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이란 해상 역봉쇄 나선 美, 핵 프로그램 관련 이견에 협상 교착 장기화
[미국-이란 전쟁] 이란 해상 역봉쇄 나선 美, 핵 프로그램 관련 이견에 협상 교착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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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항구·연안 지역서 역봉쇄 조치 시행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 핵심 원인은 핵무기 관련 입장 차이 양극단에서 제시된 요구사항, 양자택일식 접근으로는 해결 어려워

미국이 이란 해상 봉쇄 조치를 본격 시행했다. 양국 간 협상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견으로 인해 결렬된 가운데, 협상력 강화를 위해 이란을 향한 경제·군사적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현재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나, 전문가들은 핵심 사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확고한 만큼 논의가 재차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美, 이란 항구·연안 틀어막아
13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전 10시를 기해 대(對)이란 해상 봉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원유 수출 선박 및 외부에서 이란으로 들어오는 전쟁 물자 보급을 차단하며 이란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이번 작전을 위해 15척 이상의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배치했다. 해협 내에는 11일부터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 등 미 이지스 구축함이 진출해 있었다.
미국의 봉쇄 대상은 이란 항구와 연안 지역을 드나드는 모든 국가의 선박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승인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거나 출항하는 선박은 차단·회항·나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이란 해군 158척을 이미 격파했다"며 "남은 고속정이 봉쇄 구역에 접근하면 즉각 제거될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란 외 국가의 선박은 제3국 항구를 이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가능하다.
이란은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즉각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싸운다면 우리도 싸울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재차 눈에 띄게 고조된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의 봉쇄 조치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과의 합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전 세계적인 에너지·물류 리스크를 감수하며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는 시각이다. 미국의 봉쇄는 에너지 공급망 혼란을 가중해 비용 상승과 수요 위축을 동시에 야기할 위험이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핵 프로그램 두고 대치하는 양국
이 같은 조치가 등장하기에 앞서 양국은 지난 11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장장 21시간의 ‘마라톤회담’을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한 바 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과 여러 차례 실질적인 논의를 가졌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로 미국에 복귀한다”며 “이는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같은 날 “(양국이) 몇 개 사항들에 대해 상호 이해에 도달했으나, 2∼3개 주요 사항에 대해 이견이 있었으며 그 결과 합의가 불발됐다”고 전했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밴스 부통령은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확인해야 한다”며 “이것이 이번 협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미 대통령의 핵심 목표인데 아직 그런 의지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3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20년간 중단하는 데 동의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완전한 농축 금지’ 원칙 대비 다소 유화적인 방안이다. 다만 이란은 한 자릿수 기간의 제한적 유예를 역제안하며 미국에 맞섰다.
이란이 이미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 결렬 이후 "밴스 부통령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는 ‘주요 쟁점은 이란 내 모든 농축 물질을 제거하고 향후 수년, 어쩌면 수십 년 동안 농축이 이뤄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기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의 전량 제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국제 감시 아래 우라늄을 저농축으로 희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논의 진전 여부 불투명
한 차례 합의 도출에 실패한 양국은 현재 물밑에서 재협상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CNN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2주 휴전 기간이 만료되기 전 두 번째 대면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을 놓고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외교적 해결책 모색 의지를 꺾지 않고 있으며, 협상 진척 상황에 따라 휴전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언이다.
같은 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도 미국과 이란이 최고위급 협상 결렬 이후에도 여전히 휴전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피단 장관은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당사국들과 접촉했다며 "양측 모두 휴전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과 함께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온 국가다. 그는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으로 치달으면 심각한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며 "중재국들의 지원으로 난관을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양국이 내건 요구사항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이란은 협상 이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등을 포함한 10개 요구 조건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능력 해체,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금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체제와 주권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핵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를 중동 안보와 국제 질서 차원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란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양측이 지금처럼 자국의 핵심 요구를 모두 관철하려는 양자택일식 접근을 고수하면 협상은 진전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