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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매각부터 관광 임대까지” 심화하는 스페인 주택난, 정부 규제 강화에도 세입자 반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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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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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주거 불안 고조, 대형 투자자 영향력 속 임대료 부담 가중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 확산, 세입자 반발·퇴거 갈등 사례 늘어
규제 강화 나선 정부, 법원·의회 제동에 정책 효과 제한적

스페인의 주택난이 심화하고 있다. 사모펀드·부동산 투자 회사 등 민간 임대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 확산과 주택 공급 부족까지 겹치며 임대료 및 주거비 부담이 빠르게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임대료 상한 △강제 퇴거 제한 △단기 임대 규제 △플랫폼 단속 등 대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조치가 법원과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주거비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스페인 시위 물결 확산

27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 수만 명은 지난 26일 수도 마드리드 시내를 행진하며 주거비 인하와 세입자 보호 조치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시위의 시발점은 87세 여성 세입자인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주거지에서 강제 퇴거당한 사건이었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던 아바스칼은 지난 23일 71년간 거주한 아파트에서 쫓겨났고, 스페인 전역에는 경찰이 아바스칼의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장면과 아바스칼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1956년부터 이 주택에 거주한 아바스칼은 임대료 상한 규정에 따라 500유로(약 77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었으나, 새로 아파트 주인이 된 부동산 투자 회사가 부친 명의의 임대료 계약이 아바스칼에게 승계될 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문제 삼으며 월세를 2,650유로(약 409만원)로 대폭 올렸다.

앞서 스페인에서는 지난 5월에도 유사한 성격의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마드리드 도심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우리는 관광객 말고 이웃을 원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에 주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요 도시 집주인들이 관광 수익을 노리고 관광객 대상 단기 숙박 임대에 집중하면서, 일반 주거용 주택이 급감하고 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임대료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스페인의 주거 비용이 전년 대비 약 13% 상승했다고 분석한다.

임대주택 갈등의 시발점

스페인 임대주택을 둘러싼 잡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부터 시작됐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경기 침체로 주택 보유가 어려운 가구가 급증하면서, 자가 중심이었던 스페인의 주거 구조가 임대 시장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주거 형태 가운데 임대주택 비중은 2011년 13.5%에서 2021년 16.1%로 상승했으며, 특히 30~44세 가구의 임차 비중은 2007년부터 2025년 사이 17.8%P 높아져 37.1%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떨어진 부동산은 대형 투자자들 손에 속속 넘어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마드리드의 공공주택 처분이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마드리드시 산하 주택공사 EMVS는 사회주택 1,860채를 1억2,850만 유로(약 1,985억원)에 블랙스톤 측에 매각했다. 같은 해 마드리드주 정부 산하 주택기관도 사회주택 2,935채를 골드만삭스·아조라 컨소시엄에 넘겼다. 두 거래만 합쳐도 민간 투자자에게 넘어간 공공주택이 4,795채에 달하는 셈이다. 이후 블랙스톤이 인수한 일부 주택에서는 계약 갱신 과정에서 임대 조건이 강화됐다는 세입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마드리드 감사기관은 2013년 매각 과정의 투명성과 매각 가격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표1. 스페인 임대주택 갈등 전개 양상

시기전개 양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동산 거품 붕괴와 소득 감소로 주택 보유가 어려워지면서 임대 수요 확대
2011~2025년임대주택 비중과 청년·중년층의 임차 비율이 상승하며 임대 시장 의존 심화
2013년마드리드 공공·사회주택 4,795채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각된 뒤 임대 조건과 매각 절차를 둘러싼 논란 확산
2020년 팬데믹 초기실직·휴직 증가로 임대료 연체와 퇴거 위험 급증, 세입자의 지불 능력 약화
2020년 하반기체납 신고가 다시 늘면서 월세 감면·납부 유예를 둘러싼 세입자와 대형 임대사업자의 갈등 심화
자료: 스페인 중앙은행, 마드리드 시립주택토지공사, 유럽생활근로조건개선재단, FIM

팬데믹 여파로 시장 혼란 가중

이러한 갈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한층 첨예해졌다. 2020년 3월 스페인이 전국적인 봉쇄에 들어가면서 관광·숙박·외식업을 중심으로 영업 중단과 실직·휴직이 확산했고, 소득이 끊긴 세입자들이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유럽생활근로조건개선재단이 2020년 4~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스페인 응답자의 11%가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낼 수 없다고 답했으며, 실업자의 경우 이 비율이 23%까지 올라갔다. 응답자의 7%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개월 내 현재 주거지를 떠나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스페인 임대료 체납정보업체 FIM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유행이 정점이던 2020년 5월 스페인의 임대료 연체율은 12.2%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영업 제한이 다시 강화된 9월 셋째 주부터 11월 말에는 체납 신고 건수가 68.5% 증가하고, 관리 대상 임대차계약 가운데 연체 문제가 발생한 비율이 5.9%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입자들의 지불 능력이 악화하면서, 세입자와 금융위기 이후 공공주택과 저가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대형 임대사업자가 월세 감면이나 납부 유예를 둘러싸고 이해 충돌을 벌이는 일도 급격히 늘었다.

스페인 정부, 규제 정비 '속도'

이런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시장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시작점은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정부는 2020년 3월 소득이 급감한 취약계층 세입자의 강제 퇴거를 중단하고, 임대 계약 연장·임대료 납부 유예 등 긴급 보호조치를 도입했다.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퇴거 유예 조치는 이후 여러 차례 연장됐으며, 현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주택을 2채 이하 보유한 소규모 집주인에게는 퇴거 중단 조치를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가 추가됐다.

2022년에는 규제의 초점이 임대료 자체로 옮겨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물가가 급등하자 스페인 정부는 기존 주택 임대 계약의 연간 임대료 인상 폭을 2022~2023년 2% 수준으로 제한했고, 2024년에는 상한을 3%로 조정했다. 이어 2023년 5월에는 스페인 최초의 국가 차원 주택법인 '주거권법'이 제정됐다. 해당 법안은 주거비가 가구소득의 30%를 넘거나 최근 5년간 주택 가격·임대료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P 이상 웃돈 지역을 지방 정부가 '주거 시장 긴장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지역의 신규 임대료를 이전 계약의 임대료·정부 기준가격 등에 연동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형 집주인이 보유한 주택에는 기준가격 상한을 적용할 수 있으며, 세입자가 일정 조건 아래 기존 계약을 최대 3년간 추가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 차원 단속도 강화

최근 들어서는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가 장기 주거용 주택 공급을 잠식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규제 범위도 확대됐다. 정부는 2024년 말 단기 임대 정보를 관리하는 디지털 단일 창구와 등록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4월부터는 공동주택에 새로운 관광용 숙박 시설을 설치할 시 전체 소유주와 지분의 각각 5분의 3 이상 동의를 받도록 했다. 같은 달에는 50만 유로(약 7억7,2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거주권을 주던 이른바 '골든비자' 제도도 폐지했다. 다만 단기 임대 전국 단일등록제의 핵심 조항은 올해 5~6월 대법원판결로 무효화돼 현재는 일부 제도만 남아 있다. 지난 3월에는 만료 예정인 임대 계약을 세입자 요청에 따라 최대 2년 연장하고 대형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률을 2%로 제한하는 긴급 명령이 시행되기도 했으나, 해당 조치는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집주인들의 과도한 관광 수익 창출을 막기 위한 단속도 강화됐다. 스페인 정부는 2024년 말부터 허가번호 없이 관광 주택을 광고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고, 지난해 5월에는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지역별 규정을 위반한 관광 주택 광고 6만5,935건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에어비앤비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 지난해 7월 약 6만5,000건의 광고를 실제 삭제했으며, 같은 해 말 무허가 관광숙박 광고 등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6,400만 유로(약 9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러한 단속은 지난해 7월 관광·계절 임대 주택의 공식 등록번호 표시가 의무화된 이후 한층 강화됐고, 지난해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관련 플랫폼에서 삭제된 관광·단기 임대 광고는 10만 건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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