%에 육박했다. 저소득국과 신용위험이 높은 국가에서는 절반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기존 국채를 현재의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 정부의 이자비용이 늘면서 다른 분야에 투입할 재정 여력도 축소된다. 정부의 차환 부담 증가는 민간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도 부담을 준다. 정부가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들이면 시중 자금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국채로 이동하고 기업은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차입비용이 늘어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세까지 약해지면 정부의 재정 여건도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국통화 조달의 안정성
높은 차입비용에도 신흥국 기업들은 해외시장보다 자국통화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크게 늘려왔다. 저·중소득국 회사채 가운데 자국통화 표시 채권 비중은 1990년대 30% 미만에서 2024년 약 90%까지 높아졌다. 이는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국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기업의 매출과 부채를 같은 통화로 맞출 수 있어 자국통화 가치가 떨어져도 달러 표시 부채처럼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성에는 높은 금리가 뒤따른다. 2015~2024년 저·중소득국과 고소득국의 실질금리 격차는 자국통화 표시 회사채가 약 2.5%포인트로 달러 표시 회사채의 약 1.5%포인트보다 컸다. 국내 채권시장은 투자자와 자금 규모가 작고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소·신생기업이나 처음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에는 국내시장이 현실적인 선택지다. 국내 은행과 펀드는 해외 투자자보다 기업의 거래처와 자산, 경영 상황은 물론 자국 산업에 대한 정보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신용도를 파악하기 쉽고 심사와 정보 확인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이러한 장점은 달러 강세로 해외 자금 공급이 줄어들 때 더욱 커진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에 따르면 달러 강세로 달러 대출이 감소할 경우 자국통화 대출이 부족한 자금을 일부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에는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환율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덜 민감한 자국통화 조달이 외화 차입보다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해외 자금조달의 비용과 위험
반면 해외 채권시장은 국내시장보다 풍부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시장 진입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도 많다. 해외 투자자는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재무제표와 경영 실적, 지배구조, 발행 규모, 법률 서류 등을 면밀히 살피며 공인된 신용등급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정보 격차는 금리 차이로 이어진다. 저·중소득국의 비상장기업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받는 금리는 상장기업 대비 약 84bp 높았다. 투자자가 기업의 신용위험을 판단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모채권도 국내에서는 투자자가 발행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낮은 유동성과 까다로운 심사로 조달비용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게다가 해외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변화에 따른 부담도 커진다.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저·중소득국 기업의 해외 발행 회사채 금리는 약 47bp 상승한 반면 국내 발행 회사채는 약 10bp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외화 부채가 많을수록 환율 변동에 따른 부담도 가중된다. 2024년 소규모 신흥국은 국채의 약 40%가 외화 표시 부채였으며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신흥국 전체에서는 약 20%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의 약 6%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자국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경우 낮은 금리로 빌렸더라도 외화 부채의 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자본 확충과 시장 개방
해외 자금조달이 금리와 환율 변화에 취약한 만큼 기업의 차입 부담을 낮추려면 국내 장기자금 기반을 넓혀야 한다. 연기금과 보험사, 투자펀드 등의 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되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면서 금리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저·중소득국 30개국의 민간 연금제도 개편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개편 전후 모두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실질금리는 약 150bp 하락했다. 특히 연기금이 국채 이외의 증권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었던 국가에서는 금리가 약 60bp 더 떨어졌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는 기업 투자 증가와도 맞물렸다. 지난해 약 8만개 기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저·중소득국의 주식·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2000~2022년 두 배로 늘었다. 1990~2022년 순발행 규모는 4조 달러(약 5,374조원)에 달했다. 자금을 조달한 첫해 고정자산 투자는 저소득국 기업에서 16%, 중소득국 기업에서 8%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에 장기자금이 쌓이더라도 기업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연기금 자산 대부분이 국채에 묶여 있거나 회사채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나기 어렵다. 이에 금융당국은 감독 체계를 유지하면서 연기금과 보험사가 민간 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고 정부는 주요 만기별 국채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시장에서 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내 자본시장을 충분히 갖춘 뒤에는 해외자본을 활용해 자금 공급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2000~2021년 금융시장 개방 사례 24건을 분석한 결과, 개방 전후 모두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실질금리는 약 120bp 하락했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낮은 개발도상국 47개국에 같은 효과를 적용하면 지난 10년간 약 780억 달러(약 104조원)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해외자본이 빠져나갈 경우 충격이 커질 수 있어 안정적인 경제정책과 금융제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국내 투자자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
결국 신흥국 기업의 차입비용을 낮추려면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부터 강화해야 한다. 안정적인 국채시장과 충분한 장기 투자자금이 뒷받침돼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해외자본도 보다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의 정보 공개를 강화해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낮추면 국가 여건에 따른 추가 금융비용도 완화된다. 이러한 여건을 꾸준히 개선해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국가 차원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orrowing Costs in Emerging Markets: The Country Premiu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