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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비용에 고유가까지" 이란 전쟁이 뒤흔든 美 금융시장, 연준 긴축·국채금리 상승 압력 동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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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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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연준 추가 긴축 전망에 무게 실어
이란 전쟁 장기화에 美 재정·인플레이션 부담 나란히 가중
美 국채 추가 발행·금리 상승 가능성 커져, 안전자산 위상도 '흔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이 재차 심화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진 결과다.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기준금리가 지난 2022~2023년 수준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향후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 국채가 기존과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전쟁 비용과 막대한 재정 적자로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부담이 대폭 확대된 상황에 통화 긴축까지 겹치며 국채금리 상방 압력이 가중된 탓이다.

BofA의 금리 경로 전망

19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크 카바나, 메건 스와이버 전략가 등은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2022~2023년 금리 인상기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기준금리 상단은 최고 5.5%였다. 반면 현재 금리 스와프 시장에 반영된 금리 전망은 4.5~4.75% 선이며, 지난 18일 기준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약 4.7%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BofA는 시장이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여전히 낮게 보고 있다며, 추가 긴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연준은 지금 통화 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보지 않고 있으며,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확률이 높다"며 "이 경우 단기 금리는 급등하겠지만 장기 금리는 오르지 않아 단·장기 금리 곡선 평탄화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물가와 경제 생산량이 목표에서 벗어난 정도를 토대로 적정 정책 금리를 계산하는 '테일러 준칙'도 근거로 꼽혔다. 이 준칙을 적용할 경우 연방기금금리의 적정 수준은 5.3%에 이른다는 것이 BofA의 평가다. 다만 블룸버그는 해당 전망이 BofA 내에서 연준을 주로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팀이 아닌 채권 시장을 분석해 고객에게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가팀을 통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 예측 확산

여타 월가 기관들 역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 경제분석팀은 지난 16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9월 금리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수정해, 연준이 다음번 조치에서 0.25%P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는 점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이번 인상을 '통화 완화 기조의 일부 회수'라고 설명한 점을 언급하며 "연준 위원회가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통화 긴축)'이었다"고 진단했다.

20일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마이클 구세이 글로벌 고정수익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확실한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테랑 시장 전략가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 역시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채권 금리를 계속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며 "연준이 지난주 금리를 올린 것은 인상 사이클의 시작일 뿐"이라고 짚었다. 그는 "유가 상승이 지속될수록 강한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美 국채 입지 '경고등'

일각에서는 미국 국채가 전통적인 안전자산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1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의 한 행사에서 "미국의 다음 경기 침체는 심각한 재정 위기를 유발해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를 오히려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경기 침체기에는 채권이 안전자산 역할을 한다는 수십 년간의 통념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풀이했다.

건들락 CEO는 "경기 침체가 온다면 (미국의) 재정 상황에 엄청난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까지 확대될 수 있고, 이자 비용은 연간 3조 달러(약 4,140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주장이 다소 극단적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채권이 더 이상 주식 손실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건들락 CEO는 장기금리 급등이 심화할 시 정책 당국이 비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 국채금리가 6.5% 안팎까지 오르면 연준이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강제로 누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단행할 수 있으며,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채무 재조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美 정부 재정 위기 심화

이처럼 월가의 '경계 태세'가 본격화한 근본적 원인으로는 이란 전쟁이 지목된다. 미국은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이미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상태다. 미 의회의 초당파적 예산 분석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이 1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따른 미 국방부 지출액은 380억 달러(약 51조6,000억원)로 추산됐다. 이는 전투로 소모된 탄약과 손실 장비의 교체 비용, 비행시간 증가에 따른 비용, 기타 작전 관련 비용, 연료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에 향후 전투가 지난 5∼6월처럼 낮은 강도로 지속될 경우 매달 20억 달러(약 2조7,160억원), 지난 7월 수준으로 격화하면 매달 30억 달러(약 4조74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이미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상태에서 전쟁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재무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7일 기준 미국의 총공공부채는 40조1,000억 달러(약 5경4,450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연방정부 내부 계정 간 채무를 제외한 민간 보유 연방부채는 32조4,000억 달러(약 4경4,000조원)다. 부채 확대에 따른 이자 부담도 상당하다. CBO는 2026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의 순이자지출이 1조 달러(약 1,360조원)로 GDP의 3.3%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전쟁 관련 지출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추가 지출을 증세나 여타 예산 삭감으로 상쇄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재원은 결국 국채 발행을 비롯한 차입을 통해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 재무부는 올해 7∼9월 민간 대상 시장성 국채 순차입 규모를 7,390억 달러(약 1,003조4,810억원)로 예상하고 있으며, 10∼12월에도 6,280억 달러(약 852조7,550억원)를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채 공급이 계속 늘어날 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며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

표1. 미국이 떠안은 재정 부담

부문주요 현황
이란 전쟁 비용8월 1일까지 380억 달러 지출, 향후 전황에 따라 매달 20억~30억 달러 추가 발생 전망
정부 부채9월 17일 기준 총공공부채 40조1,000억 달러, 민간 보유 연방부채 32조4,000억 달러
물가 압력고유가 영향으로 8월 전년 동월 대비 CPI 3.4%, 에너지 가격 16.3% 상승
금융시장연준의 금리 인상과 국채 공급 증가가 맞물리며 10년물 국채금리 5% 상회
자료: 미국 의회예산국·재무부·노동통계국·연방준비제도

전쟁發 물가 압박도 거세져

인플레이션 역시 미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이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를 타격하며 약 한 달 만에 대이란 군사 공격을 재개했고, 이후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1일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100.34달러(약 13만6,000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95.78달러(약 1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미 치솟고 있는 미 물가를 재차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4% 뛰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새 3.9% 높아지며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에너지 가격도 전월 대비 2.1%, 전년 동월 대비 16.3% 올랐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지난 16일 FOMC에서 2023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이번 인상이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보다 신속하게 되돌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준의 긴축 기조는 미 국채 시장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FOMC 개최 직전인 지난 14일 5%를 넘어섰고, 16일 FOMC 이후에도 재차 5%를 웃돌았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미국 정부는 전쟁 비용과 재정 적자로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유가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높은 조달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미국 금융 시장 상황과 투자 심리는 한동안 이란 전쟁의 전개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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