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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가격 경쟁력은 이미 입증” 유럽 눈높이 맞추는 K-방산, 마지막 퍼즐은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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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1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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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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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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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양산 속도·비용 우위, 글로벌 발주처 신뢰 확보
고객국 요구 반영해 기존 플랫폼 재구성 본격화
기술 완성도 입증 여부가 장기 사업 성패 판가름

가격과 납기를 앞세워 몸집을 키운 K-방산이 무인화와 통합 방공, 현지 맞춤형 개발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Arion-SMET) 양산과 대드론형 레드백 공개는 기존 플랫폼을 해외 고객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재구성하는 수출 전략을 보여준다. K-방산의 양산 능력과 비용 경쟁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인됐다. 다음 승부처는 기술력이다. 무인체계와 다층방공 기술이 실제 운용 과정에서 검증돼야 유럽과 중동의 장기 사업에서도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 지상 무인체계 확대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 군이 도입하는 첫 다목적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의 양산계약에 따른 생산체계 구축 계획과 지상방산 무인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아리온스멧은 지난 4일 방위사업청과 양산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육군과 해병대 보병부대에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생산은 다연장 유도미사일 천무, 천궁-II 등이 생산되는 창원 사업장에서 진행된다.

한화에어로는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 구조물, 배터리, 항법장치, 라이다, 원격통제 관련 부품 등을 공급하는 40여 개 협력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주요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차량 국산화율은 98% 이상이다. 무인지상차량(UGV) 라인업도 확대한다. 한화에어로는 아리온스멧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소형·중형·대형으로 이어지는 UGV 공통 플랫폼 6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0톤(t) 미만 소형 다목적무인차량과 20t 미만 중형급 궤도형 로봇전투차량(T-RCV), 30t급 대형 무인전투차량(H-UGV) 등이 대표적이다.

40mm 대드론 레드백, 나토 방공망 정조준

기존 유인 장갑차의 수출형 개량도 병행한다. 한화에어로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베드퍼드셔주 밀브룩에서 열린 방산차량동역학박람회(DVD 2026)에서 록히드마틴 영국(UK) 법인과 공동 개발한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IFV) 신규 모델을 공개했다.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레드백 차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증을 획득한 CTA 인터내셔널의 40mm 기관포와 록히드마틴 UK의 스카이키퍼 지휘통제체계를 결합한 모델이다. 보병 지원과 대무인항공기체계(C-UAS)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며, 범용 차량 아키텍처(GVA)를 적용해 향후 신규 기술과 기능도 신속하게 추가할 수 있다.

기존 K-방산 수출이 국내 완성품 위주였다면, 이번 모델은 나토 회원국이 선호하는 중구경 무기체계인 40mm 기관포를 기존 차체 수정 없이 신속하게 결합해 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역 플랫폼을 고객 요구에 맞춰 얼마나 빠르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한화에어로가 강조해 온 '맞춤형 플랫폼' 전략의 실증이라 할 만하다. 또한 이미 나토 인증을 마친 40mm 무기체계와 호주 사업으로 검증된 레드백 차체를 결합함으로써, 구매국 입장에서는 개발 리스크와 도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韓 ‘L-SAM’, 스위스 차세대 방공사업 주요 후보군 진입

현시점 K-방산의 공략 대상은 유럽 장거리 방공시장이다. 앞서 스위스는 2022년 미국산 패트리엇 5개 화력단위를 주문해 2027~2028년 인도받을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공급 시점이 2032년 이후로 늦춰졌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납기와 비용이 확정될 때까지 관련 대금 지급을 보류하는 한편, 제2 장거리 지상방공체계 도입 절차에 착수했다. 한국·프랑스·독일·이스라엘이 정보요청서(RFI)에 회신한 가운데, 국내외 방산업계에서는 한국의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프랑스·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SAMP/T NG를 주요 후보로 꼽고 있다.

패트리엇이 하층 종말단계 방어에 강점을 지녔다면, L-SAM은 40㎞ 이상 상층에서 탄도미사일을 직접 충돌 방식으로 요격해 방어망을 보강한다. 대탄도탄유도탄(ABM)과 대항공기유도탄(AAM)을 함께 운용할 수 있어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위협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SAMP/T NG는 유럽 내 생산 기반과 주변국 방공망과의 상호운용성을 앞세우고 있으며, 스위스 정부도 유럽에서 생산되는 체계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측도 가격과 납기 경쟁력에 현지 생산, 탄약 비축, 유지·보수·정비(MRO), 교육훈련을 결합한 사업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지 무기체계 결합 역량이 방공 분야로 이어질 경우 유럽의 산업 참여 요구에도 한층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표1. 2027년도 국방예산 증액과 첨단 전력 투자 방향

구분주요 내용기대 효과
국방예산전년 대비 8.2% 증가한 73조2,777억원 편성, 2007년 이후 최대 증액률첨단 무기체계 개발·양산 기반 강화
방위력 개선방위력개선비 22조7,112억원 편성, 장거리 L-SAM과 중고도정찰용 무인항공기 전력화 약 1년 단축방공·정찰 역량 조기 확보
KF-21 양산양산 예산 1조4,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확대국산 전투기 생산 안정성과 운용 실적 확보
경계 무인화일반전초(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 개량과 무인지상감시센서 도입감시 공백 축소와 지상 전력 무인화 촉진
산업 기반안정적인 국내 발주를 통한 양산시설 유지와 신기술 실증 자료 축적해외 수주 시 개발 위험과 도입 비용 절감 근거 확보
자료: 국방부 ‘2027년도 국방예산 정부안’

‘가격·납기’ 다음은 기술력

유럽 시장에서 최종 승부를 가를 변수는 기술력이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한 전력 보강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한국 방산업계의 양산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나토는 지난해 개정한 방산생산 행동계획에서 상호운용성과 군수품 표준화, 신기술의 신속한 도입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공동설계와 공동개발, 공동생산, 공동유지 체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현지생산 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지휘통제와 무인화, 다층방공 등 첨단 기술까지 확보해야 유럽의 장기 사업을 따낼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의 국방비 증액은 기술 고도화를 뒷받침할 기반이다. 2027년도 국방예산 정부안은 올해보다 8.2% 증가한 73조2,777억원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증액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22조7,112억원을 방위력개선비로 편성하고 장거리 L-SAM과 중고도정찰용 무인항공기의 전력화 시기를 1년가량 앞당겼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 예산도 1조4,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일반전초(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 개량과 무인지상감시센서 도입에도 재원이 투입된다. 안정적인 국내 발주가 이어지면 기업은 양산시설을 유지하면서 신기술의 운용 실적과 신뢰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군 운용을 통해 축적한 실증 자료는 해외 수주전에서 개발 위험과 도입 비용을 낮추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중동 방공망도 파고든 K-방산, 유럽 실적이 신뢰 뒷받침

유럽에서 쌓은 수주 실적은 중동 시장 확대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중동은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산 무기체계의 비중이 높았으며, 대형 무기 도입 과정에서 운용 실적과 군수지원 능력, 공급국과의 안보관계를 함께 따지는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워 중동 시장에 진입했지만 유럽 주요국에서 축적한 실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를 잇달아 채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산 무기를 나토 회원국이 대규모로 도입해 운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동 발주처의 신뢰를 높이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방공 분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천궁-II 다기능레이다를 앞세워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조3,000억원,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2,000억원, 지난해 이라크에서 8,6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따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천궁-II 요격탄 가격이 발당 110만 달러(약 15억2,200만원)로 미국산 패트리엇 PAC-3의 370만 달러(약 51억2,300만원)보다 낮고, 이란 전쟁에서 96%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은 지난 15일 UAE 국영 방산업체 에지그룹과 통합대공망 구축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도 체결했다. 미사일과 레이다 공급으로 시작한 중동 사업이 탐지·지휘통제·요격체계를 연결하는 통합 방공망 구축으로 넓어진 셈이다. 유럽에서는 지상무기와 방공체계 수주가 이어지고, 중동에서는 실전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사업이 열리면서 양대 시장을 함께 공략할 기반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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