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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發 ‘금융위기 뇌관’ 경고, 글로벌 공조 없으면 세계 금융 패닉

스테이블코인發 ‘금융위기 뇌관’ 경고, 글로벌 공조 없으면 세계 금융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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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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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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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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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질서 흔들 스테이블코인 대응 시급
규제 사각지대의 뇌관,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결함 
자율로 풀어주면 위험자산 투자로 '뱅크런' 위험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촉발할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큰 충격을 받거나 기존 단기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경색되는 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대량 환매(뱅크런)’ 사태로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충격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중심 구조로 운용되는 만큼, 위기 시 자본이 미국으로 쏠리며 글로벌 유동성 불균형과 금융 불안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BIS 사무총장 “국가별 규제 틈새 노린 ‘차익거래’ 차단, 국제 표준 절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에서의 강연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한 나라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약화시키고, 금융시장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불법 자금 조달 방지 노력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조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각국별로 상이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가 심각한 시장 분절을 초래하거나 유해한 규제 차익거래(regulatory arbitrage)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차익거래란 기업들이 가장 규제가 느슨한 곳을 찾아 다니면서 무위험 수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뜻한다.

이어 그는 “현재의 스테이블코인들은 자본 시장의 금융 상품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예기치 못한 시장 불안 상황에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유통 물량 3,150억 달러(약 432조9,500억원) 가운데 약 85%를 차지하는 양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와 서클에 대해서는 “돈이라기보다 증권에 더 가까운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매 과정에서의 마찰(redemption frictions)을 부과해 자주 기준가격(par)에서 이탈하게 만든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이런 점에서 현재 이들은 화폐라기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더 가깝게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적인 은행 예금처럼 이자를 지급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핵심 논쟁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이자가 붙지 않고, 특히 고금리 시기처럼 이를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높게 유지된다면 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이동은 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 조치가 실제로 집행될 수 있다면 그렇다”고 부연했다.

뱅크런으로 금융위기 촉발할 수도

데 코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수년 전부터 학계와 금융 전문가들이 경고해 온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핵심은 구조적 취약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프랑스 툴루즈 경제학교 교수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감독과 코인의 가치를 결정짓는 기초자산에 대한 의심이 현실화될 경우,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완벽히 안전한 예금(perfectly safe deposit)”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으로 허용되는 미국 통화와 예금, 단기국채 등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수년간 마이너스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더욱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하락할 경우, 정부는 예금처럼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청난 구제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위험요소는 글로벌 감독기관들이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면 관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개인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적 배경이 규제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도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꼽았다. 바 이사는 “유통 시장에서 고객 신원 확인 의무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적·기술적 해결책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두 번째 핵심 리스크로 금융 안정성을 지목했다.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원할 때 언제든 ‘액면가’로 상환될 것이라 믿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준비자산의 질이 떨어지면 위기 시 대규모 인출 사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 이사는 또 “발행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을 갖는다”며 “이는 호황기에는 이익을 늘려주지만,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1800년대 미국의 자유은행 시대와 1907년 금융 패닉,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머니마켓펀드(MMF)가 겪었던 유동성 위기를 예로 들며 “안전장치가 부족한 민간 화폐가 초래한 고통스러운 역사”를 상기시켰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자산이 안전자산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기 시 투자자들이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생길 경우 투자자들은 대거 환매에 나서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이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 준비자산 중 8%를 이 은행에 예치했다는 이유만으로 USDC 가격이 0.88달러까지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USDC 보유자들이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의 환매를 요청하면서 단기 시장금리가 오르기도 했다.

미국만 이득, 여타 국가는 손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미국에는 이익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새로운 금융위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논설위원은 FT 칼럼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확산은 사실상 시뇨리지(화폐발행이익)를 민영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재정문제를 글로벌 금융의 불안으로 전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꼬집었다.

울프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내에서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으로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 비효율적 송금시스템, 국경간 결제비용 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 금융 시스템은 유럽보다 결제가 느리고 비싸며, 독과점 기업의 과도한 영향력 때문에 소비자 비용이 불필요하게 높다”고 진단했다. 이런 비효율이 민간이 발행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재무부가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막대한 미국 국채 발행을 세계가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확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식 금융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울프 위원은 미국이 느슨한 규제를 유지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확산을 용인하려 들면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금융주권을 지키기 위해 방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범 대응 사례로 영국을 지목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말 파운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공개하면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외 결제를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면서 기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울프 위원은 이와 관련해 “미국식 무(無)규제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위험을 피하기 위해 독자적이고 투명한 규제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할 것”을 조언했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금 대부분을 미국 국채로 운용한다. 이 구조는 글로벌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신흥국을 포함한 타국의 자본은 미국으로 흡수되고 해당 국가의 금융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비대칭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며, 이는 준비자산 매각으로 이어진다. 국채 시장에 대한 충격과 동시에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통화 패권을 공고히 하지만, 여타 국가들은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하는 금융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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