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각에 은행보증채 발행까지" 자금 마련 나선 롯데케미칼, 그룹 리스크 완화는 미지수
"자산 매각에 은행보증채 발행까지" 자금 마련 나선 롯데케미칼, 그룹 리스크 완화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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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2,000억원 규모 은행보증채 발행 나서 자산 매각·NCC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도 박차 휘청이는 롯데그룹, 호텔롯데·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가능할까

롯데케미칼이 보증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재무 및 실적 부담이 수년째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시중은행 지급보증을 앞세워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재무 개선 효과가 발생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과거 석유화학 부문을 '캐시카우'로 삼아 왔던 롯데그룹은 이러한 흐름 속 롯데케미칼과 함께 몸살을 앓고 있다.
롯데케미칼, 공모 시장 문 두드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케미칼은 3년 단일물로 2,000억원 규모 보증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공모 시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지난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사채는 시중은행 지급보증을 통해 롯데케미칼 자체 신용(AA-)이 아닌 AAA급 신용도로 발행된다. 주관사단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21일 이뤄지며, 발행 목표일은 이달 28일이다.
롯데케미칼이 은행보증채를 택한 배경에는 자체적인 신용 한계가 자리한다. 롯데케미칼의 재무 상황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악화해 왔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58.1%에서 2023년 말 63.4%, 2024년 말 72.7%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2조1,960억원에서 2조1,031억원, 1조8,44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2024년에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지급보증을 붙인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발행되며 시장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말에는 부채비율이 64.4%로 낮아졌지만, 이 역시도 부담이 적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현금성자산도 1조1,077억원으로 추가 감소했다.
실적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2022년부터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악화하며 기초화학 중심 사업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사태가 한층 심각해졌다. 중동 지역의 핵심 에너지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나프타 등 석유·천연가스에서 파생되는 화학 제품들의 수급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수입 의존도가 45%에 달하고, 이 중 중동 지역 수입 비중이 약 77%로 매우 높아 수급 변동성에 특히 취약한 편이다.
유동성 확보 위해 구조조정 단행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자재 사업부 매각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건자재 사업부 분할 매각을 위해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 건자재 사업부는 건축 자재로 쓰이는 인조 대리석과 주방 싱크대 상판용 엔지니어드 스톤(석영을 함유한 인조 석재)을 생산하는 부서다. 시장의 예상 매각가는 4,000억~5,000억원대로 과거 매각설이 불거진 2024년 당시 언급됐던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축외장 및 커튼월(건물의 하중을 벽 대신 기둥으로 지탱하고 외벽은 커튼을 치듯 둘러서 제작하는 방식) 시공 기업인 롯데에코월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롯데에코월은 커튼월 공법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기업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시청,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건물 등을 시공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1,34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38억6,000만원이다. 여기에 동종업계 기업들의 EV/EBITDA 배수(8~10배)를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정부 권고에 발맞춰 충남 서산 소재 대산 사업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만든 합작사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폐합해 고정비를 절감하고, 저수익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합병 과정에서 최소 3년간 110만 톤(t) 규모 NCC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구조조정 행보가 당장 숨통을 틔우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차입금, 회사채 등 가까운 시일 내 상환해야 할 자금 부담이 여전한 데다, 본업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매각 대금도 결국 일시적 버팀목에 그칠 위험이 있어서다. 여기에 이자 부담과 재무 건전성 지표 방어 필요성까지 감안하면, 이번 구조조정이 실질적인 재무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 차원 부담까지 가중
이 같은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롯데그룹에도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13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롯데그룹 이익 창출력 저하의 주된 원인이라고 짚었다. 롯데케미칼이 과거 그룹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통, 호텔 등 여타 주력 사업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할인점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 면세 시장 부진 등 악재가 누적되며 사업 효율화 전략의 효과가 상쇄된 탓이다. 아울러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 등 식음료 자회사들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압박에 짓눌리고 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신규 사업 부문의 고정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증권가 등에서는 향후 롯데그룹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후보로 꼽히는 기업은 IPO 좌초 전례가 있는 호텔롯데,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우선 호텔롯데는 2015~2016년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상장을 추진했으나, 국정농단 사태 및 검찰 수사로 인해 일정이 멈춰 섰다. 이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텔·면세 사업 실적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재추진 동력이 약해졌다. 현 호텔롯데의 상황과 관련해 한 증권가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뉴욕 팰리스 호텔 부지 인수 등으로 인한 자체 자금 수요가 뚜렷하고, 호텔·면세 사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크다"며 "중복상장 논란에 따른 밸류에이션 할인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상장에 적합한 시기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으나, 같은 해 5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돼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투자 활동을 축소하고 부채 상환에 집중하며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유지 중이다. 실제 지난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은 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고, 차입금 상환 등으로 재무활동현금유출은 2,455억원으로 26.9% 증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31.2%로 전년(342%) 대비 10%P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