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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빅맥, 다른 가격” AI로 정교해진 ‘3급 가격 차별’, 맥도날드 반독점 법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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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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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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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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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AI 도입해 상권별 메뉴 가격 차등화
비공개 거래 정보 공유에 소비자 집단소송 제기
본사 가격 추천·가맹점 독립성 놓고 법적 공방

맥도날드가 인공지능(AI)으로 매장별 메뉴 가격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렸다. 지역별 고객의 지불 의향에 따라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을 매기는 전략에 AI를 활용하면서, 비공개 거래 정보의 공유가 가맹점 간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맥도날드는 최종 가격은 점주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며 담합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미국에서 차별적 가격 책정과 소비자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번 소송에서도 가격 추천 시스템의 운영 방식과 가맹점의 가격 결정권이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AI 기반 가격 결정 방식 도입” 보도 후 피소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AI 가격 추천 시스템을 둘러싼 반독점 소송이 미국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소송을 낸 사람은 일리노이주 디캘브에 거주하는 소비자 마이클 토머스로, 소장은 지난 2일 접수됐다. 토머스는 미국 내 맥도날드 고객 수백만 명을 대표해 사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청구 내용에는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의 집행을 막아달라는 요구가 포함됐다.

이번 소송은 맥도날드가 미국 내 약 1만4,000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하루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머신러닝(ML)으로 분석해 매장별 메뉴 가격을 추천한다는 보도 이후 이뤄졌다. 해당 시스템은 매장별 판매 실적과 지역 수요, 주변 경쟁 상황 등을 반영해 메뉴별 추천 가격을 산출한다. 빅맥부터 고령층 할인 커피까지 다양한 품목이 분석 대상에 포함돼 있다. 같은 메뉴라도 각 매장의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실제 로이터가 맥도날드 앱을 확인한 결과,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약 3.2㎞ 떨어진 두 직영점의 빅맥 가격은 각각 5.69달러(약 7,630원)와 6.89달러(약 9,230원)로 21%가량 차이가 났다.

“본사가 가격 조율” vs “추천 수용은 점주 판단”

원고 측은 맥도날드가 매장별 비공개 거래 정보로 학습시킨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맹점과 직영점의 메뉴 가격을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는 가맹점들이 통상 서로 공개하지 않는 매출 정보를 본사의 가격 추천 시스템을 통해 공유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각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보 공유가 매장 간 경쟁을 제한했다는 논리다. 원고 측은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가격 조율을 미국 반독점법이 금지하는 담합으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변호인도 맥도날드가 방대한 데이터와 가맹점 체계를 활용해 고객에게서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맥도날드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의혹이 추측과 잘못된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회사 측은 “AI가 빅맥이나 다른 메뉴의 가격을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며 매장별 판매가격과 추천 가격의 수용 여부는 가맹점주가 스스로 정한다고 강조했다.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는 점주의 판단을 돕는 용도로, 권고를 반드시 따를 의무도 없다는 설명이다. 매장 간 가격 차이에 대해서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점포라도 운영비와 경쟁 환경 등 현지 여건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객 개인의 지불 의향에 따라 가격을 매기거나 실시간·시간대별로 가격을 바꾸는 방식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역별 비용과 수요를 분석해 가격 결정에 참고하는 관행은 여러 산업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며 자사 도구의 활용 취지를 설명했다.

표1. 3급 가격차별 원리 및 작동 조건

구분핵심 내용
가격 책정 방식지역·연령 등으로 소비자 집단 나누고 지불 의향에 따라 다른 가격 적용
주요 사례동일 메뉴의 매장별 가격 차등
핵심 판단 기준가격 변화에 따른 구매량 변화를 뜻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 고려
상권별 적용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이 적은 곳은 높게, 가격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곳은 낮게 책정
고객 특성 분석구매 여력뿐 아니라 대체 상품 유무, 가격 비교의 용이성, 경쟁 상품으로의 이동 가능성도 검토
기대 효과낮은 가격으로 신규 수요를 확보하고, 높은 가격에도 구매를 유지하는 집단에서 추가 이윤 확보
가격 차이 유지매장 간 이동에 드는 시간·교통비가 상권별 가격 차이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
자료: 앤드루 바클리, 『The Economics of Food and Agricultural Markets』, 캔자스주립대

가격 올려도 사는 고객층 겨냥, 3급 가격차별 전략

지역별 구매력을 따져 같은 메뉴에 다른 가격을 붙이는 것은 경제학의 ‘3급 가격차별(Third-degree price discrimination)’을 적용한 가격 전략이다. 소비자를 지역이나 연령 등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의 지불 의향에 맞춰 가격을 책정한다. 학생 요금이나 고령층 할인처럼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도 여기에 속한다. 매장별 가격 역시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이 적은 상권에서는 높게, 할인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곳에서는 낮게 정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가 더 저렴한 매장을 찾더라도 이동에 드는 시간과 교통비를 고려하면 가까운 매장을 이용할 수 있어, 상권별 가격 차이가 유지될 여지도 있다.

이때 가격을 나누는 핵심 기준은 가격 변화에 따라 구매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뜻하는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of demand)’이다. 소득이 높더라도 대체 상품이 많고 가격 비교가 쉬운 고객층은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각 집단의 구매 여력과 함께 경쟁 상품으로 옮겨갈 가능성까지 살펴야 하는 셈이다. 같은 가격을 적용할 때 구매를 포기했던 고객을 낮은 가격으로 끌어들이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고, 높은 가격에도 구매를 유지하는 고객층에서는 추가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빅맥 가격에 담긴 인건비·임대료·구매력

지역마다 다른 가격이 붙는 현상은 국가별 빅맥 가격을 비교하는 ‘빅맥지수(Big Mac Index)’와도 맞닿아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도입한 이 지수는 각국의 빅맥 가격을 같은 통화로 환산해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판매되는 제품이어서 가격 비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각국 판매가에는 임금과 임대료, 세금 등 현지 비용에 소득과 수요 여건까지 반영된다. 이 가운데 소비자의 지불 의향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원리를 한 나라 안의 개별 상권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지역별 가격 차별의 논리다.

빅맥지수의 바탕에는 같은 상품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비슷해지도록 환율이 조정된다는 ‘구매력평가(Purchasing power parity·PPP)’ 이론이 깔려 있다. 가령 한국에서 빅맥 한 개가 6,000원, 미국에서 6달러라면 빅맥 가격으로 계산한 적정 환율은 달러당 1,000원이 된다. 이때 실제 환율이 1,400원이라면 한국의 빅맥 가격은 4.29달러로 환산되며, 원화는 달러 대비 28.6%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빅맥에는 국가 간 거래가 어려운 매장 임대료와 현지 인건비도 반영돼 있어, 이 수치를 환율의 적정 수준으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코노미스트가 국가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한 조정 지수를 함께 제시하는 것도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 여건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대형 체인 가격 우대부터 개인정보 활용까지, 美 규제 확대

문제는 기업의 가격 차별 전략이 경쟁을 제한하거나 소비자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할 경우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가격 책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규제와 법 집행이 잇따르고 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일 대형 주류 유통업체 서던글레이저스가 대형 체인에만 할인과 리베이트를 제공해 소규모 판매점의 경쟁을 저해했다는 소송과 관련해 합의안을 발표했다. 1936년 제정된 로빈슨패트먼법에 근거한 조치로, 유통 비용 차이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가격 우대가 쟁점이었다. 합의안에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차별적 거래로 피해를 본 소규모 판매점에 보상하고, 독립 감시인이 6년간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격 책정에 활용하는 데이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이달 1일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식료품 판매점과 제3자 배달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이용해 특정 소비자에게 더 높은 식료품 가격을 부과하는 ‘감시 가격제’를 금지했다. 구매 이력과 위치 정보 등을 토대로 고객별 지불 여력을 추정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제한한 것이다.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회원제 혜택과 판촉 할인 등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이처럼 가격 차별의 거래 조건과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맥도날드 사례에서는 본사와 가맹점 간 가격 결정의 독립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선 규제들이 거래처별 가격 우대와 개인정보를 이용한 가격 인상을 다룬다면, 이번 소송은 비공개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알고리즘이 독립 사업자들의 가격 조율 수단으로 쓰였는지를 묻고 있다. 맥도날드가 최종 가격 결정권은 가맹점주에게 있다고 강조한 것도 본사의 가격 추천이 담합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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