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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이 섭식장애 유발” 먹방에 제동 건 유튜브, K푸드 홍보 전략도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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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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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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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속 폭식·감량 묘사, 취약 시청자 모방 위험 부각
유튜브 인기 채널 수익 중단, 제작 의도보다 시청자 영향 중시
먹방 앞세운 K푸드 홍보, 중독성·사회적 폐해 점검해야

유튜브가 폭식과 체중 감량 과정을 담은 인기 먹방 채널의 수익 창출을 잇달아 중단했다. 콘텐츠 제작자가 일상이나 회복 경험으로 공개한 영상도 취약한 시청자의 위험 행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동용 영상의 광고 제한과 소셜미디어(SNS)의 중독 유발 기능 규제에서도 콘텐츠와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먹방을 K푸드 홍보에 활용하는 국내 문화·식품업계 역시 홍보 효과에 앞서 콘텐츠의 중독성과 사회적 폐해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중 공개·폭식 묘사 영상에 수익 정지

21일 콘텐츠 크리에이터 살빼조의 유튜브 커뮤니티 공지에 따르면 그의 채널은 현재 수익 창출이 중단됐다. 살빼조는 먹방 브이로그와 바디프로필 도전기 등을 함께 올리며 식사와 신체 관리 과정을 보여온 유튜버다. 채널에는 다양한 메뉴를 즐기는 먹방 영상과 바디프로필 준비 영상이 각각 재생목록으로 묶여 있다. 그는 최근 폭식·섭식장애 관련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졌다고 설명하며 어떤 영상이 추가 제재를 받을지 몰라 업로드도 멈추고 소속사와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버 미소 역시 지난 15일 ‘내가 4년치 유튜브 영상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영상을 올리며 지난 3월 가이드라인 위반 통지를 받았고, 같은 달 말 추가 통지와 함께 수익 창출 기능이 일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미소는 100kg가 넘는 체중을 내세워 폭식과 체중 감량을 반복하는 과정을 공개해 왔다. 그는 “과거 영상에 담긴 구체적인 체중 수치·식단, 감량 방식이 문제가 됐다”며 “자신에게는 체중 감량과 회복의 기록이지만 취약한 시청자에게는 무리한 모방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콘텐츠는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이어트와 외모 관리 등 일상 전반을 다룬다. 팬에게는 먹고 싶은 마음과 살을 빼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공감한다는 사실과 그 안의 먹는 행동을 따라 해도 괜찮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로, 플랫폼의 보호 기준과 충돌하게 됐다.

표1. 먹방 콘텐츠의 변화와 유튜브 섭식장애 관련 규제

구분핵심 내용
먹방의 변화2009년 혼자 식사하는 시청자와 함께 먹는 개인방송에서 출발. 조회 수 경쟁 심해지며 대량 섭취와 자극적인 연출로 확대
영상 규제 확대2023년 섭식장애를 조장·미화하는 영상에 더해, 취약한 시청자가 위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는 콘텐츠까지 규제 범위 확대
광고 수익 제한2023년 9월부터 폭식·설사약 남용 등 모방 위험이 있는 섭식장애 관련 콘텐츠의 광고 수익 제한
후속 조치2025년 10월 청소년 보호 지침 강화 발표. 2026년 1월 섭식장애 주제 콘텐츠의 완전한 수익 창출 제외 방침 재확인
자료: 유튜브

섭식장애 콘텐츠 관리 강화

먹방은 2009년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시작됐다. 혼밥족이 늘던 시기, 화면 속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먹방의 출발점이었다. 먹방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조회 수 경쟁이 불붙으면서다. 평범한 한 끼로는 눈길을 끌기 어려워지자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먹기 경쟁으로 치달았다. 라면 몇 봉지에서 시작한 먹방은 수십 인분을 먹어치우는 '대식(大食) 쇼'로 변질됐다. 해외에서는 극단적인 폭식 콘텐츠로 알려진 유튜버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유튜브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2023년 유튜브는 기존의 섭식장애 조장·미화 금지에 더해 취약한 시청자가 모방할 수 있는 행동을 담은 콘텐츠까지 규제 범위를 넓힌다고 발표했다. 식후 구토나 극단적인 음식 섭취 제한을 보여주거나 설명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회복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과거의 위험한 행동을 상세히 묘사하면 연령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회복담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위험한 행동을 따라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9월에는 광고 가이드라인도 이에 맞춰 바꿨다. 섭식장애를 중심으로 다루면서 폭식이나 설사약 남용 등을 따라 하게 할 수 있는 내용을 공유하는 콘텐츠에 광고 수익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관련 기준을 보완했다. 유튜브는 지난해 10월 청소년 정신건강 보호 방안을 발표하면서 섭식장애 조장 콘텐츠에 대한 지침을 최근 강화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섭식장애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완전한 수익 창출 대상에서 계속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시장 지배력이 뒷받침한 제재

구글이 인기 콘텐츠인 먹방 채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데에는 유튜브의 사업 기반에 대한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이 공개한 지난해 유튜브의 광고·구독 매출은 600억 달러(약 81조960억원) 이상이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월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이 구독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광고와 유료 구독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면서 일부 인기 콘텐츠의 이탈을 감당할 여력도 갖췄다. 유해성 논란이 큰 영상의 수익을 제한해 광고주와 이용자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선택에도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이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먹방의 건강상 폐해를 우려할 근거도 축적됐다. 국제학술지 ‘정신건강과 중독’에 실린 19~29세 먹방 시청자 140명 대상 연구에서는 먹방 시청의 중독적 성향이 강할수록 인터넷 중독과 섭식 문제 수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연구에서도 경고 신호가 포착됐다. 연세대 의대 연구팀이 국내 중·고교생 5만453명을 분석한 결과, 먹방·쿡방을 시청하는 남학생의 비만 오즈는 비시청 집단의 1.22배였으며 시청 빈도와 비만 사이에도 연관성이 확인됐다.

아동 콘텐츠 규제 전례

시청자 보호를 위해 인기 콘텐츠의 수익을 제한하는 조치는 유튜브의 아동용 영상 규제에서도 시행된 바 있다. 유튜브의 아동용 콘텐츠 규제는 개인정보를 활용한 광고 관행부터 바꾸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2019년 9월 구글과 유튜브는 부모 동의 없이 아동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혐의와 관련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뉴욕주 검찰에 1억7,000만 달러(약 2,3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후속 조치로 2020년 1월부터 아동용 영상의 맞춤형 광고를 중단하고,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면서 댓글과 알림 기능도 차단했다. 아동용 콘텐츠로 분류되면 실제 시청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제작자에게는 아동용 여부를 직접 표시하도록 했으며, 유튜브도 머신러닝으로 해당 영상을 식별해 누락을 보완했다. 영상 내용에 따른 일반 광고는 유지됐지만 시청 이력과 관심사를 추적해 광고를 붙이는 수익 모델에는 제한이 생겼다.

광고에 쓰이는 정보를 제한한 데 이어 영상의 품질에도 수익 창출 조건을 붙였다. 유튜브는 아동 발달 전문가들과 마련한 품질 기준을 바탕으로 2021년 11월부터 저품질 아동용 영상의 광고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이런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채널은 수익 배분 프로그램 참여를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과도한 상품 홍보나 구매 유도, 부정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영상 등이 심사 대상이다. 같은 기준을 추천 시스템에도 적용해 저품질 영상의 노출을 줄이고, 아동 전용 서비스인 유튜브 키즈에서는 해당 채널을 제외하는 조치도 병행했다. 게시 자체가 허용되는 영상이라도 품질 기준에 미달하면 추천과 광고 수익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설계한 것이다.

먹방 앞세운 K푸드 마케팅, 식문화 왜곡 우려

유해 콘텐츠의 사회적 파장을 줄이기 위한 규제는 SNS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 17일부터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Act)에 따라 SNS·동영상 공유 서비스 등에 불법 콘텐츠의 유통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차단할 의무를 부과했다. 테러 선전과 혐오 범죄, 사기, 불법 촬영물 유포, 자살 조장 등이 대상이다. 사업자는 불법 게시물을 인지하면 신속히 삭제하고, 주요 범죄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처음부터 유통되지 않도록 예방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제재금 상한은 1,800만 파운드(약 324억원)와 전 세계 연간 매출의 10% 가운데 큰 금액이며, 중대한 사안에는 법원을 통한 영국 내 서비스 접속 차단도 가능하다.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보상 체계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8월 틱톡 라이트의 보상 프로그램을 역내에서 영구 철회한다는 틱톡의 약속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영상 시청과 ‘좋아요’, 계정 팔로우 등에 포인트를 지급하는 기능이 이용자의 중독적 행동을 자극할 수 있는데도 사전 위험 평가와 완화 조치가 부족하다고 본 결과다. 틱톡은 같은 효과를 내는 우회 프로그램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올해 2월 집행위는 틱톡 본체의 무한 스크롤·자동재생·개인화 추천에 대해서도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이라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을 포함한 이용자의 신체·정신건강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 야간 이용 중단 장치와 추천 시스템 수정 등을 필요한 조치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 국내 문화·식품업계도 과도한 섭취를 내세운 먹방을 K푸드 홍보에 활용하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학술지 ‘JAMA 소아과학’에 실린 연구는 관련 연구 96편을 검토해 식품 마케팅 노출과 아동·청소년의 음식 섭취량·선호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제품을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시청자의 식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문화·식품업계도 시청자의 중독적 소비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K푸드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 문화적 가치 확산과 삶의 질 향상에 부합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식품 전문가는 “음식 문화를 알리는 일에는 어떤 식생활을 권하는지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며 “업계는 과식을 흥행 수단으로 삼는 홍보 방식을 돌아보고, 한국 음식의 맛과 전통을 전하는 일이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도 보탬이 되도록 콘텐츠 선정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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