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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생산성 높은 일본 중소기업, 왜 성장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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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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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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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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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성장 가로막는 자본 조달 제약 
M&A 통한 자본 확대로 투자·생산성 개선 
사업 승계 활성화와 성장자본 시장 확대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 감소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생산성 향상이 주요 경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3분의 2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개선 없이는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에 머물며, 2023년 시간당 생산액도 56.80달러(약 7만8,800원)로 미국의 97.70달러(약 13만5,600원)의 58%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이러한 격차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인 중소기업의 경쟁력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 단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서 생산성 개선에도 제약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성장 둔화와 자원 재배분 부상

2000년대 일본의 생산성 향상은 주로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공정 개선, 비용 절감에 힘입었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노동과 자본이 이동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자원 재배분 효과’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대기업의 생산성 개선이 둔화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동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디지털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았던 대기업의 생산성 증가세가 약해진 반면,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과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개별 대기업의 자체적인 생산성 개선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노동과 자본이 이동하는 자원 재배분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좌우하는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됐고 지난해 기업 파산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만261건에 달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코로나19 대응 저금리 대출 종료와 후계자 부재가 겹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인력과 자본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성장뿐 아니라 존속에도 어려움을 겪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자본 조달 격차가 중소기업 성장 제약

특히 중소기업의 규모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자금 조달 구조의 한계가 지목된다. 지난해 3월 기준 중소기업의 약 45%가 공적 신용보증이 적용된 대출을 이용했다. 공적 신용보증 규모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5.3%에 달했고 공공기관의 직접대출 역시 GDP의 4.2% 수준이었다. 이러한 공적 신용보증은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지만, 민간은행의 기업별 성장성과 위험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 대출을 보완할 벤처캐피털(VC) 시장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다.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후기 단계 벤처투자 시장이 작아 유망 기업이 충분한 규모로 성장하기 전에 상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 대신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도 다음 성장 단계에 필요한 국내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투자를 미루기도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작은 규모와 낮은 생산성을 경영 역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자본 접근성의 차이가 기업 성장과 생산성을 함께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러한 자본 제약의 영향은 인수합병(M&A) 이후 나타나는 기업의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을 인수한 기업은 합병 이후 자본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금 부족으로 제한됐던 설비와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냈다. 합병기업의 노동생산성도 합병 전보다 10~20% 높은 수준을 이후 수년간 유지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뒷받침한다.

주: 합병 이후 직원 1인당 자본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M&A와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 재편

자본을 확보한 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오히려 시장에서 사라지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서 파산이나 강제 폐업으로 퇴출된 기업은 예상대로 생산성이 낮았지만, 합병으로 사라진 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은 같은 업종의 생존 기업보다 6~8% 높았다. 일본의 기업 퇴출이 전체 생산성을 낮추는 효과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처럼 생산성 높은 기업의 합병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 높은 기업의 합병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고령화에 따른 사업 승계 문제가 자리한다. 2024년 조사에서 일본 기업의 절반 이상은 후계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7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 약 127만 명이 후계자 없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일본 전체 기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국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650만 개의 일자리와 22조 엔(약 192조원) 규모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24년에는 수익을 내고도 문을 닫은 기업이 6만9,000곳을 넘어섰다. 이른바 ‘흑자 폐업(黒字廃業)’으로 경영 상태가 양호해도 사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따라서 사업 승계 문제는 단순한 기업 존속을 넘어 생산성 높은 기업과 일자리를 유지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후계자가 없는 기업이 M&A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 일본의 생산성 하락을 초래한 기업 퇴출 효과에서 합병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성장 지원과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중소기업 정책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단순한 생존 지원에서 벗어나 성장과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OECD가 기업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한 광범위한 공적 신용보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사업 승계를 위한 M&A의 문턱을 낮추는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사업 승계와 연계한 M&A 지원과 기업 매각을 선택한 경영자에 대한 세제 혜택, 중소·중견기업 인수 심사 간소화 등을 통해 소유권 이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국내 VC와 성장자본 시장을 확대하면 유망 기업이 조기 상장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여지도 커진다. 비상장 중소기업 인수가 증가하는 만큼 거래 과정에서 경영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지침을 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일본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은 개별 기업의 경영 역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고 후계자가 없는 기업은 M&A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적 신용보증에 의존한 금융 지원을 개선하는 동시에 VC와 성장자본 시장, 사업 승계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존을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성장과 사업 재편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y Japan Keeps Productive Small Firms Smal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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