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AI 투자 지형 변화, GPU 넘어 전력·냉각·네트워크 등 '실물 인프라'로 확장
[AI 인프라] AI 투자 지형 변화, GPU 넘어 전력·냉각·네트워크 등 '실물 인프라'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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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등 AI발 전력 소비 증가로 병목 발생 AI 생태계 구동 위한 인프라 투자 중요성 부상 "AI 인프라 혁신, 차세대 가치 창출의 기회될 것"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전력·냉각·네트워크 등 실물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모델 고도화와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라 전력 소비 증가, 발열, 연결 병목 문제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전력망과 냉각 기술, 네트워크 장비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 산업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블룸에너지·HD현대일렉트릭 등 핵심 종목 지목
19일(현지시각) CNBC의 투자 전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만 매몰되면서 차세대 가치 창출의 결정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AI의 폭발적 성장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가 급증한 만큼,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가진 중소형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료전지 전문기업 블룸에너지(Bloom Energy)를 AI 인프라 혁신을 이끌 핵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블룸에너지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주문이 급증하며 시가총액이 350억 달러(약 51조원)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전력 유틸리티 회사 AEP와 26억5,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 계약에 성공하며 주가가 폭등했다.
이 외에도 AI 인프라 전력의 병목을 해소할 종목들이 투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버티브(Vertiv)는 액체 냉각 분야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며 데이터센터 열관리 시스템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의 선두 주자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도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리스타 네트웍스(Arista Networks)는 초고속 이더넷 스위칭 장비를 통해 AI 서버 간 데이터 병목 현상 해소하며 네트워크 인프라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인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망 노후화와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초고압 변압기 품귀 현상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AI발 전력 소비는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620~1,050테라와트시(TWh)로 2022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망 충격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 가트너도 올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4년 대비 160% 증가하는 반면, 공급업체의 용량 확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AI 데이터센터의 40%가 전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NEF 역시 "향후 10년간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3배 가까이 확대됐다"며 "대형 데이터센터가 농촌 등 외곽 지역에 집중돼 전력망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인프라 노후화에 전력 가격도 급등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를 비롯해 아일랜드, 영국 등 세계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에서는 전력망 연결을 위해 평균 7년에서 최대 15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아일랜드 더블린은 전력망 포화로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접속 신청을 아예 받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영국의 사정도 심각하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최근 5년간 전력 접속 대기 신청이 10배 급증했다"며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리드록(gridlock)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그리드록이란 전력망의 심각한 정체와 과부하로 인해 연결 지연이나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력망 병목 현상은 전력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 기구인 PJM 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에 따르면 10년 넘게 이어진 인프라 공급 축소와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이 맞물리면서 전력 용량 경매 가격이 전년 대비 800% 증가했다. 영국 역시 전력 시장에서 2027~2028년도 공급분 입찰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투자 부족과 전력 인프라 노후화를 지목한다. IEA는 "현재 전 세계 전력망 투자는 발전·전기화 투자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전력 안보의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2030년대 초까지 송·배전 투자를 발전 설비 투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간에 전력망을 확충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시장에서는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태양광이나 SMR를 배치해 전력의 일부를 자체 조달하고, 부족분만 기존 전력망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간대에 사용하는 방법도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연산 부하를 지역이나 시간대별로 분산하거나, 전력 가격과 계통 상황에 따라 워크로드를 이동시키는 방식 또한 전력망 증설 없이 병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차세대 냉각 기술로 해저 데이터센터 등도 거론
전력망과 함께 네트워크도 데이터센터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서버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수만 개의 GPU가 실시간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주고받는 초고밀도 연산 환경을 요구한다.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더라도 네트워크 대역폭이나 지연 시간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GPU 활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체 시스템 효율 역시 크게 저하된다. 특히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 환경에서는 기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AI 서버 간 데이터 이동량이 폭증하면서 초고속 이더넷과 저지연 스위칭 기술 도입,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냉각 기술도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투자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AI 전용 서버는 연산 밀도가 높은 만큼 발열도 크다.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40%가 냉각에 사용되는데, 이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70%가 채택하고 있는 공랭방식은 랙당 20킬로와트(kW)가 사실상 한계다. 이 같은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수랭방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수랭방식은 서버 내부 또는 랙 단위로 냉각수를 순환시켜 열을 직접 제거하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AI 팩토리용 슈퍼컴퓨터 GB200 NVL72가 수랭 기반으로 랙당 132kW 이상의 전력 밀도를 감당하도록 설계됐다.
액침 냉각 방식도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액침 냉각은 서버 전체를 절연액에 담가 열을 직접 흡수하는 방식으로, 공기나 물을 매개로 하지 않고 중앙처리장치(CPU), GPU, 메모리 등 발열 부품에서 발생한 열을 액체가 바로 흡수하기 때문에 열전달 효율이 높다. 서버 내부의 팬이 필요 없고 대규모 공조 설비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냉각에 소요되는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랙당 전력 밀도를 수십 kW 수준에서 수백 kW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고집적 AI 서버 환경에 적합한 구조로 분류된다.
냉각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설치하는 구상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해수의 안정적인 저온 환경을 활용해 냉각 효율을 높이고, 육상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냉각 설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육상 전력 인프라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형태로도 설계가 가능하다.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발열과 전력 소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액침 냉각과 함께 중장기 기술 옵션으로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