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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라지고 적만 늘어나는 트럼프” 미국-유럽 관계 악화일로, 77년 대서양 동맹도 파국으로

“친구 사라지고 적만 늘어나는 트럼프” 미국-유럽 관계 악화일로, 77년 대서양 동맹도 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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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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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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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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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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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美 파병 요청에 이어 해협 역봉쇄도 불참
친트럼프 인사 멜로니 伊 총리마저 트럼프 맹비난 
'미국 없는 나토' 구상 가속, 독일 입장 변화에 탄력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표면화된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동맹 관계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압박과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반발이 누적되면서 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주요국 정상들이 일제히 공개 비판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후 77년간 유지돼 온 대서양 동맹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가운데, 유럽의 자율성 강화 움직임에 속도가 나면서 글로벌 세력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영 동맹의 균열

1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의 관세 합의에 대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무역 협정을 줬다. 필요 이상으로 좋은 조건이었다”며 “그 조건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무역 합의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에너지와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해 원유 개발 제한과 이민 정책을 언급하며 “이 두 가지가 모두 나쁘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영국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계획을 밝혔지만, 영국 정부는 봉쇄 작전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영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세계 경제와 국내 생활비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항행의 자유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영국 정부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함정을 파견할 경우 위기가 더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으며, 특히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하는 것과 해협 봉쇄에 동참하는 것은 명확히 다른 사안으로 구분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영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불참을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스타머 총리를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유화 정책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영국 전시 지도자 네빌 체임벌린(Neville Chamberlain)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에야 군사 장비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던 스타머 총리를 비판하며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나 전쟁 중에 장비가 필요한 법”이라며 “이는 체임벌린식 발언”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의 관계를 두고 “안타깝다”고 평가하면서 스타머 총리에 대해 “정책에서 비극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 전쟁 초반에 미군의 영국 군사기지 이용을 허용하지 않은 데 이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진저리가 난다”고 표현하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시 걸프 지역을 방문 중이던 스타머 총리는 영국 ITV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트럼프의 행동 때문에 전국의 가정과 기업이 에너지 요금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에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취약한 휴전에 들어간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왔다. 스타머 총리는 중동 위기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란에 협상을 압박하며 한 ‘문명 파괴’ 발언에 대해서는 “내가 쓰지는 않을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수장들 연쇄 이반

영국 수장뿐 아니라 이탈리아 수장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14일 멜로니 총리는 와인산업 관련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의 말대로 행동하는 사회라면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에 연대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판을 겨냥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평화를 촉구하고 모든 형태의 전쟁을 규탄하는 것은 옳고도 정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시국을 품은 이탈리아의 정상으로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교황의 편을 택한 셈이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 중 가장 가깝게 여긴 인사다. 보수 성향인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이탈리아가 미군의 시칠리아 공군 기지 사용을 불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 사이에도 균열이 시작됐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11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국제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미국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렸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마저 지난 12일 총선 패배로 물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아군을 1명 더 잃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절친’ 오르반 총리를 공개 지지하고 J D 밴스 부통령까지 헝가리로 보내 지원사격을 했으나, 오르반 총리는 선거에서 끝내 참패했다. 압승한 헝가리 야당 티서의 머저르 페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하지는 않겠지만 백악관에서 전화가 온다면 통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르반의 친(親)트럼프 행보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수장과의 관계도 악화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지지하지 않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겨냥해 지난 1일 “아내에게 학대당한다”고 공개 조롱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제 미국 못 믿겠다”, ‘유럽판 나토’ 안보 구상 급물살

이런 가운데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을 배제한 독자적 안보 체제 구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이 여전히 절대적이라고 판단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기 맞추기에 더 치중해 왔지만, 이란 전쟁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국제법 위반 논란에 유럽 각국이 전쟁 개입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탈퇴 카드까지 꺼내며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경우를 대비해 유럽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상 계획은 오랫동안 이를 반대해 온 독일이 입장을 바꾸며 탄력을 받고 있다. 수십년간 독일은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의 방위력 강화 주장에 저항했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집권 후 동맹국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성 우려가 커지며 이러한 입장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한 데다, 미국이 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혼동하고 나토 내 미국 정책을 이끄는 뚜렷한 가치 기반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독일의 참여는 이 임무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실질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재정적 여력이 크며, 특정 임무에 필요한 핵심 군사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유럽판 나토'로 불리는 비상 계획은 동맹의 지휘통제 역할을 유럽이 더 많이 맡고 미국의 군사 자산을 유럽군의 자산으로 보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위협해 온 대로 미국이 유럽 주둔 병력을 철수하거나 나토 조약의 집단방위 조항 이행을 거부하더라도 대(對)러시아 억지력, 작전 연속성, 핵 억지력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처음 구상된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드러낸 후 가속화됐고, 이란 전쟁을 둘러싼 미·유럽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한층 더 긴박한 현안이 됐다.

현재 유럽은 미국과 차별화된 독자 행보를 더욱 분명히 하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는 오는 17일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한 국제화상회의를 공동 주최한다. 미국은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가 “순전히 방어적 임무에 이바지할 의사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며, 안보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호르무즈의 항행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역시 “분쟁 종료 이후 국제 해운 보호를 위한 조율되고 독립적인 다국적 계획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상의 작전 구조는 세 단계로 짜여 있다. 첫 번째는 전쟁 발발 이후 걸프만에 묶인 수백 척의 선박을 빠져나오게 하는 긴급 물류 통로 확보, 두 번째는 이란이 전쟁 초기 깔아놓은 기뢰를 전면 걷어내는 대규모 소해(掃海) 작전이다. 마지막은 호위함과 구축함을 정기 배치해 해운사들이 안심하고 항로를 이용하도록 신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뢰 제거 전력에서 유럽은 미국을 압도한다. 미국은 소해함을 대부분 퇴역시킨 반면, 유럽 각국은 150척이 넘는 소해함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킬 항을 모항으로 기뢰탐색·제거 전문 함정 12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부티에 감시 항공기도 배치하고 있어 이번 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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