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메리트 줄고 규제·생산성 장벽까지" 베트남서 발 빼는 쉬인, 공급망 재편 실패가 IPO 부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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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쉬인, 베트남 대형 물류 거점 임대 면적 축소 美 소액 면세 폐지·관세율 조정으로 메리트 감소, 생산 기반도 한계 명확 홍콩 IPO 앞두고 실적 대폭 둔화, 기업가치 '곤두박질'

중국 패스트 패션기업 쉬인(Shein)이 베트남 물류 허브 축소에 나섰다.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되고 대(對)중국·대베트남 관세 격차가 줄어들며 거점을 유지할 유인이 약화한 가운데, 현지의 낮은 생산 효율·규제 강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재편 전략에서 힘이 빠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흐름은 쉬인의 수익성 악화 및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홍콩 기업공개(IPO)를 목전에 둔 쉬인은 명확한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베트남 시장서 힘 빼는 쉬인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시장에 정통한 6명의 소식통을 인용, 쉬인이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조성한 대규모 물류 허브를 대폭 축소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쉬인은 지난해 초 해당 지역에 15헥타르(ha) 규모의 보세 물류 허브 임대를 시작한 바 있다. 이는 축구장 21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베트남 내 동종 시설 중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현재 이 허브의 임대 면적은 6㏊로 줄었고, 가동 중인 부지는 기존 계획의 3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지난달 말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허브에는 소수의 직원과 트럭 몇 대뿐이었다고 전했다.
쉬인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으로는 미국의 소액 면세(데 미니미스) 폐지가 지목됐다. 데 미니미스는 800달러(약 120만원) 이하 수입품에 한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쉬인은 이를 활용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저가 의류를 미국 소비자에게 개별 소포로 직배송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중국·홍콩발(發)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없애면서, 쉬인의 상품에도 관세와 통관 비용이 붙기 시작했다. 과거와 같은 초저가 직배송 모델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후 같은 해 7월에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면세 혜택이 폐지되며 해외 물류·생산 기지를 운영할 유인까지 약해졌다.
中-베트남, 미국發 관세 격차 줄어
미국 관세 정책의 변화 역시 쉬인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같은 해 4월 재차 대중국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당시 일부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추가 관세율은 14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쉬인이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 생산 기지가 베트남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쉬인은 당시 주요 중국 공급 업체들에 베트남에 생산 시설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산 완제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것보다 베트남 현지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편이 관세 리스크 상쇄에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통상 정책 방향이 달라지면서 이러한 이점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중국산 제품에 매겨진 고율 관세가 일부분 완화된 데다, 베트남산 제품 역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며 양국 간 관세 비용 격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관세율 차이가 생산 기지 이전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면, 쉬인으로서는 굳이 베트남으로 생산 라인을 옮길 유인이 부족하다"며 "설비 투자와 물류비 지출, 공급망 효율 저하 등으로 인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현지 공급망 조성에도 차질
베트남 현지 생산 기반 역시 중국만큼 탄탄하지 못했다. 로이터가 취재한 쉬인의 중국 공급업체 소식통들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쉬인이 원하는 저임금·장시간 근무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단순한 인건비 문제를 넘어 쉬인의 사업 모델 유지력 자체를 뒤흔드는 변수다. 쉬인은 수백만 가지의 의류를 우선 소량 생산한 뒤, 수억 명 쇼핑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인기 제품을 신속히 추가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생산량을 하루 단위로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숙련 인력과 촘촘한 협력업체망이 필수적인 구조다.
하지만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했던 쉬인 납품 의류업체들은 인력 및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이미 상당수가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쉬인 납품 공장이 밀집한 광저우 판위구의 한 공장 관리인은 로이터에 "(베트남 공장의) 효율이 떨어져 중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는 수천 개의 원단·재단·봉제·포장 공장이 모인 판위구를 중심으로 즉각 주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베트남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구축돼 온 이 같은 생태계를 단기간에 재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1. 쉬인이 직면한 베트남 시장 리스크
| 리스크 | 주요 내용 |
|---|---|
| 관세 |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하로 메리트 축소, 우회수출 판정 시 추가 관세 부담 |
| 비용 | 공장 이전에 따른 설비 투자·물류비 증가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 |
| 인력 | 저임금 노동력, 생산량을 빠르게 조절할 숙련 인력 확보 차질 |
| 공급망 | 원단·재단·봉제·포장 업체가 밀집한 중국 수준의 생산 생태계 구축 어려움 |
| 생산 효율 | 주문에 즉각 대응하는 소량 생산·신속 운송 모델의 운영 효율 저하 |
| 정부 규제 | 현지 법인·대리인 지정과 사업 등록, 소비자 보호 등 규제 의무 강화 |
베트남 정부, 쉬인과 정면충돌
베트남 정부의 규제 압박 역시 쉬인의 행정·법률상 부담을 가중한 요인으로 꼽힌다. 쉬인은 2022년 현지 전자상거래 사업 등록을 마치지 않은 채 베트남 소비자를 상대로 상품을 판매해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2024년 10월 쉬인, 테무 등 해외 플랫폼이 정식 등록 없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소비자들에게 등록이 확인되지 않은 플랫폼과의 거래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쉬인에 월말까지 사업 등록을 완료하도록 요구하면서, 불응할 경우 앱과 인터넷 도메인을 차단할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쉬인은 결국 기한 내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2024년 12월 5일부터 베트남 내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쉬인 웹사이트에는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산업무역부와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안내가 게시됐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미등록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 거점까지 감시·단속 대상으로 삼는 등 관련 제재 강도를 한층 높였다. 지난해에는 독립적인 전자상거래법을 제정하며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사업 형태에 따라 베트남 내 법인을 설립하거나 공식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의무화하고, 판매자 정보 관리·소비자 보호·거래 기록 보관 등 안전장치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이 법은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더해 베트남 정부는 올해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핵심 감독 대상으로 규정하며 세금, 상품 관리, 위조품 단속, 거래 데이터 등을 활용한 관리·감독까지 본격화했다.
IPO 코앞인데 실적 '비상'
누적되는 글로벌 시장 리스크 속 쉬인의 실적은 나날이 악화하는 추세다. 쉬인이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쉬인의 순손실은 9,900만 달러(약 1,400억원)를 기록했다. 2024년 34억 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8,200억원)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8.7%에서 4.9%로 미끄러졌다. 이러한 흐름은 IPO를 앞둔 쉬인에 있어 치명적 악재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달 쉬인의 홍콩 상장 신청을 승인한 상태다. 뉴욕과 런던 증시 상장에 잇따라 실패했던 쉬인이 약 4년 간의 시도 끝에 홍콩에서 IPO를 추진하게 된 셈이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9일이다.
문제는 쉬인의 기업가치가 과거 대비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쉬인의 자문사들이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300억 달러(약 42조4,000억원)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1,000억 달러(약 141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쉬인의 기업가치를 200억 달러대 중후반(약 35조~40조원) 선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둔화한 성장세와 강화된 통상·규제 환경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