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은행 규제 틈새서 커진 사모대출, 유럽 금융권 ‘숨은 위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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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기업 자금조달 경로 다변화 유럽서 대체금융 확산·거래 구조 복잡화 정보 공백과 잠재 위험에 감독 강화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란은행(BOE)에 따르면 영국 기업대출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간 48%에서 29%로 낮아졌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선진국 비금융기업의 은행대출 대비 사모대출 비중은 2012년 5%에서 2023년 12%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가 자리한다.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규제와 감독이 강화되면서 은행의 기업대출 여력이 줄어든 사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은 사모대출이 새로운 자금 공급처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은행과 사모대출 운용사 간 거래까지 늘면서 금융당국의 관심도 양측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위험을 공유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규제 공백 속 사모대출 성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을 도입해 대형은행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규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위기를 촉발하거나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충격을 확산시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반면 사모펀드와 사모대출펀드는 주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은행의 기업대출이 위축되는 사이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 세계 사모대출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조 달러(약 2,686조원)까지 커졌으며, 업계에서는 2030년 4조~5조 달러(약 5,373조~6,71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러한 시장 확대에는 투자자와 기업 양측의 수요가 맞물렸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높은 수익을 위해 사모대출펀드로 자금을 옮겼고, 중견기업들은 은행을 대신할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모대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럽 사모대출시장 확대
이 같은 변화는 은행 중심의 기업금융 구조를 유지해 온 유럽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바젤 규제로 은행의 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대상을 선별하는 동시에 사모대출 운용사와 위험을 나누는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출 포트폴리오를 사모대출 운용사에 넘기거나 '포워드 플로(forward flow)' 계약을 맺고 부실대출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럽 사모대출시장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도 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물론 영국과 노르웨이, 스위스도 서로 다른 법률과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유럽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 최근 발간된 유럽 사모대출 법률 가이드가 14개 관할권을 별도로 다룬 것도 이 같은 시장 구조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면 충분한 운용 규모뿐 아니라 각국의 법률과 시장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은행과 사모자본의 연결 구조
은행과 사모대출 운용사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거래 구조도 한층 복잡해졌다. 이탈리아중앙은행 분석에 따르면 은행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에 직접 대출하거나, 사모투자기구와 특수목적기구(SPV)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모자본시장에 참여한다. 기업에 직접 대출할 경우 표준방법에 따른 위험가중치는 100%에 이르지만, 사모투자기구에 자금을 공급하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로 자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특수목적기구에 대출하거나 주택담보대출 채권 일부를 매입할 때는 초과담보와 높은 변제순위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최대 20%까지 내려간다.
이처럼 거래 방식은 다양하지만 감독당국이 파악한 직접 익스포저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다. 유로존 은행의 관련 익스포저는 약 600억~700억 유로(약 93조~109조원)로 전체 자산의 0.2% 수준이며, 일부 대형은행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은행과 사모대출펀드 또는 사모펀드가 같은 기업에 함께 자금을 공급하는 경우가 반영되지 않는다. 은행이 대출자산을 장부에 남겨둔 채 신용위험만 비은행 금융회사에 넘기는 합성위험이전(SRT)도 마찬가지다. 이에 실제 연결 규모와 위험 집중도는 공식 통계에 드러난 수준보다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모대출 감독체계 정비
이러한 구조는 현재의 금융 위험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 투자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남유럽과 아일랜드에서는 과도한 국가부채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위험이 비교적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었고, 관련 금융기관과 정부도 일정 수준의 감독을 받고 있어 위기가 확산된 뒤 정부가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특정 금융상품보다 사모대출시장 전반에 걸쳐 형성된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기업까지 사모대출을 이용하는 가운데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돼 금융회사 간 위험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안정위원회(FSB)와 유럽중앙은행(ECB)도 개별 익스포저 규모보다 금융중개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는 레버리지를 주요 취약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기업대출에서 은행 비중이 줄고 사모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은 자금조달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권에 집중됐던 기업금융이 비은행 부문으로 넓어지면서 금융시스템의 위험 구조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특히 국가마다 법률과 규제가 다른 유럽에서는 관련 자료를 같은 기준으로 수집하기 쉽지 않아 시장 전반의 위험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유럽 차원에서 사모대출의 정의를 통일하고 사모대출펀드와 자금을 조달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를 토대로 각국 감독당국의 정보 공유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시장 내 연결 관계가 충격이 발생한 뒤에야 드러날 경우 정책 대응도 늦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따라서 현재의 과제는 은행과 사모대출의 연결 관계를 사전에 파악해 위험이 커지기 전에 포착할 수 있는 감독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ivate Credit's Quiet Takeover of Europe's Bank-Dependent Lending Marke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