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고용시장 식고 주거비는 뛰고” 이민 빗장 거는 호주, 노동시장 수급 조절 역량 시험대

Picture

Member for

1 year 11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호주 정부·야당, 이민 규모 축소 경쟁 본격화
"실업률 상승에 주택 공급난까지" 이민 확대 필요성 약화
건설·의료 등 해외 인력 의존 여전, 일각선 '역풍' 우려도

호주가 이민 문턱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인구 유입이 급증하며 주택 공급·주거비 부담이 심화한 가운데, 실업률 상승· 구인 수요 둔화로 추가 노동력 확보 필요성도 낮아지면서 정부와 야당 모두 이민 규모 축소 정책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건설·의료·돌봄 등 핵심 산업의 해외 인력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이민을 일률적으로 줄일 경우 오히려 주택 공급과 필수 서비스 인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호주 야당의 이민 감축 정책

7일(이하 현지시각)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야당)은 지난 6일 임시 및 인도주의 비자를 대폭 삭감하고 숙련 기술자 중심으로 이민 제도를 개편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앵거스 테일러 야당 대표(자유당)는 시드니 기자회견에서 "오늘 내놓는 안은 이 나라 역사상 최대 이민 감축(biggest cut to immigration)"이라며 "도로와 학교, 인프라, 주택 부담을 덜고 나라에 필요한 숨 돌릴 여유를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야당은 2028년 집권 시, 첫 2년간 연간 순해외이민(NOM)을 10만 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후 3년 차 13만 명, 4년 차 16만 명으로 소폭 늘리겠다는 로드맵이다. 호주 통계청(ABS)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1년간 순해외이민은 29만2,100명이다. 동시에 야당 연합은 2028년부터 4년 동안 임시 비자 보유자를 65만 명 줄이고, 유학생이 졸업 뒤 남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졸업비자를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난민 등 인도주의 비자 보유자도 연 1만 명으로 절반을 깎는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이러한 공약이 실행될 경우 이민 규모가 2004년 이후 최저치(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제외)를 기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집권 노동당도 장벽 높여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현 노동당 정부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이민자를 통제하기 위해 연간 순해외이민을 2026~27 회계연도 24만5,000명, 2027~28 회계연도 22만5,000명으로 줄이는 목표를 공식화한 상태다. 이를 위해 일부 예외를 제외한 신규 유학생의 가족 동반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졸업 이후에는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학위 과정을 밟는 경우에만 추가 학생 비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관광·방문 비자에는 원칙적으로 호주 내에서 다른 비자를 신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체류 자격이 만료된 외국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근거가 부족한 비자 신청을 알선하는 이민 대행업체도 집중적으로 규제한다.

이에 더해 토니 버크 호주 내무장관은 지난달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의 장기 체류를 제한하기 위해 2·3년 차 비자 발급에 추첨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지정된 지방 지역에서 88일 이상 근무하면 2년 차 비자를, 2년 차 체류 중 6개월 이상 근무하면 3년 차 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해당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추첨을 통과해야 체류 연장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비자 발급 상한은 2년 차 4만5,000명, 3년 차 5,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해당 비자 취득자 규모인 각각 5만7,000명, 3만1,000명과 비교하면 약 21%, 84% 적은 수준이다.

호주 고용 시장 지형 변화

이처럼 호주가 이민 장벽을 높이는 배경에는 고용 시장 변화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는 그동안 대규모 이민자 유입을 통해 자국 노동 시장의 인력 부족을 보완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기업들의 구인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숙련 이민자와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등 해외 인력 유치에 속도를 냈다. 농업·관광업·건설업과 의료·돌봄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인력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노동 수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해외 인력 유치 전략을 지속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ABS가 지난달 발표한 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호주의 계절조정 실업률은 4.6%로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4%P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 수도 72만2,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 명(12.4%) 증가했다. 같은 달 시간제 취업자가 약 4만6,000명 늘어나는 동안 전일제 취업자는 약 6,000명 감소하면서 고용 시장의 질적 둔화도 관찰됐다. 기업들의 구인 수요 역시 약화하는 추세다. ABS가 지난 1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호주의 전체 구인 공석은 32만5,000개로 직전 조사인 5월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표1. 호주 이민 규제 강화 배경

부문현황
노동 수요 둔화실업률·실업자 수 증가, 전일제 고용·구인 공석 감소로 해외 인력 추가 유치 필요성 약화
주택 공급 부족건설 인력·자재비·인허가 문제로 신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
주거비 부담주요 도시의 임대 수요 집중 및 공급 부족으로 임대료·주택 구입·대출 상환 부담이 동반 상승
자료: 호주 통계청, 국가주택공급·주거비부담위원회

주거 불안도 나날이 심화

이에 더해 이민 규제 강화에는 심각한 주택 공급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의 해외 인구 유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재개방되면서 빠르게 늘어났지만, 신규 주택 공급은 이러한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 호주 국가주택공급·주거비부담위원회(NHSAC)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완공된 신규 주택은 17만7,000채로 같은 기간 추정 주택 수요인 22만3,000채를 약 4만6,000채 밑돌았다. 위원회는 건설 인력 부족, 높은 자재·금융 비용, 낮은 건설 생산성, 복잡한 토지 이용 및 개발 승인 절차 등이 주택 공급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드니·멜버른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임대주택 수요가 집중되면서 주거비 부담도 가중됐다. NHSAC가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임대 계약에 필요한 임대료는 중위 가구소득의 3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11.2년으로 늘었으며,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금액은 중위 가구소득의 45.9%에 달했다. NHSAC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주택 구입 및 임차 부담이 모두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 감축 정책 부작용은

다만 호주 정부 내부에서는 무분별한 이민 감축이 오히려 주택난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6월 버크 장관은 스카이뉴스 '선데이 어젠다'에 출연해 이민자 유입 규모와 주택 공급 능력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하며, 이민 정책도 이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민 문제에 잘못 접근하면 오히려 주택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에서 주택 건설을 담당하는 각종 기술직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 일반의(GP)의 약 60%가 해외 출생자인 만큼 이민 규모를 일률적으로 축소하면 핵심 산업의 인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크 장관은 정부가 이미 순해외이민자 수를 2023년 정점 대비 45% 줄였으며, 앞으로도 국가의 인력 수요와 주택 공급 여건에 맞춰 추가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노동자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특히 지방 지역사회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호주 경제의 일부 분야는 이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위태롭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11 month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