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시장 변화 신호탄” 일본 회사채 발행액 사상 최고치 경신, 수익률 기대·팽창 재정 파급 효과
“日 금융시장 변화 신호탄” 일본 회사채 발행액 사상 최고치 경신, 수익률 기대·팽창 재정 파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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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의존 구조에서 채권 발행으로 전환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수익률 경쟁력 강화 리테일 채권 중심의 수요 기반 확장

일본 기업들이 발행한 엔화 표시 채권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가계가 예금 대신 채권 등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업들이 이 같은 투자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선제적 자금 조달 수요까지 맞물린 양상이다.
日 회사채 발행 6년來 최대
15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4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15조8,000억 엔(약 146조2,800억원)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행 주체별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1조3,000억 엔(약 12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반영된 결과다. SBI 홀딩스는 스테이블코인과 미디어 사업 확장을 배경으로 4,200억 엔(약 3조8,000억원)을 발행했다.
일본 기업들이 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성장 투자 압박 때문이다. 자본 효율성을 높이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기존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한 사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자금 조달은 여전히 80% 이상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회사채 비중은 약 10%에 그친다. 일본 채권시장의 규모 역시 미국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 기반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엔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이 주도한 M&A 총액은 31조 엔(약 28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오다 노리타카 SMBC닛코증권 부장은 "모든 자금을 은행 대출로만 충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은행 측도 대출은 늘고 있으나 예금이 그만큼 늘지 않아, 기업들이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인플레 장기화에 예금보다 높은 투자처로 이동
개인 투자자의 유입도 회사채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올해 일본 기업들의 개인 투자자 대상 채권 발행액은 2조7,600억 엔(약 2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록인 2조7,300억 엔(약 25조2,7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블룸버그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특히 소프트뱅크그룹의 개인 대상 회사채(리테일 채권) 누적 발행액은 10조 엔(약 94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AI 보급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반도체, 로봇 등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80만 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접근성 개선과 수익률 차이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일본에서는 실질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현금 및 예금 보유가 합리적 선택으로 기능해 왔다. 일본은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저축이 52.6%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에 보수적이다. 이는 미국(12.6%), 유로존(35.5%)과 큰 차이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자산 가치 폭락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자산을 지키기 위해선 저축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경제 호황을 경험한 적 없는 젊은 세대 역시 소비나 투자보단 저축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시대로 이동하면서 일본인들의 투자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예금 일부를 채권으로 이동시키는 흐름도 뚜렷해지는 추세다. 개인용 회사채는 일반적으로 1구좌당 100만 엔 수준(약 925만원)이지만 디지털 채권은 1만 엔(약 9만2,5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수익률은 은행 예금보다 높아 다수 채권이 2% 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소프트뱅크 그룹의 7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2022년 약 2.8%에서 2025년 3.98%로 43%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반해 주요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는 0.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재정 팽창이 촉발한 국채 금리 상승 압력
다만 일본 회사채 시장 확대를 투자 수요 증가로만 설명하기에는 거시 환경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팽창 재정 운용과 그에 따른 국채 시장의 긴장감 고조가 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본의 재정은 장기간에 걸쳐 확장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의 국가채무는 229%에 달한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 재정이 최악으로 분류되는 이탈리아조차 일본의 절반 수준인 136%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 국채 발행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다카이치 내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18조3,034억 엔(약 169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11조6,900억 엔(약 108조2,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다카이치 내각은 AI, 반도체 등에 대한 성장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늘리고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채가 늘어도 장기 성장으로 상쇄해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엄청난 부채를 일본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가 세금 감면을 공약했던 지난 2월 19일에는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단 한 번의 거래 세션에서 0.25% 포인트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일일 변동폭을 0.01% 포인트 단위로 표시하는 채권 시장에서는 엄청난 상승폭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글로벌 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에 시장을 안심시켜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국채 수익률 급등은 일본 경제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이 확대되면서 시장 금리는 점진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국채 금리의 변화는 기업 자금조달 비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리 환경이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은행 대출 대비 채권 발행의 상대적 매력도가 변동하게 된다. 이에 기업들은 금리 상승 이전에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이는 회사채 발행 확대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