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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지형 바꾸는 AI·고령화, AI발 채용 절벽 속 ‘고령자 돌봄’ 일자리는 증가

고용 지형 바꾸는 AI·고령화, AI발 채용 절벽 속 ‘고령자 돌봄’ 일자리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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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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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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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따른 고용 축소 기조 확대
초고령화 심화 속 돌봄 일자리는 증가
에이지테크 중심의 노동·산업 재편 가속

미국 산업계 전반에 인력 감축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이 노동 시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반면 고령화 추세에 따라 돌봄 서비스와 IT 기술이 결합된 '에이지테크(Age-Tech)' 관련 직종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만 겪는 문제가 아닌 글로벌 추세로, 한국과 일본 등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주요국들도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AI 중심의 돌봄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노동 시장이 AI에 의한 직무 재편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실버 산업 확산이라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모양새다.

미국 95만 개 일자리, AI로 대체

4일(이하 현지시각)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최근 미국 산업계 전반에서는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기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서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주최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경영진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감축하거나 현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3분의 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인디드는 “고용 확대가 더 이상 기본 선택지가 아닌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보도에서 미국 대기업들이 2026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채용 확대를 사실상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와 핀테크 기업 차임파이낸셜(Chime Financial) 등이 이미 내년 직원 수를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고용을 늘리지 않는 선택이 소수 기업의 방어적 판단이 아닌,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 현장에서도 고용 축소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9월 사무직 직원 900명을 해고했고, 10월에는 타깃이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1,800개 일자리를 없앴다. 아마존, 버라이즌, 타깃,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UPS) 등 주요 기업들도 최근 수개월간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사무직 인력을 감축했다. 재취업 알선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선 9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 확산에 따른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공동 연구진은 AI 기술이 미국 전체 노동시장의 11.7%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미국 내 노동자 1억5,100만 명이 하는 일을 하나하나 쪼개 ‘디지털 업무 목록’으로 만든 뒤, 그 일을 AI가 실제로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 비교했다. 각 직업이 요구하는 3만2,000여 개의 기술(skill)과 AI 시스템이 제공하는 1만3,000여 개의 기능을 일대일로 매칭한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 목록’과 ‘AI가 할 수 있는 일 목록’을 비교해 겹치는 부분을 분석한 셈이다.

분석 결과 행정, 금융, 사무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AI 기술의 가치는 미 노동 인구 총임금의 11.7%(약 1조2,000억 달러)에 달했다. 채용 축소나 일부 직무의 재편처럼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직무 내부에서 AI가 수행할 수 있는 잠재 업무량은 그보다 5배 이상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영향은 실리콘밸리 등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비도시 지역을 포함한 미국 50개 주(州) 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오는 2034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순위. 재가 돌봄·개인 간병인이 1위를 차지했다/출처=USA팩츠, 미 노동통계국

美서 가장 빠르게 늘어날 직업은 ‘돌봄직’

반면 에이지테크 관련 직종의 고용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데이터 시각화 매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Visual Capitalist)가 미국의 비영리 통계 플랫폼 USA팩츠와 미 노동통계국(BLS) 자료를 바탕으로 오는 2034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할 직업을 정리한 결과, 향후 10년 동안 가장 많은 신규 일자리가 생길 직업은 재가 돌봄·개인 간병인으로, 약 73만9,8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고령 인구 증가와 만성 질환자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의하면 미국 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04년 12.4%에서 2024년 18%로 커졌다. 고령 인구가 아동 인구보다 많은 주는 2020년 3개 주에서 2024년 11개 주로 크게 증가했다. 2030년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하며 초고령사회로 전환될 예정이다. 2016년 65세 이상 비중은 15.2%였으나, 2060년에는 23.4%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노동력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보고서는 2032년까지 460만 개의 돌봄 일자리가 충원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니어케어 전문 매체 맥나이츠 시니어 리빙은 장기요양 분야의 인력 부족이 의료 분야 중 가장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관련 인력은 2020년 이후 7% 넘게 감소했다.

이 같은 고령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서는 일자리 확대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나 AI 기반 돌봄 서비스 확대 움직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로봇이 고령자의 거동을 돕거나 물건에 부착된 태그가 움직임과 활동 정보를 감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보호자에게 전송해 원격으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형태다. 특히 AI의 접목은 기존 에이지테크 영역을 '사건 발생 후 반응적 돌봄'에서 '사건 발생 전 예측적 관리'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지테크로 재편되는 초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다른 주요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65세 이상 인구가 1,05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하면서 에이지테크 산업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경희대 에이지테크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시니어 산업 규모는 83조원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26조~27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는 단순 돌봄과 질병 예방을 넘어 건강관리·재활·인지훈련 등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이다. 특히 구매력 있는 고령층이 늘면서 단순한 생존 관리가 아닌 ‘웰에이징(Well-Aging)’ 중심의 건강관리 제품 및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안정 및 안전을 위한 AI 돌봄 로봇도 확산하고 있다. ‘효돌’은 국내 180개 지자체와 360여 개 노인복지 기관에서 활용 중인 감성 돌봄 로봇이다. 대화형 AI를 통해 복약·식사 알림, 안전 모니터링, 인지활동 유도 등의 기능을 제공해 홀몸 노인들의 일상 생활과 건강 관리는 돕는 역할을 한다. 장시간 움직임이 없을 경우 위험 신호를 보내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퀴즈와 노래로 인지 활동을 촉진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도 에이지테크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표한 '초고령사회 일본의 에이지테크' 보고서에 의하면 이미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현재 그 비율이 29%를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곧 돌봄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는 약 25만 명, 2040년에는 57만 명의 돌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직 구인배수는 3.97배로, 다른 산업보다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일본 정부는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기술을 통한 효율화와 자동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에이지테크 확산은 정부의 지원과 민간 기업의 협력이 결합된 결과다. 특히 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니즈·시즈 매칭' 플랫폼은 현장의 수요와 기업 기술을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요양시설이나 리빙랩에서 제시한 문제를 '과제 카탈로그'로 정리하고, 기술 기업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일부 요양원에서는 맞춤형 돌봄 로봇과 복약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실증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작년 기준 고령사회 대응 예산은 24조2,000억 엔(약 223조원)으로 전년보다 6,000억 엔(약 5조5,000억원)가량 늘어났고,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IT 도입 보조사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뒷받침 속에서 일본의 실버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지난해 일본 실버산업 규모를 101조3,000억 엔(약 932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07년보다 61%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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