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中 실리 중심 경제외교, 위기 때 책임 분담 회피 한계 드러나
[딥폴리시] 中 실리 중심 경제외교, 위기 때 책임 분담 회피 한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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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익 중심 대외 전략은 위기 시 지원 한계 노출 이란 베네수엘라 사례로 확인된 책임 회피 신뢰 약화 안보 공백 지속 조건부 협력 구조 고착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하루 평균 약 138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들여왔다. 전체 해상 원유 수입의 13.4%를 차지하는 핵심 물량이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상황이 다르다. 스페인 매체 카데나 세르(Cadena SE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전체의 3% 수준에 그쳐 전략적 비중이 제한적이다.
이 같은 차이는 중국이 경제적 실익을 기준으로 협력 범위를 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유 확보와 조달 경로 다변화 등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의 강도를 달리해온 것이다. 위기 국면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더 분명해진다.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하자 중국은 개입 범위를 제한하고, 필요한 수준에서만 자본과 자원을 투입하는 대응을 택했다.
위기 국면에서 드러나는 지원의 한계
중국의 실익 중심 대외 협력은 위기 상황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낸다. 중국은 공급망 확보와 결제 수단 다변화를 위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협력을 이어왔지만, 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개입 범위를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 영향력 유지에 필요한 수준에서만 자원을 투입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대응은 중국 경제외교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군사동맹의 부재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 시 행동 양식이다. 자금과 인프라는 제공하지만, 충돌에 따른 비용까지 함께 부담하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그 결과 상대국에는 결정적 순간에 의존하기 어려운 파트너라는 판단이 자리 잡는다.

동맹 아닌 거래 관계 신뢰의 한계
중국의 대외 관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동맹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병력 투입 대신 상업적 접근권을 확보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2021년 이란과 체결한 25년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에도 방위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원유 확보와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관계를 이어가되 군사적 부담까지 감수하는 선택은 피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관계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 간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으로 가늠된다. 중국과 항만·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점차 현실적인 기준으로 관계를 재평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강대국 간 충돌이나 제재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는 협력국이 기대했던 보호 역할의 범위를 다시 설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커지는 경제적 존재감, 제한된 안보 역할
위기 시 개입을 제한하는 중국의 대응 방식에도 대외 경제 활동은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일대일로 사업 규모는 2,135억 달러(약 315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60개국 이상에서 항만·도로·에너지 등 인프라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최대 채권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적 존재감이 곧 정치적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동남아시아 조사에서는 중국이 경제·정치 전반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로 평가되면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미·중 갈등 시 미국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인식은 안보 영역에서 더욱 뚜렷하다. 중국은 안보 협력을 강조하지만 실제 지원은 치안 협력이나 감시 기술 제공 등 내부 통제 강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외부 충돌이나 해상 봉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는다. 이에 따라 각국은 인프라 사업이나 자원 개발 협력에서 기간을 단축하고 선택지를 분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위험을 함께 부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누적된 결과다.

거래 구조 인식이 정책 판단 좌우
중국의 대외 행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책 대응 방향도 달라진다. 이를 단순한 상업 협력이나 군사 확장으로 구분해 이해할 경우 관계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중국은 금융·기술·인프라를 결합해 접근하면서도 동맹에 수반되는 책임은 지지 않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범위 역시 일정 수준에서 제한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정교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국 자본과의 협력은 초기 단계에서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를 장기적 동반자 관계로 확대 해석하기보다 거래에 기반한 협력으로 인식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자금 조달과 위험 부담,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역할을 분리해 판단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사례는 중국 경제외교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중국은 항만을 건설하고 원유를 구매하는 역할은 수행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파트너로 기능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인식이 누적될수록 중국의 역할은 자본과 사업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글로벌 질서 형성의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서는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위기 국면마다 반복되는 소극적 대응이 이어질 경우, 중국의 경제외교는 필요에 따라 활용되는 조건부 협력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 Economic Statecraft Has a Credibility Proble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