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EU CBAM, 무역 장벽과 산업 고도화의 갈림길
[딥테크] EU CBAM, 무역 장벽과 산업 고도화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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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AM, 시장 접근 기준 ‘탄소 대응 역량’ 중심 재편 역외 기업 비용 부담 확대, 산업·국가별 영향 불균형 심화 단기 보호 효과 이후 기술 격차·무역 갈등 리스크 확대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증서 가격을 처음으로 톤당 75.36유로(약 14만원)로 책정했다. 이는 국가별로 상이한 탄소 비용 구조를 일정 수준으로 수렴시키려는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톤당 60유로(약 10만원) 이상 비용이 부과된 비중은 11%에 그친다. 이러한 격차는 EU가 역외 기업에도 자국과 유사한 부담을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다.
정책의 취지는 기후 대응 수단에 있지만, 실제 거래 현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제도는 단순한 배출량을 넘어 전력 사용 구조, 생산 공정의 효율성, 배출량 측정과 보고 체계까지 비용에 반영한다. 그 결과 EU 기업에는 경쟁 여건을 보완하는 장치로, 역외 기업에는 진입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역외 기업에 전가되는 비용 구조
CBAM은 역외에서 수입되는 주요 산업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의 새로운 무역 규제다. EU 기업이 이미 부담하고 있는 탄소 비용과의 격차를 줄여 가격 경쟁의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탄소집약도가 높은 품목이 우선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2022년 기준 이들 품목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0.31%를 차지하며, 탄소 가격이 톤당 80유로(약 13만8,000원) 수준일 경우 연간 147억 유로(약 25조3,800억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전망과 실제 체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EU 전체 무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면 국가별·품목별로는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 확인된다. 일부 국가의 경우 EU 수출 비용이 최대 1.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외 기업은 이를 단순한 기후 조정 장치가 아니라 수익성 악화와 추가적인 보고 의무를 수반하는 비용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 대응 역량 좌우하는 CBAM
CBAM은 단순한 가격 조정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수입 제품에 동일한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기업별 대응 수준이 직접적으로 비교된다. 초기 시장에서는 배출량 자체보다 이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우위를 점했다. 데이터 관리 역량과 청정 전력 조달, 공급망 정비를 선제적으로 추진한 기업들이 경쟁에서 앞섰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대응 여력이 부족한 국가나 중소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별도의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격차 확대 흐름이 고착될 가능성도 있다. 이 변화는 인력과 교육 체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탄소 배출 관리, 전력 구조 전환, 관련 제도 이해는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직업훈련과 공학·경영 교육 전반에서 이러한 요소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단기적 효과 및 구조적 한계
CBAM은 도입 초기 EU 산업에 일정한 완충 효과를 제공한다. 특히 철강처럼 탄소집약도가 높은 업종에서 영향이 뚜렷하다. 탄소 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2034년까지 관련 품목 수입이 최대 2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배출량이 많은 역외 기업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며 시장 내 입지가 축소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역외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전환과 공정 개선에 투자할 경우 경쟁 구도는 다시 팽팽해진다. 동시에 규제가 적용되는 구간을 피해 생산 공정을 조정하면서 배출이 다른 단계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CBAM은 배출 감축보다 시장 방어 기능이 부각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산업 전환의 촉진 수단
CBAM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려면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EU가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합작 투자와 공급망 교육을 통해 청정 산업 확산을 유도하는 접근은 보복 관세 등 무역 갈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과제가 분명하다. 경영 교육에서는 공급망 개선과 비용 대응 전략을, 공학 교육에서는 저탄소 공정 기술을 핵심 과정으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유럽 대학은 국제 공동 프로그램을 확대해 역외 인력까지 교육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요구된다. OECD 지적처럼 내부 인력 양성에만 집중하고 외부에는 과세만 적용하는 방식은 보호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반대로 기술과 역량이 확산될 경우 경쟁 환경은 보다 균형 있게 재편될 수 있다.
시장에서 이미 탄소 비용을 반영한 새로운 경쟁 질서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이 제도가 산업 혁신을 촉진할지, 무역 갈등을 확대할지는 향후 정책 운용에 달려 있다. 수입 제품에 대한 비용 부담 강화에 머물 경우 보호주의 논란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EU는 글로벌 산업 전환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EU Carbon Border Tax Cannot Stay a Green Tariff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