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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폭탄’에 EU ‘강대강’ 맞불, 유럽 독자 무장 가속화하나

트럼프 ‘관세폭탄’에 EU ‘강대강’ 맞불, 유럽 독자 무장 가속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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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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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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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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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發 추가 관세 위협, 베선트도 압박관세 옹호
EU, '무역 바주카포' 발동 및 보복관세 검토 등 강경 태세
발화점 된 '그린란드 관세', 대서양 관계 균열 현실화 조짐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무역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에 추가관세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며 강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촉발된 그린란드 문제가 미국과 유럽의 지경학적 이해 충돌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美 재무 '그린란드 병합' 재확인, "유럽은 약하지만, 美는 강해"

18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구상과 관련해 “미국은 이미 방어 의무를 지고 있는 지역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유럽은 약함을 드러내고 미국은 힘을 투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안보 강화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EU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해 “지정학적 결단이자 전략적 결정”이라며 “미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실제 전쟁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인들이 이것(그린란드 병합)이 그린란드와 유럽, 미국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베선트 장관은 “유럽 지도자들은 결국 돌아서서 미국의 안전보장 우산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지원을 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든 것이 붕괴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 세기 넘게 미국 대통령들은 그린란드 획득을 원해 왔다”며 “우리는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와 내년을 넘어 북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잠재적 전투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그린란드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8개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6월에는 이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8개국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했거나 파견 의사를 밝힌 나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8개국이 “명확한 목적도 없이 그린란드로 향했다”며 “이런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국가들은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관세 부과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관세 조치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160조 보복관세 및 무역제재 검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관세 부과까지 꺼내 들자 유럽 내에서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역 전쟁 등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으나, 비판을 자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토 방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여전히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은 외교·안보 전선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및 타협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제는 '강대강'으로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든 그린란드에서든 협박과 위협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관세 위협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유럽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관세 조치는)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유럽은 단결하고 협력해 주권 수호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나토의 집단 안보를 추구하는 동맹에 대한 관세 부과는 완전히 잘못된 일”(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등 비판이 이어졌다.

EU 대사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EU 27개 회원국은 미국에 930억 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EU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을 제한하는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ACI)'을 꺼낼지 논의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2023년 도입된 뒤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일 때 이미 보복 관세를 부과할 제품 목록을 작성했지만, 무역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유예한 바 있다.

독자적 무장 강화 인식 확산, 국방비 확대 불가피

유럽 내 미군 기지 폐쇄도 유럽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된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한 유럽 외교관은 미군 기지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자는 제안을 포함해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미국은 유럽에 31개의 상설 기지와 19개의 기타 군사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6만7,500명의 병력이 배치돼 있다. 특히 나토 최대 규모인 독일 람슈타인 공군 기지는 미국이 중동·아프리카에 병력을 투입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할 당시 루마니아 흑해 연안 인근의 나토 공군기지 등에서 유럽의 공군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주에는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나포하는 작전에 영국 기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유럽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유럽 내 군사 시설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중단해도 미국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유럽은 2024년 총 760억 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승인했는데, 이는 그해 미국의 무기 수출량의 절반을 넘는 규모였다.

EU 일각에선 대미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들의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을 안보 동맹으로 의존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유럽이 미국에 분노하면서도 쉽게 맞설 수 없었던 이유는 안보 종속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나토가 공개한 방위비를 보면 2024년 나토 전체 지출 1조4,515억 달러(약 2,140조원) 가운데 미국은 9,350억 달러(약 1,378조원)로 64%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유럽과 캐나다 등 나머지 동맹국의 합계보다 1.81배 많은 수치다. 2025년 추정치에서도 미국은 1조5,880억 달러(약 2,340조원) 중 약 62.7%인 9,800억 달러(약 1,445조원)로, 다른 회원국의 합산인 6,079억 달러(약 896조원)의 1.61배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2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나토를 구한 것은 바로 나”라고 적은 것도 이런 근거가 바탕이 됐다.

다만 유럽이 독자적 안보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에 따르면 미군이 유럽에 제공한 재래식 전력을 유사한 수준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할 때 향후 25년간 신규 무기체계와 플랫폼 조달비만 2,260억~3,444억 달러(약 333조~507조원)가 들고, 총 비용은 1조 달러(약 1,4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만성적 저성장과 빠듯한 공공 재정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들에 있어 막대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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