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확산 속 소득 불균형, 교육·조세 체계 재설계 시급
[AI MEMO] AI 확산 속 소득 불균형, 교육·조세 체계 재설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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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속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 압력 노동시장 재편에 교육 역할 확대 필요 교육·재정 제도 재설계, 포용 성장 관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진국 경제는 오랫동안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 분배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의 40~60%는 임금 형태로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 수익 등 자본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였다. 이 같은 소득 분배 구조는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반 역할을 했다. 노동소득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을 해외로 이전했고, 반대로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 압력이 높아지면서 분배 구조가 다시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이 분배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과거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기지를 아시아나 동유럽으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노동 자체를 대체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생성형 AI가 사무실의 일상적인 업무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된 2024년을 전후로 이러한 흐름은 한층 뚜렷해졌다.
아직 고용 지표만 놓고 보면 변화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요국의 고용 규모가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흐름을 들여다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AI가 인간이 수행하던 업무를 점차 대체하면서 노동에 돌아가는 소득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분배 구조의 변화를 넘어 조세 체계와 교육 정책, 노동의 개념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AI와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의 관계
20세기 후반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의 주요 요인은 세계화였다. 서구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 거점을 저임금 국가로 이전했고, 그 여파로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에 발표된 학술지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선진국의 노동소득 비중은 기술 발전과 생산 거점 이전이 맞물리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여기에 AI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이제 기업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지 않아도 조직 내부에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이나 법률 문서 검토, 프로그램 개발 같은 업무까지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이후 생성형 AI가 빠르게 보급되고 이용 비용까지 낮아지면서 기업이 인력을 대신해 알고리즘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역사적으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과정에서는 노동소득 비중이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80년부터 2007년 사이 반복적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노동소득 비중이 약 8%포인트 낮아졌다. AI는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확장하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인간의 사고가 필요한 영역까지 기술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2년 사이 이미 선진국의 노동소득 비중은 약 6%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는 알고리즘과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자본으로 소득이 더 집중되는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수 공백과 교육 가치의 하락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은 교육 정책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관련 논의는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공교육 시스템은 가계 소득의 대부분이 임금에서 발생한다는 경제 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다. 따라서 노동소득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은 단순한 소득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공교육 재정을 지탱해 온 경제적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장 정부 재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각국 재정은 소득세와 사회보장 기여금처럼 근로소득에 기반한 세수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2024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근로소득 과세 부담률은 34.9%에 달한다. 문제는 AI가 노동을 대체해 임금 소득이 줄어들 경우 이 같은 세수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디지털 교육 확대 논의도 중요하지만, 교육 시스템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 역시 교육 정책에 새로운 고민을 던진다. 이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력은 다른 지원자뿐 아니라 고도화된 자동화 시스템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I가 사고 기반 업무까지 수행하게 되면 노동시장은 소수의 초고숙련 인력에게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그동안 노동시장의 허리를 담당하던 중간 수준 직무는 축소될 수 있다. 교육이 곧 취업으로 이어지던 기존의 경로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교육 정책의 새로운 과제
결국 교육 정책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동소득이 경제 분배의 중심에서 점차 약해지는 환경에 대비해 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데 교육의 역량을 집중할 시점이다.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 사람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처럼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자동화가 침투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대학 교육 역시 기술 습득을 넘어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폭넓은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평생교육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애 초기에 습득한 지식만으로는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일을 병행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유연한 교육 과정과 학습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다만 교육 정책만으로 이 거대한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동화로 창출된 경제적 이익이 사회 전반에 넓게 분배되도록 자본 소득 과세 강화 등 경제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공공 재정으로 뒷받침된 AI 기술의 성과가 일부 기업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 역시 정책 과제로 꼽힌다.
균형 복원의 골든타임
현대 경제의 안정성은 노동과 자본이 서로를 견제하며 형성해 온 균형 속에서 유지돼 왔다. 이 균형이 흔들릴 때마다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AI가 촉발한 이번 변화는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해도 그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다.
이제 정부는 교육을 단순한 취업 준비 수단으로만 볼 수 없다.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제도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교육 과정을 구축하고 성인 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노동소득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비한 재정 구조 개편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은 AI 확산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노동 대체로 귀결될지를 좌우할 중요한 시기다. 지금 어떤 방향으로 교육과 재정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AI가 포용적 성장의 기반이 될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지가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ducation Policy in the Age of AI and the Falling Labour Shar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