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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막으려다 공급망 흔들" 외국산 전력 장비 규제 나선 美, 현지 생산 한계에 산업계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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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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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외국산 전력 장비 수입·설치 장벽 높여
美 현지 에너지 개발사, 자체 공급망 취약성에 '곤혹'
글로벌 공급망 파고든 中, 대규모 추가 투자까지 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전력망 장비에 대한 규제 장벽을 높였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변압기·인버터·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핵심 전력 설비의 수입·설치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국이 자체 역량만으로 관련 공급망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이 핵심 전력 장비 수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 등 여타 국가에 의존 중인 탓이다.

美, 전력 장비 규제 강화

16일(이하 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미국 청정에너지 개발사들이 장비 발주를 잇달아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421호 ‘미국 벌크 전력 시스템 보호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Declaring a National Emergency to Secure the United States Bulk-Power System)’의 여파다. 해당 행정명령은 외국산 대형 전력 장비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외국산 전력망 장비가 국가안보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 구매,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 대상에는 대형 변압기와 발전기, 고압 차단기, 인버터, BESS 등 주요 전력 설비와 장비 제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펌웨어, 원격 접속 기능 등이 포함된다. 미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의 제재·무기 금수 대상국과 연계된 기업의 장비가 전력망 교란, 원격 조작, 공급 차질 위험 등을 키운다고 판단될 시 관련 거래를 금지할 수 있으며, 이미 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장비에도 보안 강화, 접속 제한, 교체·철거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에너지부는 행정명령 서명 이후 120일 안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 기준 및 허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자체 조달 능력 '역부족'

미국 현지 에너지 개발사들은 정부 규제발(發) 불확실성 속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에너지부가 세부 시행 기준을 내놓기 전에는 어떤 제조사와 장비가 금지 대상에 포함될지, 이미 계약을 체결했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에 어느 수준까지 규제가 적용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에 계약한 장비가 사업 도중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개발사는 공급업체를 재선정하고 설계 변경·장비 교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공급망 대체 난도 역시 높다. 미국의 자체 생산 역량만으로는 관련 장비 수요를 단기간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력·신재생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와 미 비영리 에너지 싱크탱크인 로키마운틴연구소(RMI)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생산으로 충당된 대형 전력용 변압기 수요는 약 20%에 불과했다. 배전용 변압기 역시 자국 생산 비중이 약 50% 수준이었으며, 최근 10년간 미국 상업·산업용 및 유틸리티급 태양광 사업에 공급된 약 200기가와트(GW) 규모 인버터 중에서도 90% 이상이 수입산이었다. BESS도 단기간 내 자급이 어려운 품목으로 꼽힌다.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미국 유틸리티급 BESS에 사용된 배터리 셀의 대부분이 수입산이었으며, 미국 내 배터리 셀 생산 능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관련 수요는 약 6%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표1. 미국 전력망 생태계의 대중국 의존도

품목중국산 의존 비중
유틸리티급 BESS 배터리 셀2024년 미국 시장 공급분 사실상 전량
리튬이온 BESS 완제품2024년 미국 수입량의 69%
리튬이온 배터리2026년 2분기 미국 전체 수입량의 66.5%
태양광 인버터최근 10년간 미국 공급량 200GW 중 70GW 이상
저전압 변압기2024년 미국 수입량의 54%
고전압 변압기2020년 3%에서 2024년 10%로 상승
자료: 미국 의회조사국, 우드맥킨지, S&P 글로벌,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

中 제품의 공급망 영향력

이 같은 미국 자체 공급망의 공백 중 상당 부분은 중국을 통해 메워져 왔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유틸리티급 BESS에 투입된 배터리 셀은 사실상 전량 중국산이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집계에서도 같은 해 미국이 수입한 리튬이온 BESS 완제품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6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분기 미국의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량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66.5%로 한국(9.9%), 일본(7.1%) 등을 크게 웃돌았다.

인버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존재감은 막대하다. 최근 10년간 미국 상업·산업용 및 유틸리티급 태양광 시장에 공급된 인버터 200GW 중 중국에 본사를 둔 업체가 공급한 물량만 70GW를 상회할 정도다. 변압기 및 기타 전력 변환 장비 부문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이 수입한 저전압 변압기의 54%가 중국산이었으며, 고전압 변압기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3%에서 2024년 10%로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압도적'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기준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BESS에 주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우 2024년 전 세계 생산의 98%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의 존재감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드맥킨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BESS 시스템 통합 시장 내 중국계 기업의 점유율은 76%로 확인됐다. 시스템 통합은 배터리 셀과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제어장치 등을 하나의 설비로 구성해 공급하는 단계다.

인버터 시장의 집중도 역시 높다. 2024년 전 세계 태양광 인버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589교류 기준 기가와트(GWac)로 집계됐는데, 이 중 글로벌 상위 1·2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선그로우가 각각 176GWac, 148GWac를 출하했다.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두 곳의 선두 기업이 점유한 셈이다. 이들 두 업체를 제외하면 개별 인버터 업체 중 글로벌 점유율이 5%를 넘는 곳은 전무했다.

中 정부, 공격적 투자 기조 유지

향후 이 같은 중국의 공급망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전력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영 전력 기업 국가전망공사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 고정자산 투자에 최대 4조 위안(약 83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 대비 약 40% 늘어난 수준이다. 여기에 국가전망공사 이외 사업자까지 포함하면 투자 규모는 더 커진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향후 5년간 전국 전력망 고정자산 투자가 5조 위안(약 1,0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으며, 에너지 핵심 프로젝트 및 관련 신산업에 투입되는 자금은 총 20조 위안(약 4,13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급증이 지목된다. N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태양광 318GW, 풍력 120GW 등 총 430GW가 넘는 풍력·태양광 설비를 새로 설치했다. 이는 전체 신규 발전 설비의 약 80%를 웃도는 규모다. 이처럼 기상 조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풍력·태양광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발전량 변동을 흡수할 저장 설비와 계통 조정 능력의 확충이 요구된다. 여기에 발전 지역과 전력 소비 지역의 괴리 역시 대규모 송전망 투자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네이멍구·신장·간쑤 등 중국 북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이른바 ‘삼북(三北)’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제조업·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는 동부 연안과 주요 도시권에 몰린 상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신규 초고압(UHV) 직류 송전망 15개를 추가할 방침이며, 국가전망공사도 장거리 송전 능력을 제14차 5개년 계획 말보다 30%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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