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총선 승리 뒤에 남은 재정 숙제, 감세와 고부채 구조의 현실

[딥파이낸셜] 총선 승리 뒤에 남은 재정 숙제, 감세와 고부채 구조의 현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은실
Position
연구원
Bio
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수정

고부채 구조 위에 금리 상승이 더해진 상황
감세 논의와 함께 커지는 지속 가능성 여부
성장률·이자율 간격이 만드는 재정 방향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본 총선은 정치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의석 구조가 달라졌고 정책 추진력도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재정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웃도는 국가 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금리 상승 흐름까지 겹치면서 이자 지출 부담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재정의 압박은 누적된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논의의 초점도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경기 부양이나 분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국가 채무를 어떤 경로로 안정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감세는 소비와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성장 속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재정 여력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그 정책이 작동하는 환경이다.

부채 구조가 만드는 제약

일본의 정부 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9년 GDP 대비 237%였던 비율은 2023년 261%까지 상승했다. 금리 환경이 바뀌면서 부담은 더 분명해졌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완화 정책을 종료한 이후 국채 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자 지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이자 비용이 커질수록 예산에서 차지하는 고정 지출 비중도 확대된다. 그만큼 사회보장이나 산업 투자에 배정할 수 있는 재원은 압박을 받는다. 숫자가 정책의 순서를 바꾸는 구조다.

이처럼 높은 부채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 재정 운용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지출 확대 여부를 논의하기 이전에, 이자 부담을 어느 범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 2019년 이후 일본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37%에서 26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2020년 –3.6%까지 하락한 뒤 2022년 4.3%로 회복됐다.

감세 논의와 성장 기반

총선 이후 감세 논의는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가계를 지원하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단기적으로 소비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세율 인하가 곧바로 세입 확대로 이어지려면 생산 기반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 노동 생산성이 정체된 상태에서는 임금과 기업 이익의 증가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수 증가 속도가 완만한 상황에서 이자 비용과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 재정 수지는 점차 취약해진다. 감세가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다시 부채로 돌아온다.

따라서 논의의 중심에는 생산성이 놓여야 한다. 성장 기반이 강화되면 과세 기반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그 위에서 세율을 조정할 때 재정은 보다 안정적인 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 세제와 성장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같은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주: 2023년 기준 OECD 주요 국가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을 비교한 것이다. 생산성 격차는 국가별 성장 잠재력과 임금·세수 기반의 차이를 함께 보여준다.

시장이 읽는 재정 계산식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적자 규모만이 아니다. 성장률과 이자율의 간격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성장률이 이자율을 웃돌면 부채 비율은 점차 안정된다. 반대로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높게 유지되면 부채 부담은 누적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 지표를 보면 두 수치 사이의 간격은 여전히 크다. 2023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미국 77달러(약 11만1,000원), 독일 68달러(약 9만8,000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4달러(약 9만2,000원) 수준이다. 일본은 53달러(약 7만6,500원)로 상대적으로 낮다. 성장의 토대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 부담이 확대된다면 재정 압박은 쉽게 완화되기 어렵다. 시장이 국채 금리에 반영하는 것도 이러한 조건이다.

생산 기반이 만드는 출구

결국 재정의 안정은 생산에서 출발한다. 세율 조정이나 지출 재배치는 일시적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경제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으면 재정의 토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는 힘은 성장의 질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과 기술 투자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업무 방식을 개선해야 노동 생산성이 서서히 높아진다. 특히 중소기업까지 혁신이 확산돼야 전체 경제의 체력이 함께 개선된다. 연구개발(R&D) 지원은 실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상용화와 연결될 필요가 있으며, 인력 재교육 체계도 산업 변화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기술과 숙련이 함께 축적될 때 생산성 향상은 현실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과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이는 과세 기반의 확대를 통해 세입 여력으로 이어진다. 그 위에서 세율을 조정하면 재정은 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총선이 정치적 변화를 만들었다면, 재정의 방향은 성장 기반을 얼마나 꾸준히 다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s Marketing Win Won't Stop the Debt: Why "Japan fiscal productivity" Must Come First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은실
Position
연구원
Bio
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