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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노동의 종말] 신입 업무 사라지고 ‘초인 노동’ 프리미엄 확대, 고용시장 양극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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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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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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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초급 업무 흡수, 청년층 경력 진입로 축소
숙련자는 산업 지식·검증 능력 결합해 생산성 견인
인원 중심 인사체계 퇴조, 개인별 성과 평가 확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경력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자료 조사와 초급 코딩 등 사회 초년생이 담당해온 업무를 AI가 흡수하면서 청년층은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고 있지만, 숙련자는 AI를 능숙하게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며 여러 사람 몫을 처리하는 ‘초인 노동자(Superhuman labor)’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수 정예 인력이 대규모 조직의 산출량을 따라잡자 기업도 사람 수보다 개인별 처리 속도와 결과물의 품질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AI가 직원별 역량 차이를 수치로 보여주면서 채용과 배치, 승진과 보상을 결정하는 기준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신입부터 끊긴 채용

1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의 ‘AI와 신입 일자리의 미래(AI and the Future of Entry-Level Work)’에 따르면, 최근 미국·영국·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청년층에 대한 채용 문턱이 급격히 높아졌다. AI를 도입한 기업들이 기존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하기보다 신입·인턴 채용부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 초급 코딩, 행정 업무처럼 신입 사원이 경험을 쌓아온 기초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경력자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청년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 자체를 잃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에서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AI 도입이 활발한 직종에서 22~25살 고용이 16% 감소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AI가 제조·서비스업의 노동 수요를 줄이면서 청년 고용난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콜센터·데이터 입력 등 업무대행(BPO)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의 위험이 크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대표적인 업무대행 거점국인 필리핀에서 해당산업 노동력의 36%가 AI의 영향을 받으며 단순 서비스직의 일자리 증발 위험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코니 바유단다쿠이쿠이 필리핀개발연구원(PIDS) 박사도 “AI는 선진국에서는 고령화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지만, 청년층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노동력 과잉을 심화할 수 있다”며 “일자리 자체를 줄여 청년들을 생산성이 낮은 국내 일자리나 해외 이주 노동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근로소득 280억 달러 증발

이 같은 신입 채용 감소는 청년의 경력 형성 경로를 함께 끊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첫 직장은 업무의 기초를 익히고 조직의 관행과 고객 대응 방식을 체득하는 훈련장 역할을 해왔다. 보고서 작성과 자료 분석, 초급 코딩을 반복하며 쌓은 경험은 중간관리자와 숙련 노동자로 성장하는 밑천이 됐다. 하지만 AI가 이 과정을 흡수하자 기업은 교육 비용이 드는 신입 채용을 줄이고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기업은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장기화할수록 소득과 승진, 직업 안정성에서 발생한 초기 격차도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될 가능성이 커진다.

AI 확산에 따른 불안은 재직자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까지 파고들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앤트로픽의 AI 사용 자료와 미국 노동통계국(BLS) 통계를 토대로 321개 직군을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023년 이후 비노출 직군보다 6.7%포인트 낮았다. 저소득 직군에서는 격차가 10.7%포인트로 확대됐다. 고용 규모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생산성 향상분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미국 근로자 약 580만 명의 노동소득이 연간 최소 280억 달러(약 40조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표1. 기업의 AI 도입을 겨냥한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 실태

구분주요 조사 결과비율배경·저항 방식
전체 지식노동자회사의 AI 도입을 의도적으로 방해29%AI 확산에 따른 임금 압박과 일자리 상실 우려
Z세대회사의 AI 도입을 의도적으로 방해44%높은 AI 활용 역량과 강한 도입 저항이 동시에 표출
방해 행위 경험자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 표출30%고용 대체 가능성을 AI 도입 방해의 원인으로 지목
기밀 유출승인받지 않은 외부 AI 도구에 회사 내부 정보 입력정보보안 및 규정 위반 위험 확대
내부 규정 우회의무화된 사내 AI 프로그램 사용 거부기업 차원의 AI 전환과 업무 표준화 저해
성능 훼손AI 성능이 낮아 보이도록 저품질 결과물 제출생산성 개선 효과와 AI 투자 실효성 약화
자료: 라이터(Writer)·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Workplace Intelligence), 미국·유럽 지식노동자 2,400명 조사 결과

AI 공포가 부른 ‘디지털 러다이트’

임금 압박과 일자리 상실에 대한 공포는 회사의 AI 전략을 고의로 방해하는 ‘디지털 러다이트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기업용 AI 업체 라이터(Writer)와 직장문화 연구기관 워크플레이스 인텔리전스가 미국과 유럽의 지식노동자 2,4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가 회사의 AI 도입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Z세대(젠지·Gen Z, 1997~2012년생)의 방해 경험은 44%에 달했다. AI 활용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도입 저항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세대별 기술 수용성에 대한 기존 통념도 흔들렸다.

저항 방식은 기밀 유출과 내부 규정 우회, 의도적인 성능 훼손으로 이어졌다. 일부 직원은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외부 AI 도구에 내부 정보를 입력하거나 의무화된 사내 프로그램의 사용을 거부했다. AI 시스템의 성능이 떨어져 보이도록 저품질 결과물을 제출한 사례도 확인됐다. 기업이 기대한 생산성 향상을 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훼손하며 AI 투자의 실효성까지 낮춘 것이다. 방해 행위를 인정한 응답자의 30%는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유로 꼽았다. 산업혁명기 노동자가 방직기계를 부쉈다면, AI 시대의 직장인은 데이터와 산출물의 품질을 훼손하며 저항에 나선 셈이다.

AI 숙련도가 몸값 결정

이 같은 저항의 배경에는 AI가 만들어낸 극단적인 생산성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AI 활용에 능숙한 소수 인력이 여러 사람 몫을 처리하면서 기업은 인력 규모보다 개인별 산출량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과 AI 운용 능력을 결합해 한 사람이 여러 직군의 업무를 수행하는 초인 노동이 등장한 영향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연구진이 프록터앤드갬블(P&G) 임직원 7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AI를 활용한 개인이 AI를 사용하지 않은 2인 팀과 맞먹는 성과를 냈다. 직원 수가 많을수록 처리 역량이 커진다는 기존 공식도 흔들렸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성과는 사용자의 업무 전문성과 검증 능력에 따라 크게 갈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I를 사용한 참가자는 모델의 처리 능력 안에 있는 18개 과제를 12.2% 더 많이 끝냈고, 작업 속도는 25.1% 빨라졌다. 복합적인 경영 판단이 필요한 과제에서는 정답을 낼 확률이 19%포인트 낮아졌다. AI가 제시한 그럴듯한 오답을 걸러내지 못한 과신이 성과를 깎은 것이다. 이처럼 모델의 한계를 판단하고 사용을 멈출 수 있는 업무 전문성이 직원 간 생산성 격차를 벌렸다.

기업은 이렇게 확인된 개인별 격차를 인사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센터 직원의 작업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생산성 하위 직원을 해고 대상으로 분류하고, 우버와 리프트에서는 알고리즘이 기사별 배차와 수입, 계정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사무직에서도 AI 활용 능력이 평가 항목으로 편입되는 추세다. JP모건체이스는 내부 대시보드에 직원별 AI 도구 사용량을 기록하고 이용자를 ‘적극 사용자’와 ‘저빈도 사용자’, ‘미사용자’로 분류하고 있다. 메타는 개발자별 AI 보조 코드 작성 비중과 도구 활용률을 업무 목표로 제시했으며, 구글도 일부 개발자에게 AI 도구 사용을 직무상 요구사항으로 부과했다. 직원이 AI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 업무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승진과 보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 자료로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컨설팅 업계 수익모델도 파열음

AI를 활용한 소수 인력이 과거 수십 명이 맡던 업무를 처리하면서, 대규모 인력 투입을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컨설팅 업계의 수익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컨설팅 업계는 그동안 프로젝트에 투입한 인원과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비용을 청구해 왔다. 대형사는 수백 명의 컨설턴트와 해외 저비용 인력을 한꺼번에 동원하며 규모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AI가 자료 조사와 분석, 코딩, 보고서 작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자 인원 수가 곧 수행 능력을 뜻하던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일례로 뉴욕의 자본시장 전문 기술 컨설팅사 28스톤 컨설팅(28Stone Consulting)은 직원이 230명에 불과해 과거 300~400명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번번이 밀렸다. 고객들은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인력과 해외 개발센터를 갖춘 업체를 선택했다. 이제 28스톤은 AI를 활용해 요구사항 분석과 코드 작성, 테스트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면서 액센츄어와 같은 대형 컨설팅사와 경쟁할 수 있는 수행 능력을 확보했다. 프로젝트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이 투입 인원에서 납품 속도와 산출량으로 바뀐 영향이다. 현재 28스톤은 산업별 전문가가 AI의 작업을 검증하고 테스트와 현장 배포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대형 금융회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AI가 컨설팅 업무에 필요한 인원과 시간을 줄이면서 사람 수를 전제로 짜던 가격표도 바뀌고 있다. AI를 활용해 같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끝내면 고객에게 청구 가능한 시간(billable hours)도 감소한다. 생산성을 높일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계산법이다. 고객들은 비용 절감액과 매출 증가율, 업무 처리시간 단축폭을 계약서에 넣고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수수료를 정하기 시작했다.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고,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이다. 맥킨지는 현재 전 세계 수임료의 25%를 이런 성과연동형 계약에서 거두고 있다. BCG도 대형 AI 프로젝트의 4분의 3에 변동 수수료를 적용한다. AI 도입으로 프로젝트 견적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계약 시점도 늦어지고 있다. 늦게 계약해도 개발 기간이 짧아져 당초 예정된 완료 시점을 맞출 수 있고, 비용은 기존 견적의 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익 모델이 달라지자 컨설팅사가 찾는 인재도 달라졌다. 고객이 요구한 비용 절감과 업무시간 단축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려면 데이터과학자와 엔지니어, 머신러닝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딜로이트·EY·KPMG·PwC의 영어권 채용공고 5만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AI 역량을 요구한 공고 비중은 2022년 2% 미만에서 2025년 7% 수준으로 4배 가까이 높아졌다. 감사 인력 채용공고는 3%에 못 미쳤다. 폴 그릭스 PwC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컨설턴트와 회계사 채용 규모가 2년 전 수준을 밑돌았으며 데이터과학자와 엔지니어, 머신러닝 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BCG도 지난해 AI 엔지니어와 데이터과학자, IT 설계 전문가를 채용했고, 직원 약 4,000명을 고급 코딩과 자동화 업무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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