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경제 압박에 재차 협상 테이블 찾는 美·이란, 핵 포기 입장차·트럼프 '톱다운 외교'는 변수
[미국-이란 전쟁] 경제 압박에 재차 협상 테이블 찾는 美·이란, 핵 포기 입장차·트럼프 '톱다운 외교'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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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외교적 해결 가능성 여전히 열려 있어 대규모 경제 손실 떠안은 美, 이란 원유 수출도 중단 위기 핵심 사안 관련 입장차 여전, 트럼프식 톱 다운 외교도 리스크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며 양국이 모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떠안은 가운데,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재차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다만 양측이 내세운 조건의 간극이 상당히 큰 만큼, 향후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톱 다운(Top-Down) 외교 전략이 이란과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美·이란 재협상 조짐 가시화
14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틀 안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협상이) 열릴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같은 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보며, 이란은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CNN은 향후 양국 간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번에도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높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도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 결렬 뒤에도 이란 및 중재자 측과 접촉을 이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밴스 부통령 역시 이란과의 추가 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우파 단체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랜드바겐(grand bargain·포괄적 합의)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안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며 "당신들(이란)이 정상적인 국가로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당신들을 경제적으로 정상적인 국가처럼 대우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할 시 그 대가로 대(對)이란 제재 등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란 역시 추가 협상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1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은 국가의 존엄과 권위를 보존할 수 있는 한 외교를 분쟁 해결의 가장 바람직한 길로 여기며, 법적 틀 안에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강경파인 이란 의회 외교정책위 소속 에스마일 코우사리 의원도 이르나에 “이란이 협상에 참여하는 이유는 세계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며 “미국을 신뢰하지 않지만, 협상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양국이 짊어진 경제적 부담
이처럼 양국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전쟁이 추가로 장기화할 시 막대한 부담을 짊어지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이미 대규모 경제 손실을 떠안은 상태다. 14일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월 28일 대이란 군사 작전 시작 이후 첫 6일 동안 113억 달러(약 16조6,200억원)의 비용이 쓰였다고 밝혔다. CNBC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한 뒤 이란 전쟁에 국방부 발표치보다 훨씬 큰 비용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공공 정책 전문가 린다 빌메스 교수의 의견을 소개했다.
빌메스 교수는 실제 분쟁이 벌어진 40일간 단기적인 초기 비용이 하루 평균 20억 달러(약 2조9,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탄약, 병력, 전투기 등 군사 자산 피해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다. 아울러 그는 국방부가 자산 교체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닌 과거 재고 가치를 기준으로 수치를 발표했다면 단기 비용은 서류상 비용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국방부가 보고한 초기 6일간 비용은 사실상 113억 달러보다 160억 달러(약 23조5,400억원)에 더 가깝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재건 비용, 파병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보상, 국방 예산 증액 흐름 등을 합하면 종합적인 투입 비용은 1조 달러(약 1,47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란 역시 궁지에 몰린 것은 매한가지다. 미국은 지난 13일 오전부터 대이란 해상 봉쇄에 착수한 상태다. 미국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아드 말레키는 미국의 봉쇄 조치가 이란에 하루 4억3,500만 달러(약 6,400억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란이 약 2주 안에 원유를 감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위성 분석 업체 카이로스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란의 원유 저장 탱크들은 현재 50%가량 채워진 상태다. 현재 수출 물량이 하루 약 180만 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이 저장 탱크에 추가로 채울 수 있는 원유는 최대 16일분이다. 이를 넘어서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록한 최대 저장량(9,200만 배럴)을 초과하게 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란이 저장 탱크가 완전히 차기 이전부터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전을 완전히 멈추기보다는 조기 감산을 택하는 것이 원유 저장층의 장기적 손상을 막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식 외교 전략의 한계
향후 관건은 양측이 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선택할 수 있을지다. 이란은 1차 회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등을 포함한 10개 요구 조건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능력 해체,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금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체제와 주권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를 중동 안보와 국제 질서 차원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란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우는 톱 다운 외교 전략이 협상의 장애물이 될 위험도 존재한다. 톱 다운 전략은 국가 정상이 전면에 나서 협상을 주도하고 그 동력을 아래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외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는 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부터 정상급 외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과의 핵 협상이다. 그는 2018년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부터 2019년 9월까지 네 차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했다. 해당 기간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도 공개된 것만 최소 10개 이상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식 톱 다운 외교의 장점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통상적인 방식 대비 훨씬 신속하고 과감한 외교적 의사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 1차 미·북 정상회담은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을 통해 처음 제안됐으며, 이후 약 3개월 만에 성사됐다. 아울러 당시 북한이 미국에 대한 강경 노선을 고수했음에도 양국 간 협상이 지속된 것은 톱 다운 외교를 통해 형성된 정상 간 관계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양국의 논의 과정에서는 톱 다운 외교의 리스크 또한 여실히 확인됐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결렬된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무진의 사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정상 차원에서 회담 개최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톱 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두 정상은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당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차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기간 중 열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며 회담에 임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있는 정치적 압박을 과대평가해 과도한 요구를 내놓았다는 진단도 존재한다. 어디서든 자국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정상들의 외교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이처럼 정상급 외교가 결렬된 뒤에는 실무진 차원의 후속 방안을 강구하기가 어렵다. 실제 미국과 북한은 4개월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뒤에야 재협상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양국은 그 뒤로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재차 미·북 실무 협의가 진행됐으나, 양측은 수 시간 만에 논의를 종료하며 입장차만을 재확인했다. 이후 양국 간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