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현장직은 귀한 몸·대졸자는 취업난” 기초학력 추락·AI 업무 대체에 흔들리는 ‘대학 프리미엄’

Picture

Member for

1 year 11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현장 인력 고령화·대졸 공급 증가, 노동시장 수급 역전
AI가 초급 사무업무 대체, 대졸 신입 채용문 축소
대학 간판의 보증력 약화, 학력 중심 채용도 퇴조 

미국 청년 노동시장에서 대졸자와 비대졸자의 취업 여건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제조·돌봄 등 현장·대면직은 인력 부족으로 채용이 늘어난 반면, 대졸자가 몰린 사무·전문직은 인력 공급 증가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취업문이 좁아졌다. AI가 신입 대졸자의 초급 업무를 대체한 영향도 있지만, 학위에 대한 신뢰는 기초학력 저하와 성적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약해진 상태였다. 학생 유지를 위해 교육·졸업 기준을 낮춘 대학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인력을 배출하면서 기업은 학벌보다 검증된 기술과 실무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AI가 지식과 기술의 교체 주기까지 단축하는 만큼 대학이 선발과 교육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의 퇴조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2~34세 대졸자 실업 지표, 2003년 이래 최악

20일(현지시간) 노동시장 연구기관 버닝글래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22~34세 미국인의 실업률은 최근 2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연령대의 대졸자는 취업난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20년 사이 이들보다 취업 여건이 나빴던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더뎠던 시기 정도였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수급 변화가 있다. 건설·제조업에서는 숙련 기능인력이 고령화로 빠르게 은퇴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신규 인력은 부족하다.

반면 대졸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학사 학위 보유 인구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기업들이 신입 대졸자에게 맡겨온 초급 업무를 AI가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일 공개한 연구에 따르면, 1분기 AI 산업의 중심지인 텍사스주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채용 공고는 낮은 직종보다 약 8% 더 줄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웹디자인뿐 아니라 관리·사무·편집 등 화이트칼라 직종도 AI 노출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해고하기보다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대졸 신입이 AI 확산의 영향을 먼저 받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건설·제조 현장의 블루칼라 노동자와 경비원, 간호·돌봄 인력, 음식점·소매업 종사자처럼 육체노동이나 대면 업무 비중이 높은 직종일수록 과거와 비교해 실업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8월 고용지표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음식서비스·주점 업종에서는 한 달 새 5만9,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신규 일자리 16만2,000개의 3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버닝글래스 분석에서도 건설·제조업 생산직과 경비원·간호사·식당·소매업 종사자 등 대면·현장직은 과거보다 취업 여건이 좋았지만,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 관리·전문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기초학력 저하에 희미해진 ‘학위 효과’

대졸 청년의 취업난에는 기초학력 저하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 진학과 졸업은 보편화됐지만, 학위가 실제 업무 역량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해서다. 실제 미국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통계센터(NCES)가 실시한 2024년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에서 고등학교 12학년의 45%는 수학, 32%는 읽기 영역에서 ‘기초 미달’ 판정을 받았다. 대학 수준의 수학 수업을 이수할 준비가 된 학생은 33%에 그쳐 2019년의 37%보다 줄었다.

수학 성적은 현행 평가체계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읽기 성적은 평가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학습 손실이 하락 폭을 키웠지만 성취도 저하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흐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미국 학생의 수학 점수는 463점으로 중국 베이징·상하이·장쑤·저장 지역의 612점보다 149점 낮았으며, 수학 최상위권 비중도 미국 8%, 중국 4개 지역 54%로 집계됐다. 중국 성적이 교육 여건이 우수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산출됐다는 한계를 감안해도,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기초교육 단계에서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표1. 미국 대학생의 기초학력·성적 간 괴리

조사기관조사 항목주요 결과시사점
UC샌디에이고
2020~2025년 신입생
수학 기초학력고교 수준 미달 신입생 약 30배 증가·전체의 8분의 1
중학교 수준 미달 신입생 12명 중 1명
대학 수업 이수를 위한 기초학력 약화
수강 이력·실력 간 격차94%가 최소 수학 이수 기준 초과
42%가 미적분·미적분 예비과정 이수
성적표상 이수 수준과 배치고사 결과 불일치
UC버클리 연구진
2018~2025년 성적 약 50만 건
생성형 AI 도입 후 성적 변화글쓰기·코딩 강좌 A학점 비중 13%포인트 상승
2022년 대비 약 30% 증가
과제 비중이 큰 강좌에서 상승 폭 확대, 실제 학습보다 AI 과제 대행 효과 가능성
자료: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학위·학점 신뢰 추락

상급학교 진학 과정에서도 학교 성적과 실제 학력 사이의 괴리가 확인됐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가 올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갖추지 못한 신입생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배로 증가해 전체 입학생의 8분의 1에 달했다. 중학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신입생은 12명 중 1명꼴이었다. 이들 가운데 94%는 고교에서 대학 입학에 필요한 최소 수학 이수 기준보다 많은 과목을 수강했고, 42%는 미적분이나 미적분 예비과정까지 이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업 이력과 성적표만 보면 대학 교육을 받을 준비를 마친 학생들이었지만 배치고사에서는 초·중등 과정의 보충수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정된 것이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성적 상승과 실제 학습 성과가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UC버클리 연구진이 2018∼2025년 미국 대형 연구대학에서 부여된 성적 약 50만 건을 분석한 결과, 2023년 챗GPT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 글쓰기와 코딩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쉬운 강좌에서 A학점 비중이 13%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약 30% 증가한 수치다. 과제 비중이 큰 강좌에서 상승 폭이 더 컸다는 점을 근거로 연구진은 전반적인 학습 성과 개선보다 AI를 활용한 과제 수행이 성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학위와 학점이 지원자의 실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자 기업도 채용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대학고용주협회(NACE)의 올해 조사에서는 기업의 약 70%가 학력보다 지원자가 입증한 역량을 평가하는 ‘기술 기반 채용’을 활용한다고 답했으며, 거의 모든 응답 기업이 인턴십 경험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았다. 같은 해 2분기 뉴욕연은 집계에서는 22∼27세 대졸자의 42%가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에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기술 기반 채용은 면접(87%)과 지원자 선별(65%) 단계에서 주로 활용됐으며, 학점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 기업 비중은 2019년 73%에서 올해 42%로 급감했다.

비용은 급등·효용은 하락

대학 간판이 취업과 소득을 보장한다는 믿음은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미국 성인 3,445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 고등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70%로 2020년의 56%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대졸자의 부정적 평가가 74%로 비대졸자(69%)보다 높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학이 등록금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한다는 평가는 79%, 학생을 고임금 일자리에 맞게 준비시키지 못한다는 응답은 55%에 달했다.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한다는 평가도 49%를 기록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둘러싼 회의론도 뚜렷하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에서는 4년제 대학 학위가 고임금 일자리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25%에 그쳤고, 49%는 학위의 중요성이 20년 전보다 낮아졌다고 답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대학에 진학할 가치가 있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반면 대출을 받지 않을 때만 가치가 있다는 응답은 47%, 비용을 들일 가치가 없다는 평가는 29%였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학사 학위 취득자의 48%, 대학원 학위 취득자의 54%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다. 높은 등록금과 불확실한 취업 성과가 맞물리면서 대학 이름을 경력의 보증서로 받아들이던 관행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AI가 허문 학력 장벽, 높아진 역량 가치

학위 효용에 대한 회의론은 기업의 채용 기준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지원자를 손쉽게 가려내기 위해 직무상 필요성이 크지 않은 일자리에도 대졸 요건을 붙였지만, 인력난이 심화하자 학위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하버드경영대학원과 버닝글래스 인스티튜트가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17∼2019년 중간숙련 직종의 46%와 고숙련 직종의 31%에서 대졸 요건이 뚜렷하게 줄었다. 당시 연구진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5년간 비대졸자에게 14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개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확산은 이러한 흐름에 속도를 붙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6개 대륙의 채용 공고 약 10억 건을 분석한 결과, 2019∼2024년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노출도가 낮은 직종보다 66% 빨랐다. 자동화 가능성이 큰 직종의 학위 요구 비율도 같은 기간 53%에서 44%로 9%포인트 낮아져 AI 노출도가 낮은 직종의 하락 폭인 5%포인트를 웃돌았다. 반면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의 임금은 같은 직종의 다른 일자리보다 평균 56% 높았다. PwC는 AI가 전문지식 습득의 문턱을 낮추고 기존 지식의 교체 주기를 단축하면서 과거의 학력보다 현재의 기술 활용 능력과 비판적 사고가 채용 과정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11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