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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떠나 ‘新 택스 헤븐’으로 간 부자들, 서구는 스위스·아시아는 홍콩으로 재배치

두바이 떠나 ‘新 택스 헤븐’으로 간 부자들, 서구는 스위스·아시아는 홍콩으로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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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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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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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초고액자산가들 중동 이탈 본격화
두바이 자본시장 타격에 역엑소더스 발생
스위스·홍콩, 낮은 세율 및 지정학적 안전성 부각
스위스 소도시 '추크' 전경/사진=스위스 관광청

이란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함에 따라 세계 초고액자산가(HNW)들이 중동을 떠나 거처를 옮기고 있다. 특히 두바이를 중심으로 축적됐던 고액자산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스위스와 홍콩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서구권 자산은 정치적 중립성과 금융 안정성을 갖춘 스위스 추크(Zug)로 집중되는 흐름을, 아시아 자산은 유동성과 시장 접근성이 좋은 홍콩으로 이동하는 등 자본 재배치가 가속하는 양상이다.

스위스 소도시 추크, 이란 전쟁 수혜

16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하던 서구권 자산가들은 최근 스위스 추크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두바이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부호들과 금융 자산가들의 새로운 이상향으로 군림해 왔지만, 전쟁 발발 이후 ‘분쟁과 무관한 안전 지대’라는 이미지가 일거에 무너졌다. 두바이의 상징인 팜주메이라의 페어몬트 호텔이 이란의 공격으로 폭발 피해를 입었고, 이란 드론 잔해가 버즈 알 아랍 호텔에 화재를 일으켰다. 두바이 공항도 미사일 피격을 당했다.

그 결과 두바이 자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 금융시장(DFM) 부동산지수는 5거래일 만에 20%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9,800명의 백만장자가 630억 달러(약 94조원)의 자산을 갖고 두바이로 이주했지만, 전쟁 이후 전세기가 매진되고 기업들이 직원 대피에 나서는 등 역(逆)엑소더스가 벌어졌다.

이 자금이 향하는 곳들 중 한 곳이 추크다. 두바이가 안전을 팔았다면, 스위스는 수백년간 검증된 중립국이다. 이는 전쟁 상황에서 결정적 차별화 요인이다. 추크 시청의 재무 책임자인 하인츠 탠러 국장은 "미·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부호와 기업들의 추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전쟁 상황은 유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추크는 혜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가 급증하자, 현지 주거 시장은 빠르게 과열되고 있다. 매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며 시장에 나온 주택이 즉시 계약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업 종사자는 최근 임대 아파트 공개 행사에 수십 명이 몰려 긴 줄이 형성됐으며, 그중 일부는 당일 두바이에서 도착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추크 내 부동산 회사 엥겔 앤드 푈커스는 “중동 전쟁 이후 두바이에 사는 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영국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추크 지점을 둔 한 스위스계 프라이빗뱅커는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계 은행 출신 고객관리 담당자들의 추크 지점 이동 지원이 4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낮은 세율·친기업 행정으로 인기

스위스는 이미 나라 전체가 조세 피난처지만 그 중에서도 추크는 단연 인기 있는 곳이다. 추크는 취리히에서 남쪽으로 약 20마일(약 32㎞) 떨어진 소도시다. 스위스 26개 칸톤 중에서 가장 작은 239평방km(고양시 규모)에 13만5,000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주민 4명 중 1명이 외국인으로 생활수준이 높고 사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세율과 친기업 행정, 취리히와의 뛰어난 접근성 등이 기업과 자산가들을 이끌었다. 실제 추크는 26개 칸톤 가운데 법인세·소득세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특히 법인세 실효세율은 11~12%로 스위스 평균(15~16%)보다 낮고, 개인소득세도 스위스 내 최저 수준이다.

추크주는 과거 빈곤한 시골 지역에 불과했다. 추크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은 원래 주민 다수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어촌이었다. 추크라는 이름도 ‘어망을 잡아당긴다’는 뜻의 독일어에서 유래됐다. 추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 소득이 스위스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주정부가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면서 기업과 고소득자들의 이주가 점차 늘었고 1970년대부터 급팽창했다. 원래 추크는 스위스 고원(高原)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큰 제조업 공장이 들어서기에 불리한 입지지만, 주정부는 이런 불리한 여건을 역발상으로 풀어냈다. 큰 공장이 오기 힘들면 작은 기업체를 많이 유치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1947년 관련 법령을 바꿔 법인세를 낮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크주가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스위스의 독특한 법인세 체계 덕분이다. 스위스의 법인세는 ‘8%+α’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8%는 연방정부에 내야 하는 부분으로 모든 주가 같다. 주정부의 수입이 되는 ‘α’는 각 주에서 재량으로 정한다. 이 때문에 스위스의 26개 칸톤 모두 법인세율이 다르다. 취리히나 제네바 같은 대도시가 있는 주는 대체로 법인세율이 높아 20% 이상인 반면, 대도시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입지 조건이 좋지 않은 주는 법인세율이 그보다 낮은 것이 보통이다.

이런 연유로 상품거래 업체인 글렌코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가 추크로 이동했다. 1975년 3,900개사, 3만5,000명 고용에 지나지 않았던 추크에는 최근 10년 간 2만1,000여 개 기업이 이곳으로 이동해 현재 4만 개가 넘는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고용도 6년 사이 20%나 증가하면서 스위스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실업률이 9.4%에 이를 때 추크주는 1.9%에 머물렀다.

아시아 부호들은 홍콩으로 이동

서구권 자산가들이 스위스로 몰리고 있다면, 아시아 자산가들은 중동에서 홍콩으로 거점을 옮기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부유층들이 유동 자산을 안전지대인 홍콩으로 빼내는 움직임이 가파르다. 블룸버그는 이 덕분에 홍콩 자산 관리 시장이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금융도시였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낮은 세율, 안정된 법치 환경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금이 집중됐고,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서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금융의 중심에 섰다. 자산관리와 기업공개 시장에서도 홍콩의 위상은 확고했다. 그러나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대규모 시위를 거치며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했고, 이후 통제 강화는 국제사회의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미치며 홍콩의 위상을 흔들었다.

2019년 이후 자본 이탈은 현실이 됐다. 글로벌 금융 인력과 자산가들은 두바이 등으로 이동했고, 일부 기업도 거점을 옮겼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수많은 자산가들이 중동을 떠나 다른 피난처를 찾으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춘 홍콩이 다시금 주목받는 모양새다. 실제 아시아 큰손들의 홍콩 주식·채권 투자,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에 대한 문의는 평상시보다 50% 이상 증가했고, 전쟁 발발 이후 홍콩증권거래소의 거래액도 크게 늘었다.

홍콩에 자금이 몰리자 은행들도 지갑을 열고 있다. 아시아 최대 프라이빗뱅크인 UBS는 올해 홍콩에서만 약 50명의 프라이빗뱅커를 추가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BNP파리바도 인력을 최대 20% 늘릴 계획이며, 싱가포르 DBS와 중국건설은행 역시 대규모 인력 확충에 나섰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력 부족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드헌팅 업계는 올해 홍콩 내 자산관리 인력 수요가 공급을 20% 이상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베테랑 뱅커들은 이직 시 최대 25%에 달하는 파격적인 연봉 인상 조건을 제시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어붙었던 홍콩 자본 시장도 완연한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현재 상장 신청을 마친 기업만 300여 개에 달한다. 회계법인 PwC는 이 중 절반 가량이 2026년에 상장해 최대 3,500억 홍콩달러(약 67조원)를 조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이미 로 UBS 아시아 자산관리 의장은 "기업공개(IPO) 시장의 강세가 새로운 자금 유입을 주도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 금융권에서는 향후 5년 내 홍콩 역외 자산 중 외국 자본 비중이 63%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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