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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제번스 역설로 본 AI 노동시장, 기술적 노출보다 경제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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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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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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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경제적 타당성이 핵심
비용 하락으로 서비스 수요·고용 확대 가능 
노동시장 전망, 실제 경제성 중심 접근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는 업무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업무 현장의 AI 도입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가 기술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도 비용 대비 생산성이 충분해야 기업의 도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독일 근로자 9,835명을 분석한 결과, 직업별 AI 노출도만 반영한 모형은 실제 도입률 차이의 약 25%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 반면 근로자 임금 대비 AI 사용 비용과 생산성까지 반영하면 설명력은 60% 가까이 높아졌다. 이와 같이 기업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성과와 AI 시스템의 성능, 각각에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유리한지 판단한다. 결국 AI 도입과 고용 변화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은 비용과 생산성이며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비교우위’와 ‘제번스 역설’이다.

비교우위가 좌우하는 AI 도입

비교우위는 절대적인 업무 능력보다 상대적인 비용과 생산성을 따지는 개념이다. AI 시대에는 사람과 자동화 시스템 가운데 같은 비용으로 어느 쪽이 더 높은 성과를 내는지가 기업의 선택을 좌우한다. 이때 기업은 라이선스와 컴퓨팅 비용부터 시스템 통합, 보안, 개인정보 보호, 사람의 감독에 필요한 비용까지 함께 계산한다. AI의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도입과 운영 비용이 높으면 사람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 독일 연구에서는 전체 고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직종에서 AI 노출도와 비교우위 지표가 엇갈렸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도 근로자의 임금이 창출 가치에 비해 낮거나 AI 도입 비용이 높으면 사람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의 컴퓨터비전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컴퓨터비전으로 기술적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 가운데 현재 비용으로 자동화할 경제성이 있는 부분은 관련 임금의 23%에 그쳤다. 미국 비농업 부문 전체 임금에서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는 약 1.6%를 차지했지만 경제성이 있는 업무는 약 0.4%에 머물렀다. AI의 기술적 능력이 실제 자동화 범위보다 훨씬 넓은 셈이다. 여기에 기업 규모도 도입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대기업은 개발과 보안, 시스템 통합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대규모 거래에 분산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특히 직원이 하루 몇 분만 처리하는 업무라면 AI가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도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AI는 업무량이 많고 작업 과정이 일정해 도입 비용을 낮추기 쉬운 기업과 분야부터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주: 비용과 근로자 특성을 반영하면 모형의 설명력은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제번스 역설

AI 도입 이후에는 비용 절감에 따른 고용 변화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생산성이 높아져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면, 필요한 노동시간은 줄지만 수요가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서비스 규모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효율성 향상으로 가격이 하락한 뒤 수요가 늘어 전체 사용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제번스 역설’이라고 한다.

콜센터 산업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AI로 상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면 기업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객을 응대하고 서비스 지역과 상담 채널도 확대하게 된다. 실제 대화형 AI가 빠르게 발전한 2016~2025년 필리핀의 콜센터 고용은 매년 증가해 200만 명에 근접했다. 이는 AI가 직접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높은 기술적 노출도가 곧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AI와 사람이 업무를 나눠 맡는 방식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AI가 초안 작성과 고객 이력 요약, 해결책 제안을 맡으면 상담원은 예외 상황과 고객 불만 등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담 비용이 낮아지고 서비스 수요가 충분히 늘면 AI로 줄어든 노동시간의 일부를 새로운 수요가 흡수하게 된다.

주: 미국 근로자 대부분은 대기업에 고용돼 있어 AI 도입에 따른 고정비용 부담을 분산하기 쉽다.

수요 확대가 좌우하는 고용 효과

이러한 변화는 콜센터 외의 다양한 서비스업에서도 나타난다. AI로 비용이 낮아지면 기존에는 수익성이 낮았던 고객과 시장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힐 여지가 생긴다. 소규모 법률회사가 더 많은 사건을 맡거나 컨설팅기업이 소규모 고객사까지 확보하고 고객지원 부서가 새로운 언어나 상담 채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AI로 줄어든 노동시간을 이러한 신규 수요가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고용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수요 증가가 노동시간 감소분을 항상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이미 포화됐거나 AI가 업무 대부분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한다면, 인력 대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려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변화와 새로운 서비스 창출 가능성, 실제 비용 절감 폭을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까지는 AI가 이러한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고용 구조를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AI의 실물경제 효과가 일부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생산성과 노동시장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약 49만 건의 기업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AI 관련 생산성 언급의 약 95%가 앞으로 나타날 효과를 다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AI를 둘러싼 기업의 기대가 실제 비용 절감과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지표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판단이 관건

그럼에도 AI 활용 자체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미국 기업 가운데 AI를 업무에 활용한 비율은 약 18%였지만, 근로자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41%에 이르렀다. 독일 연구에서도 사용과 시스템 통합 비용이 낮아지면 근로자의 AI 활용률이 3년 안에 44%에서 약 8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기업은 AI 도입에 앞서 업무 한 건당 총비용과 관리시간, 오류 발생 가능성, 사람의 개입 정도, 시스템 전환 비용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비용 절감으로 서비스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고용 효과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같은 AI 기술이라도 이러한 조건에 따라 사람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한 업무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업무가 달라질 수 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이 반드시 먼저 대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의 비용 대비 생산성이 높으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AI 도입 비용이 낮은 업무는 기술적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아도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할 때도 모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보다 사람과 AI의 비교우위, 비용 하락에 따른 수요 변화를 함께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evons Paradox and AI Adoption: Why Comparative Advantage Matters More Than Exposur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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