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 잠식한 中 자본 “ 위메이드마저 중국 품으로, K게임 주도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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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IP 분쟁 끝낸 킹넷, 4,000억원원 들여 인수 컨소시엄 합류 연 7조원대 중국 시장 정조준, IP·핵심 개발진 확보에 무게 자체 제작 역량 갖춘 중국, 국내 개발 조직 존속 유인 약화 우려

중국 게임사 킹넷이 위메이드 경영권 인수 컨소시엄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2월까지 ‘미르의 전설2’ 지식재산권(IP)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였던 상대가 새 최대주주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이 국내 게임사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국내 10대 게임사 중 하나를 사실상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중국에서 7조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한 ‘미르’ 지식재산권(IP)의 사업 결정권도 사실상 중국이 쥐게 된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국가적 게임 자산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킹넷, 위메이드 인수 합류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 킹넷은 최근 위메이드의 새 최대주주가 될 투자자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위메이드와 게임 전문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는 지난 14일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내고, 네오펄스와 킹넷 등으로 구성된 투자자 컨소시엄이 박관호 위메이드 회장과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컨소시엄은 오는 10월 30일까지 잔금 지급과 당국 승인 등 거래 종결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한다. 절차가 완료되면 컨소시엄은 누적 합계 40.25%의 지분을 확보해 위메이드 최대주주에 오른다.
킹넷은 홍콩 자회사 사이프레스 테크놀로지 HK를 통해 네오스피어 지분 49%를 인수한다고 지난 12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네오스피어는 위메이드 인수 법인 네오펄스의 지분을 가진 상위 지배회사다. 킹넷의 투자 예정액은 2억9,800만 달러(약 4,000억원)다. 향후 위메이드의 최대 주주는 네오펄스가 되고, 킹넷은 네오스피어 지분을 통해 네오펄스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형태다.
‘미르’ 두고 다툰 킹넷, 이번엔 위메이드 경영권 투자
그간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미르 IP에 군침을 흘려왔다. 미르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중국에서 ‘게임 한류’를 일으키면서 미르는 위메이드의 핵심 IP가 됐다. 중국 게임·디지털 콘텐츠 전문 조사 기관 감마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기’(미르의 중국명) IP의 중국 내 시장 규모는 355억5,000만 위안(약 7조3,000억원)에 달한다.
킹넷의 합류가 주목되는 것은 위메이드와의 오랜 관계 때문이다. 양사는 위메이드의 대표작 미르의 전설2 IP를 둘러싸고 중국에서 장기간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분쟁은 킹넷 자회사 절강환유가 2016년부터 중국에서 서비스한 미르의 전설2 IP 기반 게임 '남월전기'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위메이드는 국제중재와 중국 법원 소송에서 원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고 킹넷 측의 배상 책임 판정을 끌어낸 뒤 배상금 집행 절차를 진행해 왔다. 약 10년간 이어진 분쟁은 지난 2월 양측이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위메이드는 킹넷으로부터 약 430억원의 화해금을 받고 한국·중국·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던 남월전기 관련 중재와 소송 절차를 모두 취하했다.
그런 킹넷이 이번에는 위메이드 경영권 인수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모양새가 됐다. 지분 매각 대금은 9,200억원으로 주당 6만8,910원가량이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위메이드 주가가 주당 1만5,000원 안팎을 오르내리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주가의 3.6배에 달하는 약 5만원을 얹어주는 셈이다. 박 회장은 이번 계약 과정에서 회사에 해당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개인 회계법인을 통해 직접 중국 측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동안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대출금을 이번 지분 매각 계약금(920억원)으로 모두 갚은 것으로 전해진다.
표1. 킹넷의 ‘미르’ IP 투자 배경과 수익 기반
| 구분 | 핵심 내용 | 주요 지표 |
|---|---|---|
| 장기 흥행력 | 중국 출시 이후 웹·모바일게임과 속편으로 확장하며 20여 년간 브랜드 인지도와 이용자 기반 유지 | 2004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 65% 2005년 동시접속자 80만 명 |
| 사업 효율성 | 검증된 IP와 기존 팬층을 활용해 신작 개발 기간과 신규 이용자 확보 비용 절감 가능 | 안정적인 이용자 기반 높은 브랜드 인지도 성숙한 사업 생태계 |
| 수익 기여도 | ‘미르의 전설2·3’ 중국 라이선스 계약이 위메이드의 최대 매출 경신과 해외 매출 확대에 기여 | 2024년 매출 7,120억원 2025년 4분기 매출 1,917억원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 해외 매출 비중 78% |
| 투자·확장 전략 | 위메이드 인수 구조 참여와 미르 IP 독점 라이선스 추진을 통해 신작 개발·중국 현지 운영 영향력 확대 | 투자액 2억9,800만 달러 독점 라이선스 추진 조항 포함 |
‘미르’ 독점 라이선스 추진, 20년 흥행·수익성에 베팅
킹넷이 주목한 건 20여 년간 이어진 미르의 장기 흥행력이다. 2001년 중국에 출시된 미르의 전설2는 2004년 현지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 65%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동시접속자 80만 명을 달성했다. 이후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속편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미르는 중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킹넷도 이번 투자 공시에서 미르가 안정적인 이용자 기반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 성숙한 사업 생태계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검증된 IP를 확보해 신작 개발 기간과 이용자 모집 비용을 줄이고, 기존 팬층을 후속작으로 끌어오겠다는 판단이다.
미르 IP의 수익성은 최근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위메이드가 2024년 7,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4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한 데에는 미르의 전설2·3 중국 라이선스 계약이 힘을 보탰다. 작년 4분기에도 해당 라이선스 계약금과 신작 성과가 반영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917억원을 기록했고, 해외 매출 비중은 78%까지 높아졌다. 킹넷은 이런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위메이드 인수 구조에 2억9,8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계약서에는 미르 IP 독점 라이선스를 추진하는 조항까지 넣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미르 계열 신작 개발과 중국 현지 운영에서도 킹넷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IP·핵심 인력만 흡수 가능성
다만 위메이드 개발 조직의 향방을 두고서는 국내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중국 게임업계는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의 자국 매출은 1,404억5,200만 위안(약 28조4,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고, 해외 매출도 95억100만 달러(약 12조8,970억원)로 11.1% 늘었다. 특히 중국 게임회사 게임사이언스의 ‘검은신화: 오공’은 출시 후 약 5개월 만에 2,500만 장 가까이 팔리며 11억 달러(약 1조4,930억원)의 매출을 거둬 중국의 대형 게임 제작 능력을 보여줬다.
킹넷의 장기 투자 대상이 미르 IP와 일부 핵심 개발진에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메이드는 최근 공동 입장문에서 기존 핵심 사업과 조직 운영을 계획대로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장기 고용과 한국 개발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르 IP의 독점 라이선스와 사업 권한이 킹넷 측으로 옮겨갈 경우 중복 조직을 정리하고 중국 개발사 중심으로 후속작 제작 체계를 재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르 IP가 킹넷의 한국 시장 공략에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는 2024년 한국 게임 시장 규모를 25조1,9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한국을 중국 게임의 세 번째 주요 해외 시장으로 평가했다. 올해 6월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 10개 가운데 절반을 중국 업체가 유통한 게임이 차지했으며, 중국 센추리게임즈가 개발한 ‘화이트아웃 서바이벌’과 ‘킹샷’은 각각 매출 1위와 4위에 올랐다. 중국 게임사들은 대규모 광고와 빠른 콘텐츠 업데이트, 이용자별 과금 설계를 결합한 운영 방식으로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려 왔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인지도가 높은 미르 IP와 위메이드의 국내 사업 기반까지 활용하면 킹넷은 신규 이용자 확보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K게임 주도권 쥔 ‘차이나머니’
중국 자본이 겨냥하는 한국 게임 IP는 미르 만이 아니다. 중국 정보기술(IT)·게임기업 텐센트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크래프톤 지분 14.01% △시프트업 34.66% △넷마블 18.37%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세 회사 모두에서 2대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게임사 아워팜도 웹젠 지분 20.66%를 보유한 2대주주다. 텐센트의 크래프톤 지분율은 창업주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 15.05%와 1.04%p 차이에 불과하다. 시프트업에서도 텐센트는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핵심 주주다. 넷마블은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들어와 있는 또 다른 대형 게임사다. 크래프톤·시프트업·넷마블 모두 국내 게임업계에서 주요 기업들로 꼽힌다.
중견 게임사도 예외가 아니다. 웹젠은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뮤' IP를 보유한 회사다. 아워팜의 웹젠 투자는 중국계 자본이 국내 주요 게임사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활용도가 있는 IP 보유사에도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게임사 경영권을 검토한 전례도 있다. 2019년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때 텐센트도 인수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자금과 기술’의 20년 동맹, IP 확보전으로 변질
중국 자본과 한국 게임사의 관계는 투자와 유통 협력으로 시작됐다. 자금이 부족한 국내 업체는 중국 투자를 받아 개발 인력을 늘리고 후속작을 만들었으며, 중국 업체는 현지 퍼블리싱을 맡아 한국산 게임을 통해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이용자 정보를 축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협업이 20년가량 이어지는 동안 중국 업체가 한국 개발진의 기획·제작 역량과 IP를 활용해 시장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텐센트가 주요 게임사의 2대 주주로 남고 창업자가 경영을 맡는 방식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 업체의 개발력이 급성장한 현재, 국내 개발 조직의 입지도 달라졌다. 이들은 이미 자국 개발진만으로 대형 신작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할 역량을 갖췄다. 과거에는 한국 개발진의 기술과 운영 경험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검증된 IP와 이용자 데이터가 확보되면 후속작 제작도 자체적으로 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영권 인수 이후 한국 법인에 IP 관리와 국내 서비스를 담당할 일부 인력만 남고, 핵심 제작 기능은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중국 자본은 지난 20년간 한국 게임사에 자금을 대는 과정에서 국내 개발진의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해 성장했다”며 “이제 자체 개발력이 한국을 앞설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국내 조직과 고용을 유지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