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공급·구조조정도 벅찬데" 대미 태양광 수출 옥죄는 中 정부, 현지 업계 '비명'
"과잉 공급·구조조정도 벅찬데" 대미 태양광 수출 옥죄는 中 정부, 현지 업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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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첨단 태양광 기술 장비 대미 수출 제한 검토 보조금 딛고 성장하던 中 태양광 업계, 과잉 생산에 '휘청' 中 정부 구조조정·美 '관세 폭탄'으로 설 자리 좁아져

중국 정부가 자국산 태양광 제조 장비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자국 내 태양광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는 가운데,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을 활용해 공급망 무기화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들을 넘어 과잉 생산 및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태양광 업계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의 태양광 수출 규제 논의
1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첨단 태양광 장비의 대미 수출 통제를 위해 쑤저우 맥스웰 테크놀로지 등 현지 주요 업체들과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IRA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미국이 정부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태양광 공장 유치에 힘쓰자, 공장에 투입되는 장비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부품의 80% 이상을 생산 중이며, 제조 장비 분야에서도 세계 10대 공급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실제 이번 조치로 인해 자국 내 공장을 신·증설하려는 미국 업체들의 계획에는 줄줄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슬라가 쑤저우 맥스웰 테크놀로지와 협상 중이었던 29억 달러(약 4조2,800억원) 규모 제조 장비 계약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8년까지 미국 본토에서 100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했으나, 중국산 첨단 장비 없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 속 중국 태양광 업계에도 덩달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이미 대폭 악화한 가운데, 수출 통로마저 제한될 위험이 커진 탓이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발판 삼아 급속도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물량 적체로 인해 수익성이 붕괴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지원금을 믿고 시장에 마구잡이로 진입하며 생산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에너지 전문 매체 화샤에너지망은 중국을 대표하는 9개 태양광 업체의 지난해 잠정 손실 규모가 최고 500억 위안(약 10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소 업체를 포함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600억 위안(약 13조400억원) 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태양광 구조조정 지속
중국 정부의 '태양광 구조조정' 행보 역시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구조조정의 출발점은 지난해 7월 초 최고위급 정책 신호였다. 당시 당국은 중앙재경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기업의 저가 무질서 경쟁을 법과 규정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 공언했다. 이후 같은 달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태양광 기업 14곳과 관련 협회를 불러 좌담회를 열고, 저가 경쟁의 종합적 정리, 품질 제고, 낙후 설비 퇴출, 업계 자율규제 강화 등을 구조조정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구상은 같은 해 8월 발표된 태양광 산업 경쟁 질서 정상화 방침을 통해 한층 구체화했다. 구조조정이 업계 메시지 수준을 넘어 일종의 정책 체계로 격상된 것이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실질적인 산업 재편 흐름이 곳곳에서 가시화했다. 신이솔라, 플랫글라스 등 태양광 유리 기업 10곳이 생산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통합·매입을 통한 구조조정 논의도 이뤄졌다. 통웨이, GCL, 다코, 신터, 이스트호프, 아시아실리콘 등 현지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500억 위안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중국 전체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의 3분의 1(약 100만 톤) 규모 저품질 설비를 사들여 가동을 정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1일부터는 태양광 패널 제품을 비롯한 249개 품목의 수출세 환급(보조금)도 전면 폐지됐다. 수출세 환급은 기업이 수출 상품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납부한 세금을 정부가 환급해 주는 제도로,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금과 함께 중국 태양광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축 중 하나였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수출액의 9%를 현금으로 돌려받고, 이를 단가 인하의 발판으로 삼아 왔다. 수출세 환급이 중단되면 수출 비용 전반이 상승하며 업계 내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美, 中 태양광 우회 수출 '정조준'
미국 역시 중국산 태양광에 대한 제재를 지속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4월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동남아산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AD/CVD) 최종 세율을 최대 3,400~3,500%로 확정한 바 있다. 이는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동맹 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조치다. 이들 국가는 중국이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기존 반덤핑·상계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용하던 우회 수출용 거점이다. 관세 장벽으로 인해 기존의 대미 수출 통로가 사실상 막힌 셈이다.
지난달에는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한 상계관세 예비 판정도 나왔다. 잠정 상계관세율은 △인도 125.87% △인도네시아 104.38% △라오스 80.67%이며, 최종 관세율은 오는 7월 확정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해당 국가 제품의 덤핑 여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반덤핑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조사 대상이 된 국가들은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지에서 밀려난 중국이 새롭게 마련한 우회 수출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3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태양광 전지와 패널은 45억 달러(약 6조4,580억원) 규모로, 미국 전체 태양광 전지·패널 수입의 약 67%를 차지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이전부터 미국 내 생산 기지를 꾸준히 늘려 왔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부터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조지아주 달튼과 카터스빌에 태양광 생산기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했다. OCI홀딩스도 텍사스주에 태양광 밸류체인 투자를 진행 중이며, 현대에너지솔루션 등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모듈 판매 및 프로젝트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흔들리는 현시점,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이들 기업은 경쟁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이에 더해 중국의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모듈 가격이 반등하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