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중국 민족단결법과 미국 어퍼머티브 액션, 공정성의 다른 해법
[딥폴리시] 중국 민족단결법과 미국 어퍼머티브 액션, 공정성의 다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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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민족단결법 시행 속 만다린 중심 통합 강화·문화 다양성 논란 美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이후에도 입시 특권 구조 지속 언어 정책·입시 개편 둘러싼 공정성 재정립 요구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공식 소수민족으로 분류되는 인구는 1억2,55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하는 규모로, 세계 대부분 국가 인구를 웃돈다. 그만큼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은 국가 교육 체계와 사회 통합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민족단결진보촉진법(민족단결법)’ 역시 교육과 정체성 정책의 방향을 재편하는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교실의 주된 교육 언어를 규정하고, 학교와 가정에 단일 국가 정체성 교육을 요구하며, 대학 입시에서도 소수민족 정체성보다 통합된 국가 정체성을 우선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 입시에서 공정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중국은 소수민족 정체성의 제도적 비중을 줄이며 단일 국가 체계 중심의 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반면 미국은 인종 차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사회 구조를 배경으로, 과거의 차별과 불이익을 대학 입시에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중국 민족단결법의 명암
민족단결법은 중국 소수민족 정책 변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소수민족의 평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학교·가정·공공기관 전반에 ‘중화민족’이라는 단일 국가 정체성 확산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는 언어 정책 변화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국 내 학교들은 국가 공용어인 만다린(표준 중국어)을 중심 언어로 사용해야 하며, 최근에는 이런 기조가 유치원 단계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공공 안내문과 표지판 역시 소수민족 언어보다 만다린을 우선 표기하도록 규정했다.
중국 정부와 지지 진영은 이를 기회 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티베트·신장·내몽골 등 접경 지역 학생들이 국가 공용어를 충분히 구사해야 지역 한계를 넘어 전국 단위 대학과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언어 차이로 경제 중심부 접근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필요성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민족단결법이 문화적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회의 평등까지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쟁점은 표준어 교육 자체보다 만다린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느냐다. 소수민족 학생들의 역량 확대와 사회 이동을 지원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고유 언어와 문화를 주변부로 밀어내는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정체성을 유지한 채 더 넓은 사회로 진입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소수민족 언어와 문화를 교정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정책은 동화주의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교육 정책이 정체성 관리 문제로 확장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개편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오지 지역의 교육 격차와 역사적 불균형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민족 정체성 자체에 특혜를 주는 제도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최근 여러 성에서는 일괄적인 소수민족 가산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혜택 범위를 산간·목축 지역처럼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 학생 중심으로 조정하거나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자동적인 민족 우대를 줄이고 지역·소득·교육 환경 등 실제 불이익 요소를 반영하는 ‘필요 기반 보정’ 체계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학 입시, 인종 우대 폐지에도 유지되는 기득권 구조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 집단 우대 정책)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노예제와 인종 분리의 역사적 차별을 보완하고 대학 사회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명분 아래 입시 과정에서 인종 요소를 반영해 왔다. 그러나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하버드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건에서 입학 심사에 인종을 활용하는 방식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공개적인 인종 우대 정책은 사실상 중단됐지만, 사회적 갈등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후 대학들은 자기소개서와 생활 기록 등을 통해 차별 경험과 빈곤, 열악한 교육 환경 같은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내 어퍼머티브 액션 반발의 배경에는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된 공정성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인종 기반 입시 정책이 성적과 역량이 높은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아계 공동체가 흑인·라틴계와의 갈등 구도 속에 정치적 도구처럼 소비되는 사이, 실제 기득권 구조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결국 핵심은 입시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다. 실제 미국 명문대 입시 자료를 보면 레거시(legacy·동문 자녀 우대), 기부자 가족 전형, 체육 특기자 선발 등이 백인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합격한 백인 학생의 43% 이상이 이른바 ‘특권 전형’ 대상자였던 반면,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 합격자 가운데 이 비율은 16%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한다고 해서 입시 구조 자체가 곧바로 평등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인종 우대 폐지 이후 우수한 소수인종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에서 밀려났고, 장기적으로 소득 격차 확대까지 이어졌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언어 정책과 입시 개편, 다시 불붙은 공정성 논쟁
중국과 미국의 논쟁은 결국 공정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중국은 국가 통합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다양성 훼손 논란에 직면했고, 미국은 인종 우대 폐지 이후에도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이 민족 가산점을 줄이거나 폐지하면서 학생들의 모국어와 문화적 기반은 충분히 보호하지 않은 채 만다린 교육만 확대할 경우, 출발선이 다른 경쟁을 공정으로 포장한다는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은 국가 공용어 역량 강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기반인 소수민족 언어와 문화를 함께 유지할 수 있는 다언어 교육 체계까지 갖춰져야 한다.
미국도 인종 중심 입시를 폐지한 이후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대학들은 지원자의 가구 소득과 거주 지역, 고교 재정 수준, 가문 내 최초 대학 진학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유지돼 온 레거시와 고비용 비교과 활동, 사교육 네트워크 같은 구조적 특권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공정한 입시란 각 지원자가 처한 환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까지 함께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양국이 마주한 과제는 분명하다. 교육과 입시 과정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장벽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이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정교한 언어·입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개 가능한 데이터와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 없이 공정은 성립되기 어렵다. 정의는 특정 집단에 영구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 통합을 이유로 개인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방식 역시 해답이 될 수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s Ethnic Unity Law and the New Admissions Ques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