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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없인 AI도 없다” 전력망 핵심 원자재 구리, 데이터센터 붐에 몸값 ‘천정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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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10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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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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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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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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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 급증, 구리 수요 폭발
신규 광산 개발 장기화로 증산 정체, 수급 불균형 심화
가격 고공행진 장기화, 세계 각국 구리 확보전 가속

과거 전통 산업용 기본 금속(비철금속)으로 분류되며 희소금속에 비해 저평가받았던 구리(Copper)의 몸값이 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건설 붐으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신규 광산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공급 확대는 더디기만 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한때 구리의 세 배에 달했던 니켈 가격도 턱밑까지 추격했다. 공급난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일본과 중국은 구리 스크랩까지 쓸어 담으며 확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리가격, 4년 동안 니켈 88% 추격

16일(이하 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는 톤당 1만4,237달러(약 1,960만원), 니켈은 1만6,130달러(약 2,220만원)에 거래됐다. 구리값이 니켈값의 88.3%까지 치고 오른 수준이다. 2022년 36.0%였던 가격 비율은 4년 만에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당시 구리와 니켈 가격은 각각 톤당 7,985달러(약 1,100만원)와 2만2,200달러(약 3,060만원)로, 두 금속의 가격 차이는 1만4,215달러(약 1,96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구리값은 2023년 8,225달러(약 1,130만원), 2024년 8,990달러(약 1,240만원), 2025년 9,823달러(약 1,350만원)를 거쳐 지난 9일 1만4,672달러(약 2,020만원)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니켈값은 2만2,200달러(약 3,060만원)에서 1만6,675달러(약 2,300만원)로 24.9% 하락했다. 이에 따라 두 금속의 가격 차이는 2,003달러(약 280만원)로 줄어 2022년 대비 85.9% 축소됐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구리 가격이 니켈 가격을 능가한 사례는 없었다. 구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첫 가격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가격 역전(Flip) 현상이 임박했다”며 “구리가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사실상의 ‘전략적 희소금속’ 지위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LFP 확산·공급과잉에 니켈 약세

두 금속의 희비를 가른 요인은 수급이다. 니켈 가격을 끌어내린 가장 큰 압력은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니켈 광산 생산량은 260만 톤으로, 세계 생산량 390만 톤의 66.7%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2.6%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세계 생산 증가율 5.1%의 두 배를 웃돈다. 중국계 자본이 현지 제련소 건설에 대거 유입된 데다 고압산침출(HPAL) 기술을 활용한 저품위 광석 가공까지 본격화하면서 공급량이 급격히 불어났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과잉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니켈 광석 생산 할당량을 지난해 3억7,900만 톤에서 2억6,000만~2억7,000만 톤으로 약 30% 낮췄다. 세계 최대 니켈 광산인 웨다베이의 할당량도 4,200만 톤에서 1,200만 톤으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나 올 1~7월 필리핀산 니켈 광석 수입량이 1,14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하면서 자국산 감산 효과는 상당 부분 희석됐다.

늘어난 니켈 공급을 흡수할 수요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니켈연구그룹(INSG) 집계에서 세계 1차 니켈 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해 온 스테인리스강 시장은 중국 경기 둔화로 부진이 이어졌다. 새로운 수요처로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가격과 안전성에서 강점을 지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면서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입지는 좁아졌다.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5.5배, 구리 확보전 격화

반면 구리는 생성형 AI 확산과 각국의 전력망 증설이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자 서버 랙과 무정전전원장치(UPS), 변압기, 비상발전기, 액체냉각 설비, 송·배전선에 필요한 구리 물량도 덩달아 불어났다. S&P 글로벌은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2년 100기가와트(GW)에서 2040년 550GW로 5.5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5%에서 2030년 1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 일본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에 집중됐던 투자 지출이 발전·송전·냉각 설비로 확산되면서 구리 시장으로 유입되는 수요도 급속히 늘었다.

이러한 전력 소비 증가는 발전소와 송·배전망 확충을 동시에 재촉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발전설비와 송·배전망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구리는 변압기와 케이블, 전력변환장치마다 빠짐없이 들어간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배전용 버스바와 케이블, UPS, 액체냉각 설비에 투입되는 구리 물량이 함께 늘어났다.

표1. 구리 수급 전망 및 공급 확대 제약 요인

구분핵심 내용
수요 증가세계 구리 수요 2025년 2,830만 톤에서 2040년 4,240만 톤으로 50% 증가
광산 생산2030년 2,58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 2,200만 톤으로 감소
공급 부족2040년 재활용 구리 비중 31%에 그치며, 검토 중인 광산 개발사업을 모두 반영해도 연간 1,010만 톤 부족
추가 공급늘어나는 수요 충족을 위해 1,400만 톤 규모의 추가 공급 능력 필요
생산 비용세계 구리 광산의 평균 광석 품위 1991년 이후 40% 하락, 기존 광산 확장사업의 단위 생산능력당 투자비 2020년 이후 65% 상승
개발 제약지난 35년간 발견된 구리 광상 가운데 최근 10년간 발견 비중 5%, 광산 발견부터 상업 생산까지 평균 17년 소요
자료: S&P 글로벌,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요 급증에도 더딘 증산, 구리 품귀 우려

이에 반해 공급 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세계 구리 수요는 2025년 2,830만 톤에서 2040년 4,240만 톤으로 50% 증가하는 반면 광산 생산량은 2030년 2,58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 2,200만 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재활용 구리가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40년 31%에 그칠 전망이다. 현재 검토되는 광산 개발사업을 모두 반영해도 같은 해 연간 공급 부족분은 1,010만 톤으로 산정됐다. S&P 글로벌은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려면 1,400만 톤 규모의 추가 공급 능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규 광산 개발과 제련소 증설에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압력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는 신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함께 늘고 있어서다. IEA에 따르면 세계 구리 광산의 평균 광석 품위는 1991년 이후 40% 낮아졌고, 기존 광산 확장사업의 단위 생산능력당 투자비는 2020년 이후 65% 상승했다. 신규 매장지 발굴도 급감해 지난 35년간 발견된 구리 광상 가운데 최근 10년 사이 확인된 비중은 5%에 불과했다. 광산 발견부터 상업 생산까지 평균 17년이 소요되는 데다 주요 개발사업의 공기 지연과 비용 초과도 잇따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석 품위 저하로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채굴·처리 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프로젝트까지 부족해 단기간 증산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구리 스크랩 쓸어 담는 日·中

장기 공급 부족 전망을 뒷받침하는 생산 감소도 올해 본격화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의 잠정 집계에서 올 상반기 세계 구리 광산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1.1% 줄었다. 습식제련(SX-EW) 생산이 4.3% 증가했으나 구리 정광 생산은 2.6% 감소해 전체 물량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같은 기간 광산 가동률도 81.0%에서 77.1%로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세계 광산 생산 전망을 기존 증가에서 보합 또는 소폭 감소로 낮추면서 2017년 이후 9년 만의 역성장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감산 압력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 집중됐다. 칠레 국가통계연구소(INE)에 따르면 7월 구리 광산 생산량은 40만3,424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9.4% 감소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7월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에스콘디다의 생산량은 8만9,400톤으로 22.1% 급감했고, 칠레 국영 광산기업 코델코의 생산량도 4.8% 줄어든 11만2,800톤에 그쳤다. 지난 7월 중순 폭우와 폭설이 광산·항만 운영을 흔든 데 이어 같은 달 말 엘테니엔테 광산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하반기 생산 회복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칠레 구리위원회는 올해 생산 전망치를 527만 톤으로 낮추고 전년 대비 2.6% 감소를 예고했다.

광산에서 시작된 공급 차질은 재활용 원료 확보 경쟁으로 번졌다. 일본철강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올 상반기 구리 스크랩 수입량은 10만6,000톤으로 사상 처음 10만 톤을 돌파했으며, 황동·청동 스크랩을 합친 물량은 13만9,000톤으로 2021년 상반기의 두 배까지 불어났다. 중국의 매입 공세도 거세다. 상하이금속시장(SMM)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구리 스크랩 수입량은 62만7,8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9.7% 증가했고, 3월 물량은 22만7,600톤으로 19.9% 뛰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에서는 저품위 스크랩을 해체·선별·제련하는 설비가 잇달아 확충됐고, 미국과 유럽은 제조업 회귀와 역내 제련 수요 증가에 맞춰 재활용 원료의 해외 유출을 줄였다. 공급자 우위가 굳어지면서 고순도 구리 스크랩 가격은 LME 3개월물의 97.5~98%까지 올랐고, 일부 거래에서는 99% 선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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