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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CCyB 강화해도 위험은 이동, 다국적 은행 규제 한계 부각

[딥파이낸셜] CCyB 강화해도 위험은 이동, 다국적 은행 규제 한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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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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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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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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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자본 규제 강화에도 다국적 금융그룹 통한 위험 이전 지속 
CCyB 확대에도 그룹 전체 레버리지·부도 위험 감소 효과 제한적 
국경 간 자금 이동 추적·국제 공조 체계 구축 필요성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 금융 규제가 강화될수록 다국적 은행의 자본 운용은 더욱 치밀한 전략 경쟁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의 핵심 수단인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은 특정 국가의 금융 불균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금융 위험이 다른 국가로 이전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실제로 해외 자회사가 위치한 국가가 CCyB 적립률을 1%포인트 인상하면 해당 자회사에 대한 은행 대출은 약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효과가 확인되는 셈이다. 은행들이 과열 국면에서 대출 공급을 줄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감독 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실제 자금 흐름은 훨씬 복잡하다. 현지 규제로 은행 대출이 줄어든 자회사는 부족한 자금을 모회사 내부 차입으로 대체한다. 이후 모회사는 본국 금융시장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해 다시 자회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해당 국가 은행권의 대출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룹 전체 차원의 부채와 위험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채 유지된다. 이러한 ‘위험 이전(displacement)’ 문제는 국제 금융 규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규제를 앞서는 자금 이동 속도

자본완충장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는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한 국가가 규제를 강화했을 때 그 위험이 어느 국가와 시장으로 옮겨가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완충 체계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은 과거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다국적 은행은 국가별 자금 조달 구조를 빠르게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지 자본 규제가 도입·강화되는 속도보다 자금 이동이 더 빠르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시장의 금융 안정을 위해 마련한 완충장치가 실제로는 위험을 본국 시장이나 규제 사각지대로 이전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위험이 상당하다.

주: CCyB 강화로 자회사 대출은 감소했지만, 위험 부담은 모회사로 이전된다.

구조적 허점 드러낸 자본 규제의 한계

CCyB는 바젤Ⅲ 거시건전성 규제의 핵심 수단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은행이 위험가중자산 대비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기 호황기에는 과도한 신용 팽창을 억제하고, 침체기에는 축적한 자본을 활용해 금융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유럽은 코로나19 이후 위기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평시에도 자본을 미리 쌓아두는 ‘양(+)의 중립 완충장치’를 도입하며 기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차입 주체가 다국적 기업집단 안에 있을 때 나타난다. 특정 국가가 규제를 강화하면 현지 은행의 대출 공급은 줄어들지만, 기업그룹은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 내부 자금 이동을 통해 이를 우회한다. 자회사가 부족한 자금을 모회사 내부 차입으로 조달하면 그룹 전체의 부채 부담은 줄지 않은 채 본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가별 자본완충장치는 단순한 건전성 규제를 넘어, 위험 부담이 어느 국가에 남게 될지를 결정하는 ‘배분 장치(allocation device)’ 성격까지 띠게 됐다. 실제 연구에서도 CCyB 강화 이후 자회사 대출은 감소했지만, 그룹 전체의 레버리지와 부도 위험은 그만큼 축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이 은행과 차입자 사이에서는 효과를 냈더라도, 다국적 그룹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유럽 공조 체계의 성과와 한계

유럽은 이러한 규제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가장 앞선 공조 체계를 구축해 왔다.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를 중심으로 각국 감독 당국은 서로 다른 신용 사이클에 대응하는 동시에,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을 통해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했다. 외국계 은행이 현지 규제를 피해 과열 시장에서 대출을 확대하는 이른바 ‘규제 차익거래’를 일정 부분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기준 유럽경제지역(EEA) 17개국이 위기 이전부터 자본을 선제적으로 축적하는 전략 도입에 나서면서, 유럽의 거시건전성 정책도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교한 유럽 모델 역시 다국적 금융그룹 내부 자금 이동 문제까지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상호주의 원칙은 은행의 직접 대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룹 내부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자금 재배치까지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용국 규제를 피해 모회사로 이동한 부채와 위험은 본국 금융 시스템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이는 위기 발생 시 본국 감독 당국과 납세자가 예상보다 큰 손실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 유럽은 선제적 자본완충 체계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가별 도입 속도와 공조 수준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경 넘는 위험 이전과 공조 과제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 재정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아 국제 공조가 훨씬 어렵다. 각국 감독 당국이 자국 금융 시스템 보호를 우선시하면서 위험 부담을 외부로 이전하려는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긴장을 완화하고 실효성 있는 거시건전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과제가 거론된다.

우선 위험 분석 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가별 대출 규모만 점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경 간 자금 이동과 그룹 내부 자금 재배치까지 함께 추적하는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특히 다국적 금융그룹이 자본 확충이 요구될 때 현지 은행과 모회사, 제3국 시장 가운데 어느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큰지를 분석하고, 이를 실제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수용국의 규제 강화가 그룹 내부 자본시장과 부도 위험, 오프플랫폼(off-platform) 자금 조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본국 감독 당국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자본 규제나 감독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한 국제 공조 기반의 완충자본 해제 기준 마련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위기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우려해 완충자본 사용을 주저하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책 방향과 예상 효과를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경 간 자본완충장치는 국가별 규제 권한과 글로벌 금융시장 현실 사이에서 만들어진 절충적 장치다. 이제 감독 당국은 단순히 자본 규제를 강화하는 데서 나아가, 규제 이후 위험이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고 누가 최종 부담을 떠안는지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앞으로 글로벌 금융 규제의 성패는 위험 이동 경로를 얼마나 정밀하게 추적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Buffer That Moves: Why Cross-Border Capital Buffers Need a Global Rulebook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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