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논의에 제동 건 노르웨이, 독일發 에너지 리스크 속 북유럽 에너지 해법은
원전 논의에 제동 건 노르웨이, 독일發 에너지 리스크 속 북유럽 에너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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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증가 흐름 뚜렷" 노르웨이, 원전 도입에 난색 막대한 독일發 전력 수요에 짓눌리는 북유럽 전력망 SMR 완성도 아직 불확실, 제도적 차원에서 대안 모색해야

노르웨이 정부가 원전 도입과 관련해 신중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의 원전 건설 현장에서 공기 지연 및 비용 증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및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인해 북유럽 전력망의 부담이 대폭 가중된 만큼,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제도 개선 등이 에너지 위기를 타파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원전서 등 돌린 노르웨이 정부
지난 12일(현지시각) 폴란드 경제 매체 방키에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정부는 에너지 보고서를 발표하며 노르웨이 내 원전 도입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 대형 원전 건설 현장이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 탓에 국가 재정의 '늪'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핀란드의 올킬루오토 3호기 건설이 꼽혔다. 2005년 착공한 올킬루오토 3호기는 애초 2010년 가동이 목표였으며, 30억 유로(약 5조2,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술적 결함과 안전 기준 강화 등 악재가 누적되며 실제 가동은 기존 계획보다 13년이나 지연됐고, 공사비는 110억 유로(약 19조1,600억원)까지 불어났다.
2007년 첫 삽을 뜬 프랑스의 플라망빌 3호기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플라방밀 3호기의 준공 목표 시점은 2012년이었으며, 책정 예산은 3억 유로(약 5조7,500억원)였다. 그러나 설계 변경과 시공 오류가 쌓이며 준공 예정일은 2024년으로 미뤄졌고, 투입 비용은 130억 유로(약 22조6,500억원)가량으로 치솟았다.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프로젝트의 경우 공사가 시작된 2016년 210억 유로(약 36조5,900억원) 수준이었던 예산이 최대 460억 유로(약 80조1,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공 시점 역시 지난해에서 2030~2031년으로 연기됐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원전이라는 불확실한 대책 대신 현실적인 에너지 안보 강화에 무게를 싣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풍부한 수력 발전 기반 전력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원전을 도입할 사회·경제적 유인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수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수력 발전소의 현대화 △국가 송전망 확충 △에너지 소비 효율 개선 등이 거론됐다.
독일, 북유럽 에너지 빨아들여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서 관련 논의가 완전히 무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북유럽 전력망 전반이 막대한 부담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과거 석탄·원자력·수력이 각 축을 이루는 상호보완적 전력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를 유지해 왔다. 독일·폴란드의 석탄, 프랑스의 원전, 북유럽의 수력이 하나의 그리드로 연결돼 전력을 주고받고, 이를 러시아의 저가 천연가스가 보완하는 구조다.
그러나 독일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전환하면서 이러한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양광·풍력 발전 특유의 간헐성에 '둔켈 플라우테(바람이 불지 않고 하늘이 어두운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 등 기상 현상 문제가 더해지며 독일의 전력 수입 의존도가 대폭 높아진 것이다. 독일에서 발생한 수요는 수력댐을 활용해 남는 전력을 저장하며 ‘배터리’ 기능을 수행하던 북유럽으로 몰렸다. 2024년 기준 원전 2기가 만들어내는 분량의 전기가 노르웨이에서 유럽 본토로 넘어갈 정도였다. 이에 따라 북유럽 전기 도매가격은 순식간에 상승했다. 독일의 수요에 대응하고,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원전을 비롯한 추가 기저전원 확충이 불가피한 셈이다.
문제는 북유럽 국가 대부분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높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둔화, 가계·부동산 시장 불안 등으로 인해 경제적 여력이 약화한 상태다. 스웨덴은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가계 부채 부담이 부각됐고, 핀란드는 경기 침체에 가까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에너지 수출로 재정은 견조하지만 내수 경기는 둔화하는 이중 구조가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소비 및 투자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인구 규모의 한계로 내수 확장성이 제한된 결과다.

추가 해결책 필요성 부각
이런 상황 속 에너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SMR이 지목된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전력을 확충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웨덴 정부는 오는 2045년까지 SMR을 포함해 10기 분량의 신규 원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2월 아우레·헤임 지역 산업단지 내에 최대 1.5기가와트(GW) 규모의 SMR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노르웨이 내부에서 SMR이 기술적 완성도와 상용화 측면에서 '불확실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원전 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도로 에너지 수급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노선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진단이다. 최근 EU는 수입 석유와 가스에 적용되는 메탄 규제를 완화했다. 현행 메탄 규정은 EU 내 생산자들에 엄격한 모니터링 및 보고·정정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러한 규정에 ‘유연성’을 도입해 수입 업체들이 개별 화물 단위까지 배출 데이터를 추적하지 않아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EU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국가는 자국 전체 생산량 중 일정 비율이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
제도적 대응책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참고할 만한 전례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 2022년 EU 및 유럽권 국가들이 보여준 제도 개선 행보가 꼽힌다. 당시 EU는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을 개정해 2040년까지 화석연료 보일러를 전면 퇴출하고, 2050년까지 모든 건물을 제로 배출 건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법제화했다. 독일은 난방 온도를 업무 형태에 따라 섭씨 12∼19℃로 제한함과 동시에 히트펌프 교체 시 최대 70%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덴마크는 2035년까지 가정용 가스 난방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고, 2023년 한 해에만 4만 가구를 집단 에너지 네트워크에 새로 연결했다. 이후 3년 만에 EU 전역의 가스 소비는 이전 5년 평균 대비 1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