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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정품인 줄 알았는데" 재차 기승 부리는 가품 메모리, 시장 과열이 '기회' 됐다

"삼성전자 정품인 줄 알았는데" 재차 기승 부리는 가품 메모리, 시장 과열이 '기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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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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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조악하다" 삼성전자 '990 Pro' 가품 유통 정황 포착
가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고질적인 업계 골칫거리
AI 열풍으로 치솟은 메모리 수요, 가품 판매에도 불붙여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SSD) '990 Pro'를 정교하게 복제한 가짜 제품이 발견됐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제품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틈탄 가품 유통 시도가 본격화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 절벽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러한 시장의 혼란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조 삼성전자 SSD 유통

16일(현지시각) 미국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오스트리아 등 유럽 현지 소매점을 통해 삼성 990 Pro의 가품이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가품은 외부 디자인이 삼성전자 정품과 비슷하지만, 내부 마감은 상당히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990 Pro 정품은 고유의 검은색 기판(PCB)을 사용하는 반면, 가품은 스티커를 제거했을 때 조잡한 파란색 기판이 드러난다. 저가형 부품을 짜깁기해 외형만을 흉내 낸 셈이다.

삼성전자의 SSD 관리 도구인 '삼성 매지션(Samsung Magician)'을 실행하면 가품 여부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삼성 매지션은 가품을 SSD 990 Pro로 인식하지만, 동시에 삼성 제품이 아니라고(Non-Samsung) 표시한다. 진단 스캔 등 삼성전자 정품에 제공되는 기능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범용 도구인 크리스탈디스크인포에서는 가품의 용량이 1,099.5GB(기가바이트)라는 비정상적인 수치로 표기되기도 한다. 해당 제품을 실제 PC에 장착했을 때 데이터 기록을 위한 포맷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성능 역시 정품 대비 매우 부진하다. 테크스팟 등 주요 IT 매체 분석에 따르면, 두 제품의 성능 차이는 초기 벤치마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크리스탈디스크 마크 기준 가품의 순차 읽기 속도는 약 7,200MB/s(초당 메가바이트), 쓰기 속도는 6,000MB/s로 정품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가품의 대용량 파일 복사 등 지속 성능 테스트 평균 속도는 약 261MB/s에 불과했다. 이는 정품(약 1,800MB/s) 대비 7배가량 낮은 수치로, 가품이 SLC 캐시를 활용해 단기 성능만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채택했다는 방증이다.

가짜 메모리 적발 전례

이러한 가품 메모리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지난 2002년 세계 각국에서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의 이름을 도용한 위조 제품들이 적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발견된 모조품은 128MB PC133 모듈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며, 다수의 제조자로부터 불법 유출된 저급의 웨이퍼들을 조합해 제조된 뒤 중국 및 유럽 등지에 유통됐다. 이는 동남아시아 불법 업체들이 값싼 저급 메모리 제품을 유명 기업의 제품으로 둔갑시켜 차익을 거두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7년에는 삼성전자 낸드의 가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반입이 시도되던 가짜 삼성전자 1GB 낸드가 관세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이 수년 전 생산된 삼성전자 정품에 적힌 일련번호를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제조 번호를 표기하는 ‘리마킹’ 방식으로 위조됐다고 밝혔다. 구형 정품이나 회수품을 최신 물량처럼 꾸며 유통한 셈이다.

지난 2023년에는 중국에서 삼성전자 '980 Pro'의 가품이 기승을 부렸다. 당시 중국 바이두의 한 포럼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가품 980 Pro에는 삼성 엘피스(Elpis) 컨트롤러가 아닌 서드파티 컨트롤러(Maxio MAP1602A)와 중국 YMTC의 128단 TLC 낸드 플래시가 탑재돼 있었다. 함께 공개된 성능 테스트 자료를 살펴보면 가품의 읽기 속도는 약 4,800MB/s, 쓰기 속도는 4,400MB/s 수준에 그쳤다. 정품의 읽기 속도는 최대 7,000MB/s, 쓰기 속도는 최대 5,000MB/s다.

낸드 수요·가격 '고공 행진'

최근 들어 이러한 가품 문제가 재차 기승을 부리는 것은 낸드를 비롯한 메모리 제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용)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7.73달러(약 2만6,200원)였다. 이는 전월(12.67달러) 대비 39.95%, 지난해 1월(2.18달러) 대비 8배가량 높은 수치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낸드 기반 기업용 SSD(eSSD) 수요 등이 급증해 가격이 뛰어오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와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낸드 수요가 2023년 752EB(엑사바이트)에서 올해 1191EB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최근 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글로벌 낸드 제조사들은 지난 2~3년간 업황 부진으로 감산을 단행해 왔으며, AI 열풍이 가시화한 이후에는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에 설비투자(CAPEX)를 집중하고 있다. 낸드의 절대적인 공급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낸드 생산량은 15~2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 서버 한 대가 20TB(테라바이트) 이상의 SSD를 요구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우 부진한 수치다.

관련 업계는 이러한 공급 절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요 업체들이 낸드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생산량 증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대련 공장 증설,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투자, 삼성전자의 P5 투자 등이 본격적으로 공급에 기여하는 시점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낸드 수요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AI 시장의 중심축이 모델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탓이다. 추론 기능은 서비스 과정에서 대규모 모델과 사용자 데이터를 계속해서 불러와 처리하는 구조로 작동하는 만큼, 고용량 메모리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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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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