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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독자 개발 여객기 첫 국제노선 운항, ‘보잉·에어버스’ 양강 체제 흔들기엔 ‘서방인증·기술자립’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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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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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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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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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여객기 앞세워 항공 패권 경쟁 가세
엔진·항공전자장비, 여전히 서방 기술 종속
기술 자립까지 수십 년 장기전 불가피

중국이 자체 개발한 여객기를 국제선 운항에 처음으로 투입했다.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 여객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데, 정작 C919는 미국과 유럽의 형식증명을 확보하지 못했고, 엔진과 항공전자장비 등 주요 부품도 서방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엔진 국산화에는 설계·제작 역량과 운항기록을 통한 안전성·내구성 검증이 요구돼, 중국 항공굴기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C919 국제선 데뷔

1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중국상업항공기공사(Comac·코맥)가 제작한 C919 여객기는 지난 12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을 출발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즈 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운항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앞으로 이 노선을 매일 한 차례 왕복 운항할 예정이다. 에어차이나는 지금껏 이 노선에 미국 보잉 737 MAX 8 기종을 투입해 왔다.

C919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첫 중형 여객기로, 보잉의 737과 유럽 에어버스의 A320을 겨냥해 개발됐다. 2022년 12월 중국동방항공에 처음으로 인도됐고 이듬해 5월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 6월까지 모두 40대가 인도됐으며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이 25개 도시를 연결하는 58개 노선에서 C919를 운항하고 있다. 누적 승객은 이달 기준 750만 명으로, 지난 5월 누적 수송객 500만 명을 돌파한 뒤 약 석 달 만에 250만 명이 추가됐다.

중국 3대 국유 항공사가 운항망을 넓히면서 C919는 운항 실적을 빠르게 쌓고 있다. 국유 항공사의 수요는 생산라인을 떠받쳤고, 국내선 운항은 조종사 훈련과 정비 경험, 기체 운용자료 축적으로 이어졌다. 내수 운항만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해외 인증과 독자 엔진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토대가 됐다. C919는 2024년 싱가포르에어쇼에서 해외 에어쇼 비행을 선보였고, 지난해 1월부터 상하이~홍콩 정기편에도 배치됐다. 이번 몽골행은 중국 특별행정구를 벗어나 다른 주권국가로 향한 첫 정기 여객편이라는 점에서 중국 항공산업의 정치적 상징성을 키웠다.

선진국 진출 막은 ‘인증 공백’

첫 국제선 목적지로 몽골이 선택된 데는 운항 거리와 규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베이징과 울란바토르의 거리는 약 1,200㎞다. C919 기본형의 항속거리인 4,075㎞ 대비 30% 수준이며 비행시간은 두 시간 안팎이다. 기존 중국국제항공 노선을 활용할 수 있고 정비·부품·지상조업 부담도 통제하기 쉬워 첫 해외 운항지로 택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또한 몽골은 중국과 항공·외교 관계가 긴밀한 인접국이다. 중국 민용항공국(CAAC)이 발급한 형식증명을 토대로 몽골 당국의 운항 승인을 확보할 수 있다.

C919는 아직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형식증명을 확보하지 못해 선진국 시장 진출이 차단돼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브루나이 갤럽에어 등과 30대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실질적인 상업 운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많은 국가가 자국 항공사가 운항하는 여객기에 EASA나 FAA의 감항인증을 요구하고 있어 중국 이외 지역으로 판매를 확대하려면 이들 기관의 인증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평가다.

설계부터 정비까지 송곳 검증

인증 지연의 원인은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기체 설계와 시스템 통합에서 추가 보완이 요구됐을 가능성, 핵심 부품·소프트웨어의 기술 사용권과 지식재산권(IP)을 소명해야 하는 부담, 시험비행과 실운항 자료의 부족이다. 서방 당국은 설계부터 부품, 소프트웨어, 제작 품질, 정비 체계까지 전 과정을 다시 검증하며, 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항목은 추가 시험과 설계 변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플로리앙 기예르메 EASA 사무총장은 지난해 4월 프랑스 산업 전문지 뤼진누벨(L'Usine Nouvelle)과의 인터뷰에서 C919의 유럽 인증에 3~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확보한 누적 탑승객 750만 명은 상업 운항 실적에 해당하며, 서방 당국이 요구하는 형식증명 절차를 대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CAAC 인증을 수용하는 국가부터 국제 운항망을 넓히는 방식을 택했고, 몽골행은 이런 규제 경로를 활용한 첫 사례가 됐다.

C919 해외 진출의 좁은 문

이 같은 우회 진출에는 미국·유럽 중심의 민항기 질서를 흔들려는 중국의 장기 구상도 깔려 있다. 세계 민간 여객기 시장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으며, FAA와 EASA의 형식증명은 항공기 수출과 국제선 운항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엔진과 항공전자장비, 비행제어시스템부터 정비·리스·보험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도 서방의 인증체계를 축으로 구축돼 있다.

이 같은 산업 구도에서 C919의 해외 판로는 두 기관의 인증 확보 여부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승인을 확보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 접근이 가능해지며, 자체 심사 역량이 제한적인 신흥국의 승인 부담도 줄어든다. 항공사와 리스사, 보험사는 기체 안전성과 운용 안정성, 잔존가치를 평가할 때 서방 인증을 주요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인증이 지연될 경우 코맥의 수출 대상은 CAAC 형식증명을 인정하거나 개별 운항 승인을 내주는 국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국은 몽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우호국에서 운항 실적을 쌓아 인증 심사에 활용할 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노선에서 축적된 자료는 기체 결함 발생률과 부품 수명, 정비 주기, 기후별 운항 안정성을 입증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수출국에 정비 거점과 예비부품 공급망을 마련하고 조종사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남은 EASA 심사 과정에서 신뢰도 높은 해외 운항자료와 현지 지원망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C919의 판로 확대를 좌우할 전망이다.

자료: 중국상업항공기공사(COMAC) 공급업체 명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919 Major Suppliers’, Airframer 항공기 공급망 데이터베이스

엔진 등 핵심 부품 해외 의존, 안전 문제도 '넘어야할 산'

다만 중국의 항공굴기를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은 엔진을 비롯한 핵심 기술의 국산화다. C919에는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인 CFM인터내셔널(CFM)이 생산하는 LEAP-1C 엔진이 탑재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집계에 따르면 C919의 주요 공급사는 미국 48곳, 유럽 26곳, 중국 14곳으로 서방 업체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허니웰과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 등 미국 항공우주 기업도 항공전자장비와 주요 시스템 공급을 맡았다.

이 같은 의존 구조의 위험은 지난해 5월 미국 정부가 LEAP-1C의 수출 허가를 일시 중단하면서 현실로 번졌다. 미국 정부가 5월 LEAP-1C 엔진의 대중 수출 허가를 중단하면서 코맥의 조립 일정이 흔들렸고, 수출은 약 두 달 뒤에야 재개됐다. 미국산 기술이 적용된 엔진과 전자장비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C919 생산을 압박하는 공급망의 급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자국산 엔진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도 이런 공급망 위험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민항기 엔진은 추력과 연비, 고온·고압 환경의 내구성, 조류 충돌과 로터 파손 때의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초정밀 기술이다. FAA의 엔진 감항기준도 조류 흡입과 로터 파손 차폐, 화재, 비행 중 재시동, 내구성 시험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재 균열이나 연소 제어 오류가 엔진 정지와 화재, 기체 손상으로 번질 수 있어 허용되는 오차 범위도 극히 좁다. 생산설비와 인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검증 기간을 압축하기 어려운 분야다.

중국은 중국항공엔진그룹이 개발 중인 CJ-1000A로 LEAP-1C를 대체할 계획이지만, 해당 엔진은 아직 시험 단계다. CFM은 1974년 설립 이후 CFM56과 LEAP 계열에서 2024년 기준 13억 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축적했다. LEAP도 기존 CFM56에서 쌓은 설계·정비 경험을 토대로 8년간 개발한 끝에 2016년 상용화됐다. CFM이 반세기 동안 확보한 운항 신뢰도를 감안하면, 중국이 서방 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입증하는 데도 수십 년의 검증 과정이 요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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