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디자인하는 시대” AI 시장, ‘기술 경쟁’에서 ‘응용 경쟁’으로 이동
“말 한마디로 디자인하는 시대” AI 시장, ‘기술 경쟁’에서 ‘응용 경쟁’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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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 축, 알고리즘 중심에서 응용 생태계 중심으로 이동 캔바·어도비·피그마, 통합 워크플로 기반 디자인 AI 확장 빅테크 진입과 에이전트화 가속에 따른 디자인 시장 재편 본격화

인공지능(AI) 산업의 패러다임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알고리즘 경쟁에서 실질적인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응용 생태계' 선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은 물론 AI 빅테크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차세대 디자인 모델은, 사용자의 의도와 기존 작업 맥락을 정교하게 이해하는 통합 워크플로를 구축하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캔바 'AI 2.0' 출시, 아이디어 내면 AI가 알아서 디자인
17일 IT업계에 따르면 디자인 플랫폼 캔바(Canva)는 최근 AI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시각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 구상부터 결과물 완성까지 전체 창작 워크플로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멜라니 퍼킨스(Melanie Perkins) 캔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AI 기반 디자인 모델 '캔바 AI 2.0'을 공개하며 "시각 콘텐츠 제작 업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통합 디자인 AI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캔바의 AI 연구소가 개발한 디자인 전용 AI 모델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캔바 AI 2.0은 사용자가 아이디어 구상부터 자료 검색, 실제 디자인 작업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널리 쓰이는 AI 챗봇처럼 대화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채팅창에 요구 사항을 글이나 음성으로 입력하면 AI가 사용자의 과거 작업 내역 등을 참고해 콘텐츠 제작과 수정을 진행한다. 캔바 AI 2.0은 메모리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사용자의 기존 디자인 결과를 학습해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이메일이나 슬랙 같은 사내 업무용 메신저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 목적과 용도를 미리 파악해 작업에 활용한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나 구글 캘린더에 올라온 회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프레젠테이션(PPT)을 1분 내로 만들어내거나, 슬랙에 올라온 최신 정보를 참고해 팀 공지사항을 매주 자동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캔바는 지난달 미국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집계한 전 세계 생성형 AI 앱 월간 방문자 수 순위에서 챗GPT와 제미나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a16z는 캔바에 대해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최근 구글 '나노바나나'를 비롯한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가 부상하면서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캔바는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캔바는 AI를 플랫폼 전반에 발빠르게 도입한 결과 지난해 연간 반복 매출이 40억 달러(약 5조9,400억원)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성장했다. 월간 사용자는 2억6,5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유료 구독자는 3,100만 명에 달한다. 기업 고객도 늘면서 관련 매출도 5억 달러(약 7,400억원)를 넘어섰다.

어도비·피그마도 AI 디자인 툴 공개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도 AI 에이전트 '파이어플라이 AI 어시스턴트(Firefly AI Assistant)'를 출시하며 AI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 기능은 지난해 10월 '프로젝트 문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먼저 공개된 바 있으며, 이달에 정식 명칭을 달고 출시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어시스턴트가 파이어플라이, 포토샵, 프리미어, 라이트룸, 익스프레스,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앱을 직접 오가며 작업을 완료해 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개별 앱의 사용법을 익힐 필요 없이 AI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직접 지시하기만 하면 필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숍 개장을 홍보하기 위한 소셜미디어(SNS) 광고지를 만들 때 사용자는 사진을 여러 장 끌어다 놓기만 해도 AI 어시스턴트가 알아서 사진의 구도를 맞추고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거쳐 알맞은 형태로 가공해 준다. 결과물은 텍스트 입력뿐 아니라 버튼과 슬라이더로도 조정할 수 있으며, 작업 중 언제든 사용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도 AI 기반 신제품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지난달 피그마는 AI 에이전트로 피그마 캔버스에서 디자인을 직접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즈 피그마(Use Figma)' 도구와 '스킬스(Skills)' 기능을 베타로 출시했다. 해당 기능은 피그마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서버를 통해 제공되며 클로드 코드와 오픈AI 코덱스 등 주요 MCP 클라이언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새 기능 핵심은 팀 디자인 시스템을 AI 에이전트가 직접 이해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존 디자인 자산을 기반으로 에셋을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어 디자인과 개발 간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 기존 워크플로에서는 AI가 생성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실제 디자인 시스템 간 괴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번 기능은 명명 규칙과 구조 라이브러리 구성까지 반영해 에이전트가 동일한 컨텍스트에서 작업을 지원, 이를 통해 코드와 캔버스 간 이동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구글·앤스로픽 등 빅테크도 가세
주목되는 부분은 빅테크의 디자인 시장 진입이다. 구글은 지난달 18일 아이디어를 실제 소프트웨어 디자인으로 즉각 구현하는 AI 기반 디자인 캔버스 ‘스티치(Stitch)’의 진화된 기능을 발표했다. 이 도구의 핵심은 복잡한 와이어프레임 제작 과정 없이 사용자의 의도와 느낌(Vibe)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전개하는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 개념의 도입이다. 즉 단순한 디자인 도구의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의도’를 중심으로 UI를 생성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사용자는 비즈니스 목표나 사용자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 혹은 영감을 주는 예시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다. 이 캔버스는 이미지, 텍스트, 코드 등 다양한 형태의 컨텍스트를 직접 수용하며, 초기 아이디어 구상부터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 제작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새롭게 도입된 ‘디자인 에이전트’는 프로젝트의 전체 진화 과정을 추론하며, ‘에이전트 매니저’ 기능을 통해 여러 개의 디자인 안을 병렬로 작업하면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앤스로픽 역시 디자인 AI 도구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 IT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14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앤스로픽이 차세대 모델 '오퍼스 4.7'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 AI 도구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도구 역시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전문가 수준의 디자인을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어도비와 윅스, 피그마의 주가가 2% 이상 하락하며 AI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개발자뿐 아니라 비개발자까지 포괄하는 사용성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디자인 및 생산성 도구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