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바꾼 콘텐츠 생태계" 대형사 투자 위축 속 중·저예산 제작 부상, 사모 자본·AI 침투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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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망 전통 미디어 기업 수익성 악화, 콘텐츠 제작 생태계 '주춤' 중·저예산 작품 자본 유입 늘어, AI 활용 사례도 증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독립·소형 제작사를 향한 민간 자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으로 콘텐츠 유통 구조가 재편된 가운데, 대형 스튜디오와 플랫폼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고비용 프로젝트 투자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고 자본 회수 속도가 빠른 중·저예산 작품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중·저예산 작품의 제작 기간과 비용을 추가로 경감하는 사례까지 증가하는 추세다.
콘텐츠 시장 구조 변화 빨라져
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최근 민간 사모 자본의 독립·소형 콘텐츠 제작사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지난달 열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배우 신시아 에리보 주연의 '프리마 페이시'는 해외 자본을 유치해 설립된 독립 제작사 카멜백 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카멜백은 앞서 릴리 싱 주연의 '두인 잇', 오웬 윌슨 주연의 '러너' 제작에도 자금을 대며 신속한 제작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도 사모펀드 실버레이크는 탤런트 에이전시 WME를 지원 중이며, 블랙스톤은 콘텐츠 스튜디오 캔들미디어에 자금을 투입하고 나섰다.
이 같은 사모 자본의 유입은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유통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 수년 사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은 핵심 콘텐츠 유통 창구로 급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 전체 TV 시청 시간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월 44.8%로 방송과 케이블 합계(44.2%)를 처음으로 넘어섰으며, 올해 7월에는 49.0%까지 확대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유료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수년째 가장 높은 시청 비중을 유지하며 할리우드 콘텐츠의 주요 구매·배급 창구로 자리 잡은 상태다.
넷플릭스의 제작 경쟁력
넷플릭스가 이러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전 세계에 구축한 콘텐츠 제작망이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기존 할리우드식 수출 모델을 넘어, 각 지역에서 현지 시청자를 겨냥한 작품을 직접 만드는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 자체 영화·드라마 제작은 세계 50여 개국 4,500여 개 도시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콘텐츠 공급 구조 역시 빠르게 다변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앰피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가 공개한 오리지널 TV 시즌 가운데 비영어권 작품 비중은 52%로, 사상 최초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처럼 지역별로 확보한 콘텐츠는 현지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향유된다. 넷플릭스가 세계 각국에서 탄탄한 이용자 기반을 갖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넷플릭스 이용자 시청의 70%는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제작된 작품에 집중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9년 이후 넷플릭스 내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시청 시간은 4배가량 증가했으며, 글로벌 비영어권 주간 톱10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약 30%에서 최근 절반 이상으로 확대됐다.
전통적 생태계 위기 고조
반면 기존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았다.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던 디즈니·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파라마운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코드커팅 확산으로 기존 유통망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이들 기업은 넷플릭스에 맞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고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렸다. 문제는 신규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성이 과거 유료방송 사업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최근 투자금 회수와 수익 구조 개선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 중이다. 가입자와 작품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가격 인상, 광고 요금제 확대, 서비스 결합 등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콘텐츠 투자 보수화는 미국 최대 콘텐츠 제작 거점이자, 스트리밍 경쟁이 한창이던 시기 대규모 콘텐츠 발주를 흡수했던 로스앤젤레스(LA)의 쇠퇴로 연결됐다. 촬영 허가 기관 필름L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A 지역 전체 로케이션 촬영 일수는 4,711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위축됐다. 특히 TV 촬영은 2,224일에서 1,607일로 27.7% 줄었으며, TV 드라마 역시 6.4% 감소했다. 장기적인 산업 기반 약화 흐름도 뚜렷하다. 최근 4년간 LA 현지 영화·TV 산업에서는 약 5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세트·장비·의상·후반작업 등을 담당하는 영화·TV 제작 서비스 업체도 2022년 이후 80곳 이상 폐업했다.
표1.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시장 재편 흐름
| 구분 | 주요 흐름 |
|---|---|
| 스트리밍 플랫폼 | 핵심 콘텐츠 유통 창구로 부상, 현지 제작망·글로벌 배급망을 결합해 시장 영향력 확대 |
| 전통 미디어 기업 | 유료방송 수익 감소·스트리밍 사업의 낮은 수익성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 |
| 콘텐츠 제작 시장 | 대형 플랫폼의 발주 감소·제작비 축소로 기존 제작 생태계 위축 |
| 중·저예산 시장 | 고비용 작품 투자 감소로 중·저예산 콘텐츠·독립 제작사에 민간 자본 집중 |
중·저예산 작품에 이목 집중돼
이 같은 콘텐츠 투자 감소세는 여타 시장 지표를 통해서도 뚜렷이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앰피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비디오·디즈니+·HBO맥스·파라마운트+·애플TV+ 등 글로벌 6대 스트리밍 플랫폼이 지난해 상반기 신규 제작하거나 후속 시즌을 발주한 극본 기반 TV 콘텐츠는 242편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318편 대비 24% 감소한 수준이다. 실제 제작 현장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도 쪼그라든 상태다. 제작산업 정보 업체 프로드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극본 기반 TV 시리즈 제작비는 2022년 정점 대비 약 23% 낮은 선에 머물렀고, 제작에 들어간 시리즈 수도 전년 대비 7% 줄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독립 작품의 경우,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드프로 집계상 지난해 영화 제작 건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증가분 중 대부분은 제작비 4,000만 달러(약 540억원) 미만 작품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대형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고비용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선별적으로 집행하면서 중·저예산 작품 쪽으로 제작 수요가 이동했다"며 "중·저예산 작품은 흥행 실패 시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제작 기간과 손익분기점을 낮출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AI 기반 비용 경감 시도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중·저예산 콘텐츠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줄이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선 중국에서는 숏드라마와 웹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하는 제작 방식이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다. 중국 선전의 AI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바이트댄스의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등을 활용해 기존 수개월 수준이었던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을 수 주까지 단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약 80분 분량의 AI 애니메이션 드라마 제작에 드는 컴퓨팅 비용은 최저 2만5,000위안(약 500만원)으로, 비슷한 길이의 전통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최소 16만 위안(약 3,2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80% 이상 저렴하다. 실사 숏드라마 역시 비용 절감 효과는 확실하다. AI로 제작한 숏드라마 한 시리즈의 제작비는 10만 위안(약 2,000만원) 수준이며, 대본 확정부터 공개까지 걸리는 기간도 한 달 이내다. 반면 배우와 촬영 인력을 투입하는 전통적인 시대극 숏드라마는 한 작품 제작에 최소 30만~50만 위안(약 6,010만~1억원)이 필요하고, 제작 기간도 2~3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같은 AI 기반 제작 효율화 흐름은 할리우드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올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화·TV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GenAI Creators' Fund'를 출범시키고, AI 제작 플랫폼 '프로젝트 나라'를 통해 일부 콘텐츠의 제작 기간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아마존 MGM의 3부작 작품 'The Old Stories: Moses'는 생성형 AI로 상당수 배경을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활용해, 약 100명의 제작진이 LA의 한 스튜디오에서 3부작 전체 실사 촬영을 일주일 만에 마치기도 했다. 이 밖에 독립영화 제작사 A24 역시 구글로부터 7,500만 달러(약 1,0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구글 딥마인드와 영화 제작용 AI 도구를 공동 개발 중이며, 미국 독립계 영화·TV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도 AI 기업 런웨이와 손잡고 자사 콘텐츠를 학습한 전용 생성형 AI 모델 구축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