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해외 DS]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뇌 임플란트, 뇌졸중 환자 정체성 회복에 나서

[해외 DS]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뇌 임플란트, 뇌졸중 환자 정체성 회복에 나서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두 가지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뇌 임플란트 등장
모국어 말하기는 의사소통을 넘어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연구진은 뇌 임플란트가 일본어, 중국어 등 전 세계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장밋빛 미래 꿈꿔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이중언어
사진=Scientific American

두 가지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가 처음 등장했다. 뇌 임플란트는 뇌졸중 환자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 이번에 등장한 뇌 임플란트는 인공지능 시스템과 결합하여 환자가 말하려는 내용을 곧바로 스페인어와 영어로 전환하여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생각을 전달하는 뇌 임플란트

최근 뇌 임플란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서는 뇌 임플란트가 모국어 의사소통을 넘어 다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세르게이 스타비스키와 데이비스는 이 연구가 새롭게 떠오르는 언어 복원 신경보철 분야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며 앞으로 등장하게 될 뇌 임플란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타비스키는 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뇌 임플란트가 다른 기술과 결합되면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일 것이라며 뇌 임플란트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구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판초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과 진행됐다. 그는 스무 살에 뇌졸중에 걸려 신체의 많은 부분이 마비되었다. 안타깝게도 끙끙거리는 소리만 낼 수 있을 뿐,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에드워드 창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기 위해 판초와 함께 뇌졸중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21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창이 이끄는 팀은 판초의 피질에 전극을 이식하여 신경 활동을 기록했고 이를 단어로 화면에 표시하는 성과를 이뤘다.

판초가 말하고자 했던 첫 문장은 “우리 가족은 밖에 있어”였다. 문장은 영어로 화면에 표시됐다. 영어로 화면에 표시된 것은 놀라운 결과인데, 이름에서 추측했듯이 판초는 스페인어가 모국어이고 영어는 뇌졸중을 겪은 후에 배웠기 때문이다.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그는 스페인어에 더욱 친숙하고 소속감을 느낀다. 창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정체성이 정해진다며 연구의 장기 목표는 단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국어 의사소통을 넘어 두 가지 언어 의사소통에 도전하는 ‘뇌 임플란트’

연구진은 모국어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 창의 박사 과정 학생인 알렉산더 실바는 판초가 떠올린 약 200개의 단어를 시스템에 반영했고 판초가 각 단어를 만들려 할 때 전극에 뚜렷한 신경 패턴이 기록되었다.

연구진은 판초가 말하려는 구문에 스페인어와 영어 모듈로 구성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시켰다. 스페인어 모듈은 구문의 첫 단어가 신경 패턴과 가장 일치하는 스페인어 단어를 선택했고 영어 모듈은 동일한 작업에 대해 영어 단어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영어 모듈은 구문의 첫 번째 단어로 ‘she’를 선택했고 선택이 맞을 확률을 70%로 평가했다. 반면 스페인어 모듈은 ‘estar(되다)’를 선택하고 선택이 맞을 확률을 40%로 예측했다.

또한 두 모듈은 신경 패턴 일치뿐만 아니라 첫 번째 단어에 뒤따를 가능성을 고려하여 두 번째 단어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I am’에 ‘I not’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최종 출력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된 두 문장이지만, 판초가 마주하는 화면에는 판초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나타낸 구문을 표시했다. 여기서 명확함은 총 확률 점수를 기준으로 했다.

모듈은 첫 단어를 기준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88%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으며 75% 정확도로 정확한 문장을 해독했다. 판초는 모듈을 통해 연구팀과 대화를 나누었고 실바는 처음 문장을 완성한 후 몇 분간 웃고 있었다며 연구의 기쁨을 드러냈다.

두 가지 언어, 하나의 뇌

더불어 연구는 뇌가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 단서를 제공했다. 새로운 연구 이전에는 서로 다른 언어가 뇌의 서로 다른 부분을 활성화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피질에 직접 신호를 기록한 결과, 스페인어와 영어의 많은 활동이 실제로 같은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놀라운 점은 판초는 이중언어를 사용하면서 자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중언어를 사용하며 자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서로 다른 언어가 일부 신경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돗쿄 의과대학의 신경생리학자인 켄지 칸사쿠는 중국어나 일본어같이 영어와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진 언어로 연구를 확장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실바는 이미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전환하는 것도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뇌 임플란트 연구는 한 가지 언어 의사소통에서 두 가지 언어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추세다. 이는 뇌 임플란트가 의사소통 기능을 넘어 모국어 말하기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모국어 말하기는 의사소통 기능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뇌 임플란트가 더욱 발전되어 전 세계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회복하는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실적 부진에 매각 위기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실적 부진에 매각 위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 '드비어스' 지분 85% 매각 추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에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급락
중동 국부펀드, LVMH, BHP, 보츠와나 정부 등 매수 가능성
debeers_20240528
사진=드비어스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국의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을 발표했다. 구리 등 주력 사업만 남기고 석탄, 니켈, 백금 등 수요 감소로 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침체하면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됐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현재 드비어스 보유지분 85%에 대한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원석 가격 40% 인하, 영업이익 95% 급락

28일 업계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드비어스의 매각을 위해 잠재 매수자들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매수자 목록에는 명품 패션 기업,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비어스는 1888년 제국주의의 신봉자였던 세실 로즈 남아프리카 케이프주 총독이 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연합 광산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1926년 앵글로아메리칸 창립자인 어니스트 오펜하이머가 드비어스를 재매입했고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90%를 유통하면서 시장 1위 기업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

하지만 2006년 당시 세계 2위 다이아몬드 회사였던 러시아 국영기업 알로사와의 가격 담합이 드러나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으면서 독점 체제가 무너졌고, 최근에는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락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드비어스의 공시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43억 달러(약 5조8,800억원)를 기록했으며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전년 대비 95% 급감한 7,200만 달러(약 983억원)로 집계됐다. 원석 판매량도 2,470만 캐럿으로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diamond_20240528
로이드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사진=로이드

드비어스의 쇠락에는 랩그로운(Lab Grown·연구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해 차이를 식별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20~30% 수준으로 저렴하다. 에단 골란(Edahn Golan) 다이아몬드 리서치앤데이터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2020년 2.4%에서 2023년 9.3%로 4배가량 확대됐다.

주얼리 시장의 수요가 천연 다이아몬드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이동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주얼리로 가공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격을 전년 대비 40%가량 인하했다.

수익성 낮은 다이아몬드·백금·니켈 사업 등 구조조정

이에 드비어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앵글로아메리칸도 지난해 중국의 내수 침체로 인한 구리 가격 하락, 인도네시아 니켈 공급 과잉,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리튬 가격 급락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배당금을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을 통해 백금, 다이아몬드 등 수요가 감소하는 사업부를 매각하고 구리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매각 논의가 진행 중인 드비어스 외에 백금 사업부는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철광석 생산에 쓰이는 연료용 석탄 자산을 매각하고 니켈 사업도 중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앵글로아메리칸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연 17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대신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은 구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던컨 완블래드 앵글로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회사의 핵심사업은 구리"라며 "인수합병(M&A)과 자체 성장을 모두 도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그간 복잡한 포트폴리오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구리의 가치를 시장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1분기에만 3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다.

다이아몬드 인기 회복되지 않아, 매각 쉽지 않을 수도

앵글로아메리칸이 드비어스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보면 이전만큼 다이아몬드 사업을 매력적인 포트폴리오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대한 인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드비어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다이아몬드 시장 슬럼프의 원인이 사이클에 따른 주기적인 침체인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에 따른 것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주요 잠재 매수자로 꼽힌다. 실제 LVMH는 ‘광산에서 시장까지’ 주얼리의 가치 창출 경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2017년까지 드비어스의 지분 절반을 보유했다. 하지만 대량의 중·저품질 다이아몬드 판매는 최고급 주얼리를 지향하는 회사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광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각종 리스크, 산지 정부와의 복잡한 협력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패션 그룹의 특성상 이런 사안을 두루 살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앵글로아메리칸과 함께 드비어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보츠와나 정부가 드비어스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드비어스와 보츠와나 정부 간 원석 판매 계약마저 지연되는 상황에서 드비어스를 매수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보츠와나 정부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밖에 2013년 에카티 광산을 매각하고 다이아몬드 광산업을 떠나 있던 BHP도 드비어스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쿠팡 'PB 상품 유도' 의혹 띄운 공정위, 업계선 "알고리즘 보정 대책 효용 있나"

쿠팡 'PB 상품 유도' 의혹 띄운 공정위, 업계선 "알고리즘 보정 대책 효용 있나"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PB 상품 우대 의혹 쿠팡, 최대 5,000억원 과징금 부과 전망
업계선 비판 의견, 이준석 당선인도 "시대착오적 정책 판단"
'알고리즘 정상화' 강조하는 공정위, 알고리즘 보정 의미 있을까
coupang_TE_002_20240528_PB

쿠팡의 PB(자체 브랜드) 상품 우대 의혹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내달 초로 다가왔다. 최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물을 수 있단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의 문제 제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한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데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시선에서다.

공정위 "쿠팡, 알고리즘 조작해 PB 구매 유도"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9일과 내달 5일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PB 상품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쿠팡이 체험단 등을 활용함으로써 알고리즘을 조작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을 상단에 배치해 구매를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쿠팡 랭킹'이 소비자 기만을 통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하면서 ‘법인 고발’ 의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은 쿠팡의 PB 매출이 아닌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5,000억원까지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가 국내 500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총액 2,248억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가격 저렴한 PB 제품, '실체 없는' 소비자 피해?

이번 제재 논의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이는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다. 쿠팡 PB 상품이 다른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제품보다 더 싸고 배송도 빠른 만큼 설령 쿠팡이 PB 상품 구매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 PB 상품은 NB 제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특히 쿠팡이 판매 중인 생수 브랜드 '탐사수'는 NB 제품보다 최대 50%나 저렴하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PB 제품이 쏠리는 건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쿠팡도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검색 결과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인위적인 알고리즘 조작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에는 (공정위가) PB 상품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또 일을 벌이려고 한다"며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구나 PB를 건드리는 것을 보면 정책 방향성을 누가 설정하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PB 상품을 규제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관련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길 기대한다"고 쓰기도 했다.

coupang_fair_trade_commission_TE_20240528

알고리즘 보정 주장하지만, 효용성엔 '물음표'

이에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당선인의 주장에 거듭 반박했다. PB 상품의 개발·판매를 억제해 물가 부담을 가중하겠단 의도는 일절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해명에도 업계의 비판은 여전하다. 공정위가 소비자 수요가 몰린 상품이 PB 제품이란 이유만으로 알고리즘을 보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최종적으로 공정위가 승리했을 때 부수적으로 나타날 문제도 크다. 차별적 알고리즘을 보정해야 한다면, 보정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할 것인가에 이견이 갈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여러 주 법원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 콤파스(COMPAS)를 예로 들며 애초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것으로 불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서 지난 2016년 미국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는 콤파스가 흑인을 차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콤파스는 피고의 범죄 참여, 생활 방식, 성격과 태도, 가족과 사회적 배제 등을 점수로 환산해 재범 가능성을 계산해 판사에게 구속 여부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인데,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콤파스는 통상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백인보다 2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으로 변수에 인종이 포함돼 있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에 MIT(매사추세츠공대) 테크놀로지 리뷰는 콤파스의 흑인 차별 알고리즘을 수정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변수를 조정함으로써 인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수감 비율이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콤파스는 동일 범행에 대해 인종별로 다른 처벌을 내리는 등 또 다른 차별 알고리즘을 실행했다. 이는 콤파스 알고리즘이 차별적으로 구성된 원인이 재판 단계 이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과 백인 피고가 범행 뒤 검거되는 비율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하다 보니 단순 변수 조정 등 수정 행위로 알고리즘이 정상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콤파스 사례에 대해 앤드루 셀브스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알고리즘의 효용성은 가치가 있지만, 공정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수학적 표현으로 바꿀 때마다 그 미묘함, 유연성, 융통성을 잃게 된다"고 언급했다. 결국 공정위가 주장하는 쿠팡 알고리즘에 대한 보정에 실질적 효용이 있을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국내 AI 개발자들, '코딩 테스트 중심' 고용시장부터 변혁해야

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국내 AI 개발자들, '코딩 테스트 중심' 고용시장부터 변혁해야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AI 확산에 개발자 수요도 늘었지만, "역량 평가 효용은 글쎄"
'코딩 붐' 시절 못 버린 한국, 막상 글로벌 시장선 코딩 중요도↓
인력 채용에 '코딩 테스트' 강조하는 고용시장, 직무 연관성 있나
AI_developer_TE_20240528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래 AI(인공지능) 직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딩을 배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AI 개발 직무에 진입하기 위해선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글로벌 AI 시장에선 코딩의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구시대적 인력 검증 시스템만을 고집하는 고용시장이 국내 AI 시장의 상장을 막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AI 붐'에 개발자 직군 수요↑, 하지만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챗GPT 출시를 기점으로 개발자 직군의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산업계에 'AI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채용 플랫폼 사람인과 개발자 플랫폼 점핏에 따르면 지난해 ‘챗봇’, ‘알고리즘’, ‘딥러닝’ 등 AI 연관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각각 23.7%, 23.0%, 5.2% 늘었다.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 AI 개발자 역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우수한 개발자를 가려내기 위해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실시한다. 개발자의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겠단 취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만으로 역량 있는 개발자를 가려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쏟아낸다.

통상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는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테스트가 아닌 알고리즘 수학과 컴퓨터적 사고방식을 평가하는 테스트에 가깝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관계없이 알고리즘 기법에 기반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된다는 점도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의 한계다. 결국 단순히 '기출 문제'만 많이 풀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테스트란 의미기 때문이다.

역량 평가의 기반이 되는 코딩 자격증에도 의문이 적지 않다. 근래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검증이 미흡한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는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코딩 자격증은 지난달 말 기준 429개에 달하는데, 이 중 정부 공인 자격증은 단 한 개도 없다. 최근엔 민간 전문 자격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초등학생이 취득할 수 있는 코딩 자격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실상 '자격증 장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글로벌 중요도 낮아진 코딩, 국내선 여전히 '코딩 중심'

국내 AI 흐름의 중심이 여전히 코딩에 있단 것도 주요 지적 사항 중 하나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코딩은 이미 저문 해에 가깝다. AI 직무에서 코딩의 중요성이 크지 않단 의미다. 당장 미국 유수 명문대들만 봐도 AI 관련 전공 과목에서 코딩 교육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공학 명문 카네기멜런대학이 매년 외부에 공개하는 온라인 강좌에도 AI 및 데이터 과학 강의에 코딩 위주 강의는 하나도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더 이상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벌써 도래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아직도 코딩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학교는 올해 전교생 대상으로 필수 코딩교양 6학점(SW프로그래밍의기초·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SW(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의기초 강의에선 파이썬을 다루고 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 강의에선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프로그래밍 기본 소양 함양을 촉진하겠단 취지지만, 역시 코딩에 주안점이 있단 점에서 "대학들이 고용시장의 '코딩 붐'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떨쳐내진 못했다.

이 같은 코딩교육 도입이 과기부의 SW중심대학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탓에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시장 흐름을 역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SW중심대학사업은 산업체 수요 기반의 SW교육과정 개편 및 SW 전공 정원 확대, SW 융합인력 양성 등 SW 전문인재 양성을 주도하겠단 목표 아래 2015년 처음 시행됐다.

해당 사업에 대해 과기부 측은 "2020년까지 6년간 총 2만5,095명의 SW전공인력과 1만5,642명의 융합인력을 배출은 AI·SW 전문인재 양성 핵심 사업"이라며 성과를 자찬하기도 했으나, 업계에선 "AI에 대한 '고급 인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인 SW 사업에 과연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AI_money_employ_TE_20240528

코딩 테스트 위주 역량 평가, "고용시장 안일함 타파해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IT 업계 고용시장에 만연한 "뭐가 됐든 코딩 테스트만 통과하면 그만"이란 인식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딩 테스트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효용을 갖지 못하는 시점에 코팅 테스트에만 매몰돼 있으면 업계 전반이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에서다.

고용시장이 AI 역량 평가에 코딩 테스트를 거듭 강조하면서 국내 관련 직무자들의 AI 식견이 지나치게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코딩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입력에 따라 출력이 나오는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대부분 관련 플랫폼들이 미리 준비해 둔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점수화해 결과로 알려준다. 구체적인 하나의 답이 꼭 정해져 있다 단언할 수 없는 AI 개발 직무가 코딩 테스트로 하여금 '정해진 정답'만을 찾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코딩 테스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여러 문제를 풀도록 강제한다는 것도 문제다. 넉넉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빠르게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개발자의 역량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최근엔 코딩 테스트가 선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으로 전환되면서 더 어렵고,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AI 채용 등용문과 실제 직무 사이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시스템으로 인력을 검증하는 데 '중독'된 국내 기업의 안일함이 글로벌 흐름에 어긋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 낸 셈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nm 개발 순조롭다" 자신감 드러낸 TSMC,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도 '수율 지옥'

"2nm 개발 순조롭다" 자신감 드러낸 TSMC,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도 '수율 지옥'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예정대로 2025년 양산" TSMC의 2nm 질주
큰손 고객 '애플' 등에 업고 순조롭게 시장 개척
겨우 3nm 도전장 내민 삼성전자, 수율 문제 어쩌나
tsmc_chip_20240528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2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에 확산한 '양산 연기설'을 전면적으로 부정함과 동시에 2nm 공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TSMC가 애플 등 든든한 협력사를 등에 업고 파운드리 시장을 질주하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부문 '수율' 논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TSMC 2nm 개발 상황은?

27일 공상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장샤오강 TSMC 공정개발 담당 부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한 포럼에서 "2nm 공정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계획대로 2025년께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시장 내에서 확산한 TSMC의 2nm 공정 양산 시점 연기설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TSMC의 2nm 공정이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배경으로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지목된다. 삼성전자가 2022년 6월 3nm 공정에 도입한 GAA는 반도체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의 누설 전류를 줄여 칩의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장 부사장은 "GAA를 적용했을 때 수율(전체 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은 목표치의 90%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도 "2nm 공정에 대한 수요는 3nm, 5nm를 넘어설 것"이라며 제품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2nm 공정이 TSMC의 주력인 3nm 공정 이상의 수요를 끌어모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TSMC 전체 매출 중 3nm 공정 매출 비중은 6% 수준이다.

apple_tsmc_20240528

애플과의 탄탄한 협력 관계

시장에서는 TSMC의 '2nm 자신감'이 대형 고객사 애플과의 탄탄한 협력 관계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실제 지난 4월 11일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는 TSMC의 2nm 칩 연구·개발이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으며, 추후 2025년 출시될 아이폰17 프로와 아이폰17 프로 맥스용 칩으로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COO)가 대만을 극비 방문, 웨이 CEO와 2nm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대만 경제일보가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양측은 애플이 설계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TSMC의 2nm 또는 차후에 상용화할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로 제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TSMC의 2nm 프로세스가 애플의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될 자체 AI 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용 AI 칩 프로젝트인 'ACDC'(Apple Chips in Data Center)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각생' 삼성전자 어쩌나

TSMC가 애플을 등에 업고 약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에야 첫 3nm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미 3nm 공정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TSMC에 뒤늦게 '도전장'을 내미는 구도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작동을 위해 다양한 고급 연산을 담당한다.

양사 경쟁의 관건은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 안정화다. 중국 EET-CHINA, 대만 자유시보 등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nm 공정 수율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하는 칩 10개 중 8개에는 결함이 있는 셈이다. 반면 TSMC의 3nm 공정 'N3B'의 수율은 5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시장 진출 시점, 기술력 등 다방면에서 TSCM에 선두를 빼앗겼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는 '파운드리·SAFE 포럼'에서 2027년으로 설정한 1nm대 공정 양산 일정을 2026년으로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점차 격화하는 파운드리 시장 내 '나노 경쟁'을 의식해 본격적으로 TSMC에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3nm 기술력조차 입증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1nm 양산 소식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HBM4에 메모리 컨트롤러 탑재" HBM 독주 이어가는 SK하이닉스

"HBM4에 메모리 컨트롤러 탑재" HBM 독주 이어가는 SK하이닉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SK하이닉스, HBM 경쟁력 제고에 총력
HBM 질주 속 실적 개선세, 주가도 고공행진
TSMC와 차세대 HBM 제품 준비, 삼성은 영향력 약화
sk_hynix_hbm_20240528

SK하이닉스가 연산, 통신 기능 등을 추가한 신개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 AI 반도체 칩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어 추가적인 성능 개선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의 '혁신'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제품에 △컴퓨팅 △캐시 △네트워크 메모리 등 새로운 기능을 대거 추가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본격적인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에 돌입했다. IP는 반도체 칩 내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필수 회로 단위(블록)으로, 다양한 IP가 합쳐져 하나의 칩이 구현된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칩은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프로세서를 중앙에 두고 주변에 HBM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메모리 컨트롤러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등이 하나의 패키지를 구성,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의 신기능 추가는 이 같은 기존 AI 반도체 칩의 '구조' 자체를 뒤집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우선 2025년 개발 예정인 6세대 HBM(HBM4) '베이스 다이(Die)'에 시스템 반도체인 메모리 컨트롤러 IP를 탑재할 계획이다. 메모리 컨트롤러는 HBM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나아가 HBM 제품에 컴퓨팅, 캐시 및 네트워크 기능 등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외부 부품을 통해 구현하던 기능을 HBM 내에 직접 탑재, 기술적으로 AI 반도체 칩 성능·전력·크기(PPA) 등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필요에 따라 GPU나 CPU(중앙처리장치) 등 프로세서 기능 일부를 HBM에서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HBM 시장 영향력 확대 기대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내 입지는 한층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적과 주가가 나란히 '탄탄대로'를 걷는 이상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2조4,296억원으로 역대 1분기 실적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조8,860억원(영업이익률 23%)으로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다.

탄탄한 실적은 주가 성장으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6%(2,900원) 오른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주가가 20만9,000원, 시가총액은 152조1,525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11년 12월 국내 상장사 최초로 시가총액 150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이후 13년 만에 ‘몸값 150조원’ 괴물 기업이 배출된 것이다.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고공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설정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이날보다 56.0%(약 81조원) 늘어난 225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samsung_sk_hbm_20240528

TSMC와의 기술적 협력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다양한 '입지 강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와의 기술적 협력 관계 구축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부터 로직다이(HBM을 컨트롤하는 부품) 제조를 TSMC에 맡길 예정이다. 미세 공정이 적용되는 첨단 로직다이를 수급하기 위한 '길'을 개척한 것이다.

TSMC는 HBM4 로직다이 제조에 12나노와 함께 첨단 공정인 5나노 공정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협력을 통해 SK하이닉스 HBM 제품의 성능 전반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실제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첨단 기술팀장은 지난 13일 국제메모리워크숍(IMW) 2024에 참가, “HBM4의 전력 효율은 전작 HBM3E와 비교해 30% 개선될 것”이라며 “대역폭은 1.4배, 집적도는 1.3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BM 최강자인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가 기술 연합 관계를 구축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대표적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입지는 점차 좁아져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에, 3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서는 TSMC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화했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쿠팡, '전국 100% 쿠세권' 위한 물류센터 조성 본격화

쿠팡, '전국 100% 쿠세권' 위한 물류센터 조성 본격화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수정

'3조원 투자 계획' 외에 분당에 물류센터 신규 임차 추진
광주·제천·김천·대전 등 비수도권에도 물류 인프라 확대
쿠팡·알리 간 물류 경쟁, 수요층 달라 영향 미미할 수도
coupang_20240527-1
‘전국 100% 로켓배송’ 소개 동영상/사진=쿠팡 뉴스룸 유튜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 속에 쿠팡이 물류 인프라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오는 2027년까지 전국을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해당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도 물류센터 확보를 추진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제천물류센터 착공과 광주 물류센터 준공 일정도 줄줄이 앞두고 있어 알리익스프레스와의 물류 투자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쿠팡, '2027년 전국 로켓배송' 목표로 3조원 투입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성남 분당에 위치한 저온물류센터를 임차하기 위해 사업주인 페블스톤자산운용과 임차 조건 등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해당 물류센터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403번지에 위치하며 연면적 6만8,069㎡(2만591평)에 지하 3층~지상 5층 1개 동 규모다. 당초 전층 저온센터로 지어졌지만, 최근 상온으로 용도 전환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해당 물류 센터는 지난 3월 쿠팡이 '전국 100% 로켓배송'을 선언했을 당시 발표했던 8곳의 물류 인프라 확대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곳이다. 쿠팡이 이를 변경한 것은 기존 계획에 더해 물류센터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와 온라인 배송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3월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신규 풀필먼트센터(통합물류센터) 확장,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이 지난 10년간 물류망 구축에 투자한 금액은 6조2,000억원으로 그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3년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쿠세권'이 확대되면 오는 2027년부터는 230여 개 시·군·구(전체 시·군·구의 88% 이상)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인구수 기준으로는 전 국민 5,130만 명 가운데 5,000만 명 이상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로켓배송 지역을 순차적으로 늘려 2027년까지 한반도 최남단 남해군을 포함해 전국에서 주문 하루 만에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료배송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coupang_20240526
지난 5월 17일 쿠팡이 게시한 '미래 물류 혁신 대공개' 동영상/사진=쿠팡 뉴스룸 유튜브

광주 물류센터 3분기 준공 예정, 제천은 하반기 착공

쿠팡은 당시 신규 풀필먼트센터 확보 지역으로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전국 8곳을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호남권 최대 물류센터인 광주 물류센터가 오는 3분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3차 산업단지에 연면적 17만㎡(5만1,425평) 규모로 들어서는 첨단물류센터로 쿠팡은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체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첨단설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충북 제천에 조성 중인 물류센터는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쿠팡은 연면적 8만6,891㎡(2만6,284평)에 건축물 2개 동을 짓고 기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투자액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천 물류센터는 지난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 상태가 지속돼 자금 조달이 여의찮아지면서 완공 시점이 1년 이상 지연됐다. 내부적으로 제천 물류센터의 운영 방식을 놓고 의사결정이 미뤄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은 제천 물류센터 건립과 관련해 용지 매입, 건축 허가 등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착공 일정을 확정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향후 충북·수도권 물류 중개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천시는 통상 2년이 걸리는 물류센터 건립이 끝나면 지역에 500명의 신규 고용을 유발하고 지역 중소기업에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리 vs 쿠팡, 물류 인프라 투자 경쟁 본격화

쿠팡이 물류센터 조성을 본격화함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와의 물류 인프라 투자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쿠팡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1,421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319억원으로 6분기 만에 적자 전환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침투로 인한 위기를 실감했다"며 "쿠팡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물류 인프라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센터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지난 3월 한국 현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연내 18만㎡(약 5만4,000평)의 물류센터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격적인 물류센터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두 회사가 향후 3년간 투자할 물류센터는 약 50개로 추정된다. 이는 수도권 물류센터 재고의 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공격적인 행보에 주목하면서도 주도권은 쿠팡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세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7조원 이상을 물류센터 투자에 집중한 쿠팡과의 직접 경쟁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B2C 중심의 빠른 배송 속도로 신선식품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쿠팡과는 수요층이 달라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알리익스프레스가 회사 차원에서는 B2B에 주력하고 B2C 배송은 국내 셀러에게 맡기는 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남윤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바이오 큐라클·HLB 폭락에 흔들리는 국장, 허위 정보 유포에 금융당국 책임론도

바이오 큐라클·HLB 폭락에 흔들리는 국장, 허위 정보 유포에 금융당국 책임론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수출 물질 반환에 주가 폭락한 큐라클, HLB도 FDA 승인 실패 악재
성과 부풀리기 등 '꼼수'에 얼룩진 바이오주, "투심 위축 당연한 수순"
시장선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재 회피 및 관리 부실 원죄 드러난 꼴"
BIO_down_stock_TE_20240527

투자자들 사이 코스닥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업체 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큐라클까지 수출 물질 반환 통보를 받으면서다. 특히 두 업체 모두 성과 부풀리기와 허위 공시 등 논란에 휩싸인 이력이 있는 데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대로 된 사후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탓에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HLB 사태가 장기화할 시 코스닥 시장 전반에 패닉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의 보다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속속 드러나는 바이오주 '꼼수', 큐라클도 '성과 뻥튀기'

최근 국장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허위·과장 정보 유통, 공시 지연 등 각종 꼼수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큐라클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큐라클은 지난 24일 전장 대비 7.85%(560원) 하락한 6,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2일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3년 전 유럽 안과 치료제 전문 제약사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했던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CU06)을 떼아 측이 반환하기로 한 사실을 21일 공시한 영향이다.

당초 큐라클은 지난 2021년 10월 27일 기술이전 사실을 전하면서 유럽 1위 안과 전문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그 규모가 2조3,000억원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문제는 당시 회사가 낸 공시에 적힌 기술수출 규모는 선급금(계약금) 600만 달러(약 81억원)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억5,750만 달러(약 2,150억원)가 전부였단 점이다. 나머지 2조원은 제품 출시 후 판매액에 대한 로열티(순매출액의 8%)까지 고려한 금액이었다는 게 큐라클 측의 설명이지만,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은 후보 물질을 수출하면서 마일스톤에 로열티까지 성과로 포함하는 건 노골적인 '성과 뻥튀기'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Jinyanggon_HLB_youtube_20240527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17일 자사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허가 신청한 것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사진=HLB 유튜브 캡처

주가 폭락한 HLB, '성과 부풀리기' 원죄도 고개

HLB도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지난 17일 미 FDA 신약 승인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다. 당초 HLB는 자체 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사용하는 임상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 FDA 승인을 받을 수만 있다면 기업가치 제고는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FDA가 승인 대신 보완을 요구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신약 승인 불발 직전인 16일 종가 기준 9만5,800원이던 HLB는 17일 6만7,100원까지 하락했고, 24일엔 5만700원에 장을 마쳤다. 27일 마감 시 5만6,200원으로 다소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승인 불발 이전까지 회복하는 건 아직 요원하단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에 진양곤 HLB 회장은 "이른 시일 내 문제점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겠단 취지지만, 막상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선 "제발 성과로 증명하라"는 식의 글이 다수 눈에 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소적인 건 HLB가 과거 섣부른 낙관론과 자의적 해석으로 금융당국·검찰 조사까지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HLB는 지난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FDA 승인 신청이 힘들 것 같다고 언급했다가 불과 3개월 후인 9월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HLB가 실패에 가까운 임상 결과를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고 판단,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긴 했으나, HLB의 성과 부풀리기 의혹은 투자자들 사이 여전히 응어리로 남아 있단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주 투심 위축에 '금융당국 책임론' 대두되기도

큐라클·HLB가 연달아 주가 급락 사태를 겪자 최근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마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실제 HLB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국내 대표 제약 바이오 73종목을 담고 있는 'KRX300 헬스케어' 지수는 9.2%(3,017.54→2,740.71) 떨어졌다. HLB그룹주의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에선 '제약'(9,564.54→8,373.17)과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3,770.84→3,338.08)가 각각 -12.4%, -11.5%로 모두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도 하락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유독 바이오주만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가 크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HLB 쇼크가 이어질 경우 바이오 업종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패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우량주이자 바이오 대장주로 불렸던 HLB가 신약 개발에 실패한 만큼 동종 업계에 불확실성 리스크를 안겨주는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덩달아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파급이 커졌단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 측은 나름대로 노력을 다했단 입장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바이오주의 허위사실 유포 및 주가 띄우기 사례를 확인하고 계도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모니터링에 착수한 바 있다. 2018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신약 개발 관련 허위·과장 정보의 유통을 막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제대로 된 사후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실제로 2019년 당시 금융당국은 바이오주의 주가 띄우기 사례를 모니터링하겠다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제재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투자 '주의령'을 발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기업 펩트론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음에도 반년 넘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펩트론은 2022년 12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뇨병 치료제 PT403에 대해 제형 확정과 실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2020년 11월 글로벌(PCT)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고 명시했으나, 실제론 2020년 11월 당시 출원한 특허는 취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펩트론은 잘못된 내용을 기재한 점을 인정했으나 정정 자료 배포 등 시정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업계에서 '관리 부실'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두산의 승부수 통했다, 50조 규모 美 SMR 수주 잭팟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두산의 승부수 통했다, 50조 규모 美 SMR 수주 잭팟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조원 규모 SMR 소재 납품
투자로 독점 공급권 따내 "SMR 파운드리 장악할 것"
탈원전 위기에도 SMR로 눈 돌렸던 두산의 7년 결실
global_SMR_TE_20240527_001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최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설계기업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가 주도하는 50조원 규모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납품한다.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았던 5년 전 SM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적극 투자한 결실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형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글로벌 트렌드가 맞물린 가운데, SMR 시장이 본격 확대되면서 국내 원자력발전 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 美 SMR 설비 수주 "제2의 르네상스 맞이하나"

27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대 SMR 설계기업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SMR 24기와 증기발생기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하기로 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공급 물량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이같은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배경에는 뉴스케일파워에 대한 초기 투자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이던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400만 달러(약 1,420억원)를 투자하면서 뉴스케일파워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두산은 특히 SMR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7년 전부터 준비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SMR 전용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도 확보했다.

지난 3월 뉴스케일파워와 77㎿(메가와트) 원자로 모듈 6기 설치를 위한 소재 제작 계약 체결도 그 일환으로, 제작되는 소재는 미국 유타주 발전사업자 'UAMPS'의 카본 프리(CFPP) 발전소에 사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과의 계약으로 원자로 모듈 6대 제작에 필요한 대형 단조품과 증기발생기 튜브 등 주요 소재 및 원자로 제작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외에도 SMR 제작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던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도 SMR 주기기 제작 참여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발전사업자 3곳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민간발전사인 엔지(Engie) 칠레법인이 발주한 칠레 화력발전소 연료전환사업도 수주했다. 칠레 사업은 칠레 375㎿ 규모 발전소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수주 잔고는 14조9,839억원이며 1분기 수주액은 6,336억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체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5년 1기, 2026년 1~2기를 추가 수주해 중장기적으로 수주액 10조원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global_SMR_TE_20240527

SMR 분야 선두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연평균 1조원대 수주 전망

사실 2019년까지만 해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침몰하는 항공모함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40여 년간 대형 원자로를 34기나 제작한 원전 강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신규 수주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는 위기의 결정타가 됐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무산되는 데 이어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2017년 100%던 공장 가동률은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2011~2020년 사이 4개년을 제외하고 모두 당기순손실을, 2020년에는 이 기간 중 가장 큰 8,3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두산은 악화된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솥밥 먹던 식구 수백 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두산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탈원전이란 풍파를 이겨낼 미래 먹거리로 SMR을 낙점하고 글로벌 선두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다. 이번 뉴스케일파워 프로젝트의 핵심 공급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이다.

실제 SMR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전기 출력량 300㎿급 이하인 SMR은 1,000㎿급이 넘는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바로 근처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여기에 탄소중립(Net Zero)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Terrapower) 등 원자력 발전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작은 공간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 및 조립해야 하는 만큼 원전 주기기 설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물론, 차별화된 소재·용접·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SMR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기자재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1조2,000억원대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영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3년 724억 달러(약 99조원)로 성장한 뒤 2043년에는 2,950억 달러(약 40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기자재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확보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위탁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드리와 같은 ‘SMR 파운드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doosanenerbility_TE_003_20240527
두산에너빌리티 경남 창원 공장의 뉴스케일파워 전용 원자로 주조 설비에서 작업자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주단 소재를 제조하는 모습/사진=두산에너빌리티

SMR 효용성에 대한 시각차

다만 SMR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갈린다. 방사선 유출 가능성이라는 원자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SMR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5월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SMR 설계 방식이 기존 원자로에 비해 고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뉴스케일파워를 비롯해 일본 도시바, 캐나다 테레스트리얼 에너지에서 개발한 세 가지 유형의 SMR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SMR이 기존 발전소보다 최소 9배 많은 중성자 방사화 스틸(Neutron-activated steel)을 생성하며, 관리·처분이 필요한 폐기물량도 2~30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그린피스의 수석 과학자인 더그 파(Doug Parr)도 “SMR 개발자들은 소형 원전의 광범위한 배치를 원하고 있다"며 "이는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 또한 넓은 지역에 분산된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높은 비용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인 MV 라바나(MV Ramana)는 “SMR은 규모의 경제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 기준으로 볼 때 대형 원자로보다 발전 비용이 훨씬 비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유타주 전력 시스템(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의 SMR 건설 프로젝트가 취소된 바 있는데, 그 이유 또한 전력 단위당 비용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마나 교수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의 KW(킬로와트)당 발전 비용은 2만 달러(약 2,700만원)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산정한 2022년 북미 육상 풍력 1KW 발전 평균 비용 1,285달러(약 175만원)의 10배가 넘는다.

유럽연합(EU)이 EU 외 국가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 보조금을 받은 경우 SMR 수출 계약 입찰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유럽 수출길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악재다. EU 규정에 따르면 기업이 지난 3년간 5,000만 유로(약 740억원) 이상의 비EU 국가 재정 기여금을 받은 경우 수출 계약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의 대상은 정부의 직접지원금뿐 아니라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까지 포괄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기고] 테크 기업 고용 시장 양극화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구분

[기고] 테크 기업 고용 시장 양극화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구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

수정

WSJ, 미국 테크 기업들 AI 인재 채용 줄여, A급 인재만 채용
단순 지식 뿐만 아니라 응용력, 협업 능력까지, 팔방미인 따져가며 채용
국내도 늦었지만 개발자와 AI전문가 구분하기 시작해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테크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예전처럼 AI개발자 채용을 대규모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일부 A급 인재를 제외하면 해고 압박이 심하고, 재교육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대로, 진작부터 이렇게 됐었어야 했는데, 투자금과 정부 지원금이 넘쳐났던 덕분에 시장의 교정 작업이 좀 늦어졌다고 본다. IT업계의 개발자라는 직군과 데이터 과학자, 혹은 AI 연구자(Researcher)로 불리는 직군 사이에는 아이돌과 판소리 급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 조금씩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Quantum Computers Run AI ScientificAmerican 20240424

테크 혹한기, 개발 의존도 낮추는 기업들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국내 주요 IT기업들이 개발 인원을 계속 축소하고 있는 덕분인지 요즘은 더 이상 개발자들이 뻣뻣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고, 실제로 개발자 중에서도 구직자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회사 내 마지막 개발자를 내보내고 1년 사이에 회사 내의 서비스는 완전히 개발 의존도를 0으로 낮췄고, 다른 스타트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끔 인도 개발팀을 외주로 채용해서 업무를 맡기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개발자 의존도를 완전히 0으로 만들었다.

당시 회사에 데리고 있던 개발자들은 코딩을 모르는데 어떻게 데이터 과학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들을 하곤 했는데, 학자들이 쓰는 LaTeX 플랫폼이 수학적인 문서 작업을 모조리 코딩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과, 연구자들이 데이터의 구조에 맞게 수식을 뜯어고쳐서 해결하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코딩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코딩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감을 잡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인원 자체도 크게 감소했고, 개발자와 데이터 과학자가 완전히 다른 직군이라는 것을 모르면 오히려 놀림감이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듣는다. 기업들도 데이터 과학자 선발 방식을 변경했고, '코딩 테스트'라고 불리던 기계적인 코드 작업 대신 통계학 지식을 코딩 작업으로 검증하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글로벌 수준에 걸맞는 AI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수요만 증가세

쿠팡처럼 글로벌 수준의 고급 인재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쿠팡이츠가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기업들과 배달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격 책정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국 모 대학의 IS(정보 시스템) 전공 교수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개발자들을 데리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쿠팡은 이 분야에서도 미국 아마존을 따라 고급 수학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이다. 당장은 담당자 몇 명이 교체된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수학적 역량 차이는 1~2년 안에 시스템의 차이로 나타나고, 결국 쿠팡이츠가 배달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크게 유리한 고지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그렇게 미국 주요 도시 배달 서비스를 장악하기도 했다.

WSJ의 최근 보도가 없더라도 주변에서 A급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데이터 과학 및 AI업계 인력들이 대규모 해고(Layoff)되는 사례는 심심찮게 들린다. 모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에 있던 가까운 지인은 자율주행 팀이 해체되고 난 다음에 센서 데이터 처리 대신 공장 자동화 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으로 이직했다. 급여는 절반으로 깎였지만,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었고, 단체 채팅방의 다른 지인들도 '겨울이 왔다(Winter has come)'면서 지금은 타협해야하는 시기라는 평을 쓰기도 했다. 다들 지난 몇 년간이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줬던 시기라는데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미국 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Nvidia)의 주요 AI칩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채용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도 줄었고, 넘쳐나던 벤처 투자금도 잘 보이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AI 기술직군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크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어느 수준 이상이면 일단은 뽑는다는 철학으로 채용에 임했으나, 금융 경색 등으로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조건을 다 갖추지 않은 인재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면접장에서 요구하는 수학적 이해도의 깊이도 깊어졌고, '대화되는 기술자'에 대한 요구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도 자주 나온다.

지식은 기본, 응용력도 따지는 시대

WSJ에 따르면 “개발자 고용 시장은 불균형 상태로, 생성형 AI 관련 지식이나 대규모언어모델(LLM)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특정 유형의 1급 AI 인재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정작 이 같은 기술을 가진 직원은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몇 년간 해고된 수천 명의 다른 직원들은 AI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이력서에 ‘AI’ 유행어를 추가하며 점점 혼잡해지는 고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자신의 링크드인 프로필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관련 직무 기술을 추가하는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42배나 폭증했다고 밝혔다. 링크드인 채용 게시글에서 AI를 언급하는 경우 AI와 관련되지 않은 채용 공고에 비해 17%나 더 많은 입사 지원서를 받는다는 조사도 함께 공개됐다.

그러나 그간 개발자, AI전문가를 채용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단순히 기술적인 지식을 넘어서 문제 해결 능력, 혹은 민첩한 학습능력이 없으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때문인지 글로벌 기업들 채용 과정을 보면 예전보다 질문-답변(Q&A)을 통해 검증 가능한 사고 속도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기술적인 한계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극복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이야기도 늘었다.

항상 시험 문제를 만들 때마다 배운 내용을 응용해서 풀 수 있는 구조를 교묘하게 숨겨놓고, 그걸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내서 작은 단계들을 하나하나 극복하도록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을 쓰는데, 기업들의 채용이 점점 더 내가 지향하는 교육 방식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쪽 시장도 이제 꽤나 성숙한 시장이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시장이 또 어떻게 진화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큰 틀에서 A급 인재가 아니면 퇴출되는 경쟁적인 시장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산업도 고급화 됐고, 원하는 인재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져 버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Keith Lee
Bio
Head of GIAI Korea
Professor of AI/Data Science @ SI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