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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관객도 OTT로” 메가박스 신촌 20년 만에 철수, 넷플릭스에 넘어간 K-콘텐츠 유통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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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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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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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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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제작비 앞세운 넷플릭스, 국내 감독·제작사 흡수
완성작까지 OTT로 향하며 극장 신작 라인업 축소
티켓·매점 매출 회복 차질, 멀티플렉스 점포 정리 가속

20년간 서울 신촌 상권을 지켜온 메가박스 신촌점이 문을 닫은 데 이어 동대문점도 폐점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영화의 자금과 인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극장에 공급되는 신작이 줄었고, 이 같은 콘텐츠 공백은 관객 감소와 점포 폐점을 재촉했다. 넷플릭스는 대규모 제작비를 앞세워 감독과 제작사를 끌어들인 데 이어 신작 제작부터 해외 배급, 구작 재유통까지 장악력을 넓혔다. 완성작마저 극장을 거치지 않고 OTT로 향하자 멀티플렉스는 관객을 모을 한국영화를 확보하기 어려워졌으며, 티켓과 매점 매출을 회복할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 신작 부족과 관객 이탈, 투자 축소가 맞물리며 극장 산업의 침체도 갈수록 깊어지는 형국이다.

20년 만에 문 닫은 메가박스 신촌지점

22일 영화관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메가박스 신촌 지점은 전날부로 폐점했다. 2006년 개관한 신촌점은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로 20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동대문구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 지점도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 잇따른 지점 폐점은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있다. 지난 6월 15일 메가박스중앙을 포함한 중앙그룹 계열사 5개가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사실이 발표됐다. 같은 달 12일 JTBC가 206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여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지 3일 만에 중앙그룹의 대대적인 위기가 드러난 것이다.

메가박스중앙의 재무구조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었다.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2017~2019년(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 대비 57.3%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극장 전체 관객수 역시 1억609만명으로 2017~2019년 평균 대비 48%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건물을 임차하는 멀티플렉스 업계의 관행으로 인해, 극장 산업은 절반으로 줄어든 시장 규모에 발맞추지 못하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00억~6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534%에서 2025년 2212%까지 치솟았다. 극장 산업의 특수성(부동산에 대한 초기비용 활용 후 상영관 수입을 통한 수익 보전 방식)을 고려해도 300% 이상의 부채비율은 분명 위험 신호라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일반적으로 자회사에 재무 위기가 발생하면, 모기업이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자금을 충당해 정상화를 모색하지만, 이번엔 메가박스중앙의 지주사인 중앙홀딩스가 같은 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계열사 전반의 현금 유동성 악화가 도래했기에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메가박스·롯데시네마 합병 좌초

메가박스중앙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롯데시네마와의 합병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양사는 지난해 5월 각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을 토대로 합작법인을 세우고 공동 경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를 주관사로 선정해 최대 4,000억원의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기업결합 사전협의도 진행했다. 전국 상영망을 합쳐 중복 점포와 고정비를 줄이는 한편, 투자금을 수혈해 양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영화 산업의 장기 침체를 우려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잇달아 발을 빼면서 자금 조달이 막혔고, 외부 투자 조건과 합병 구조를 둘러싼 협상도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메가박스중앙과 모회사 콘텐트리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기업가치와 합병 비율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쳤다. 결국 양측은 세 차례가량 연장했던 MOU를 지난 6월 30일 종료하고 합병 절차를 공식 중단했다.

더욱이 롯데시네마도 메가박스를 끌어안을 만큼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운영사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순손실 896억원, 자본총계 마이너스(-) 317억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올해 3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다시 발행해 자본을 보강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79억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지만, 실적 반등이 누적된 자금 부담을 덜어낼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메가박스가 법원 관리 아래 채무조정과 점포 정리를 추진해야 하는 것과 달리 롯데시네마에는 지분 매각과 외부 투자 유치, 특화관 확대 등 여러 선택지가 남아 있다. 롯데쇼핑은 보유 중인 롯데컬처웍스 지분 86.37%의 매각을 포함한 자금 조달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영화 투자·회수 체계 흔들

업계에서는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의 뼈아픈 경영 오판이 결국 그룹의 핵심 자산인 메가박스를 통제 불능의 '자금 블랙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극장업의 쇠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도 뼈를 깎는 자체적인 체질 개선 없이 자체 생존 능력을 상실한 계열사를 연명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자본을 끌어다 쓴 '꼬리물기식' 지원이 결국 그룹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영화계에서는 사태의 원인을 홍정도 부회장 개인의 경영 실패로만 좁혀서는 한국 극장 산업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영화산업의 투자·회수 체계는 관객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먼저 흔들렸다. 극장 매출로 제작비를 회수한 뒤 부가판권 판매로 수익을 더하던 방식이 제 기능을 잃자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신규 작품에 투입하는 자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연간 40편이 넘는 한국영화를 내놓던 국내 주요 배급사들의 공급 물량이 올해 약 20편으로 감소할 것으로 업계가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당시 제작된 작품의 개봉 대기 물량까지 소진되면서 중간 규모 상업영화의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투자·배급·제작사 관계자 등 51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구매자가 줄어든 콘텐츠 시장에서 자금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일부 작품에 몰리고, 중간 규모 작품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표1. 넷플릭스 투자 확대와 국내 영화산업의 변화

구분핵심 내용영화산업 영향
넷플릭스 투자 확대2023년부터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 투자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액의 약 두 배 규모
국내 영화 투자 위축으로 발생한 제작자금 공백 보완
제작 위험 완화제작비와 일정 수익을 사전에 약정해 흥행 실패에 따른 제작사 부담 축소자금난을 겪는 감독·제작사의 OTT 이동 가속
IP 수익 제한IP와 후속 사업 권리가 플랫폼에 귀속되는 거래 구조 확산세계적 흥행에도 제작사의 추가 수익과 후속작 투자 여력 제한
투자 양극화국내 투자·배급사의 자금이 유명 감독·스타 배우 중심 대작에 집중중간 규모 상업영화와 신인 감독 작품의 투자 기회 축소
자료: 넷플릭스·영화진흥위원회

국내 자본 빠진 자리 꿰찬 넷플릭스

국내 자본이 물러난 자리는 넷플릭스가 빠르게 채웠다.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4년간 시리즈와 영화, 예능 등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집행한 누적 투자액의 약 두 배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규모다. 제작비 회수 여부를 놓고 투자자와 배급사가 위험을 나누는 극장 영화와 달리, 넷플릭스 발주 작품은 사전에 약정한 제작비와 수익을 받을 수 있어 제작사로서는 흥행 실패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감독과 제작사들이 OTT 작품으로 옮겨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도 국내 극장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자 넷플릭스 공개와 제한적 극장 상영을 택했는데, 영진위는 이를 영화와 스트리밍의 달라진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영화 제작사에는 넷플릭스행이 당장의 자금난을 피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 작용했다. 다만 작품이 세계적으로 흥행해도 국내 제작사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OTT가 편성과 유통 권한을 쥔 거래에서는 제작사가 약정된 제작비와 일정 수익을 받는 대신 지식재산권(IP)과 후속 사업 권리가 플랫폼에 귀속되는 사례가 많아서다. 이 같은 거래 관행이 확산되면서 국내 영화계의 재투자 고리도 끊기기 시작했다. 후속편·리메이크·캐릭터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플랫폼으로 향하자 제작사는 성공작을 발판 삼아 다음 영화를 준비할 여력을 잃었다. 그 여파로 국내 투자·배급사들은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가 참여한 대작에 자금을 집중했고, 중간 규모 상업영화와 신인 감독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투자 대상에서 밀려났다.

신작 OTT 직행에 멀티플렉스 집객력 하락

OTT 공개 시점이 앞당겨진 점도 극장 수익을 압박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극장 상영과 다른 플랫폼 공개 사이에 통상 6개월∼1년의 간격이 유지됐으나, 이후 한국 대작 영화도 평균 4개월 이내에 OTT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실제 ‘범죄도시4’는 개봉 한 달여 만에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됐다. 2021~2024년 개봉작을 기준으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SVOD) 홀드백 중앙값 역시 한국영화 105일, 외국영화 181일로 76일의 격차를 보였다. 관객이 조금만 기다리면 월 구독료 안에서 신작을 볼 수 있게 되면서 극장업계가 티켓과 매점 매출을 확보할 시간도 그만큼 줄었다.

이 같은 여건에서 영화 한 편의 흥행 실패는 투자·배급사의 자금 경색을 거쳐 극장의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을 낳는다.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차기작에 투입하기 어렵고, 신작 라인업이 줄면 멀티플렉스의 관객 동원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총제작비는 104억6,000만원으로, 홍보·마케팅 비용(P&A)에만 평균 21억원이 들어갔다. 개봉 초반 흥행에 실패할 경우 순제작비와 P&A 비용을 함께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후속작의 제작 지연과 투자 축소로 이어진다는 게 영화계의 설명이다.

완성작까지 넷플릭스로, 메마른 극장 라인업

극장 흥행만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자 OTT 판권 판매는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후속 시장으로 부상했다. 극장에서 외면받은 작품이 넷플릭스 공개 후 새 관객을 만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해 개봉 당시 관객 11만 명에 그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지난 5월 넷플릭스 공개 후 국내 영화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2007년작 ‘디워’는 지난달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6위와 20개국 톱10을 기록했으며, 2011년작 ‘푸른소금’도 국내 3위까지 역주행했다. 극장에서는 흥행 실패작이나 구작으로 분류된 영화가 넷플릭스에서는 추가 판권 수익을 내고 다시 관객을 모으는 상품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넷플릭스는 신작 제작부터 해외 배급, 구작 재유통까지 한국영화의 주요 길목을 사실상 장악했다. 넷플릭스 측에 따르면 전 세계 회원의 8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해외 관객과의 접점도 압도적이다. 국내 자본이 물러날수록 감독과 제작사는 넷플릭스로 향하고, 완성된 작품은 극장을 거치지 않은 채 전 세계에 공개되는 흐름도 굳어졌다. 이로 인해 극장은 관객을 불러 모을 한국영화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줄어든 라인업이 다시 관객 감소와 점포 폐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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