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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내수 키우려는 중국, 불안정 고용에 막힌 소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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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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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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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고용 여건에 내수 확대 제약
농민공 감소·고령화와 사회보장 한계 
청년 취업난 심화로 고용 안정 과제 부상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 소비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가계의 고용과 소득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신고용형태연구센터(China New Employment Forms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정규직 상시 고용에서 제외된 비정규·유연 근로자는 지난해 2억8,000만 명에서 올해 3억2,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중국 도시 전체 근로자의 약 44%로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이 같은 고용 구조는 최근 기술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저임금과 유연한 고용을 활용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반면 노동자의 소득 안정과 사회보장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면서 과거 생산과 수출을 뒷받침했던 노동 구조가 이제는 소비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중국 성장 이면의 숨은 보조금

중국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인 농민공(農民工)은 산업과 건설업을 떠받쳐온 핵심 노동력이다. 케임브리지 산업혁신정책(Cambridge Industrial Innovation Policy)은 지난해 농민공을 3억100만 명으로 추산했으며, 농업 종사자와 함께 중국 저생산성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경제 성장에 기여한 규모와 달리 이들이 누리는 사회보장은 도시 주민에 비해 제한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1950년대 도입된 호구(戶口)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농민공은 상하이나 선전 등 대도시에서 수십 년간 공장과 도로, 주택을 건설하며 산업화를 뒷받침했지만, 호구상 농촌 주민으로 분류됐다. 이에 주거와 의료, 자녀 교육 등에 필요한 비용 상당 부분을 노동자와 가족이 직접 부담했고 기업은 그만큼 낮은 노동비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역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중국 제조업에 일종의 '숨은 보조금'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처럼 농민공에게 집중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연금과 의료 혜택을 확대하고 2010년 '사회보험법'을 마련했다. 2024년 7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기본 공공서비스 제공 기준을 출신지가 아닌 실제 거주지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으며, 올해 5월에는 도시 호구가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고용된 주민에게 교육과 주거 지원, 사회보장을 제공하도록 지방정부에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운데 세수 부족과 재정난이 이어지면서 실제 시행 수준은 지역별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주: 중국 농민공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소비 중심 경제를 뒷받침할 노동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달라진 2세대 농민공

제도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민공의 세대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1980년 이후 태어난 2세대 농민공은 부모 세대보다 교육 수준과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도시 호구를 원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 근무제'에서 벗어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있다.

문제는 높아진 기대에 비해 노동시장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당수 2세대 농민공은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불안정 고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거 고속 성장기에는 다음 세대가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실제 노동시장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고용 문제는 중국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용 불안과 소비 전환

농민공을 둘러싼 고용 불안은 사회적 갈등을 넘어 중국의 성장 전략에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4.3%로 2022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과 첨단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국내 소비와 투자, 고용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경제 부문별 격차가 커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온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 소비를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제15차 5개년 계획과 함께 처음으로 소비 확대를 위한 별도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내수 확대를 뒷받침할 주요 노동층의 고용과 소득 여건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농민공 증가율은 0.5%로 10년 전 1.3%를 밑돌았고, 평균 연령은 2015년 38.6세에서 지난해 43.3세로 높아졌다. 산업 현장의 농민공도 감소세를 보였다. 생산성이 전체 평균의 세 배를 넘는 건설업에서는 지난 10년간 1,700만 명이 줄었으며 제조업에 종사하는 농민공은 지난해 8,5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40만 명 감소했다.

산업별 고용 흐름도 엇갈린다. 건설업에서는 인력이 줄고 서비스업은 노동력을 흡수하고 있지만, 생산성 개선은 제한적이다. 제조업에서는 자동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면서 농민공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근로자 고령화와 취약한 사회보장까지 겹치면서 농민공의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7조 위안(약 1,404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6대 네트워크'(六張網: 수도망, 신형 전력망,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 차세대 통신망, 도시 지하 관로망, 물류망) 인프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건설업 고용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공식 고용정책에서는 건설업을 핵심 일자리 공급원보다 새로운 고용 기회를 발굴하는 분야로 접근하고 있어 실제 고용 확대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주: 중국 도시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안정적인 일자리 없이 일하고 있으며 성수기 제조업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력을 쓰는 유연 고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플랫폼 노동 규제와 사회보장 한계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이 내수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부각되자, 중국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도 나섰다. 올해 4월 26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배달원과 차량호출 플랫폼 운전기사, 라이브방송 콘텐츠 제작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신고용집단 서비스 및 관리 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에 앞서 일부 플랫폼 기업도 노동자 지원에 나섰다. 디디(DiDi)는 올해 2월 운전기사 지원금으로 11억 위안(약 2,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징둥닷컴(JD.com)은 지난해 3월부터 전업 배달원에게 사회보험과 주거 관련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2022년 2,990만 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 시범사업은 올해 7월 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보호 조치는 플랫폼 노동자와 농민공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2019년 자사 배달원의 77%가 농촌 출신이라고 밝혔으며, 공식 통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고용에 종사하는 인원이 약 8,400만 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농민공에게 이와 같은 근무형태는 자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 호구 제도로 안정적인 일자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제한된 선택지에 가깝다. 여기에 플랫폼 알고리즘이 노동시간과 소득을 좌우하면서 고용 불안도 커지는 구조다. 그럼에도 올해 4월 발표된 정책에는 표준화된 근로계약이나 노동시간 상한, 알고리즘 투명성, 완전한 사회보장 적용 의무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이 수익성과 고용에 급격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사회보장 가입이 자율에 머무르는 한 상당수 불안정 노동자는 안전망 밖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 취업난과 노동시장 이탈

불안정 고용의 영향은 농민공을 넘어 청년층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는 1,27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50만 명 증가했으며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실업률은 올해 7월 17.9%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년 연장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장벽까지 겹치면서 신규 인력을 받아들일 노동시장의 여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대학 졸업자까지 배달이나 차량호출 플랫폼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나려는 청년층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겠다는 의미의 '탕핑(躺平·드러눕기)'과 아예 경쟁 자체를 포기한다는 뜻의 '바이란(擺爛·될 대로 되라)'이 대표적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진 현실과 노력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존의 경쟁 중심 노동문화에서 거리를 두려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결국 중국이 내수 소비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면 불안정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호구제도 개선과 플랫폼 노동 규제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는 노동자의 소득 안정과 사회보장 확대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중국이 저임금과 유연한 고용을 통해 생산비용을 낮춰온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ecarious Work In China And The Dilemma Of Consump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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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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