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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에 규제 말라" 쿠팡 보호 나선 美 정부, 기업 리스크가 국가 간 갈등 낳아

"미국 기업에 규제 말라" 쿠팡 보호 나선 美 정부, 기업 리스크가 국가 간 갈등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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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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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밴스 美 부통령, 韓 국무총리에게 쿠팡 규제 자제 직접 요구
쿠팡,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명백한 미국 기업으로 
미국 정부 '규제 방패'로 삼는 쿠팡, 한미 간 힘겨루기 유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에 대한 규제·제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미국 법과 자본시장에 소속되며 미국 기업으로 인정받게 된 쿠팡이 한미 관계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른 것이다. 쿠팡은 대규모 로비를 통해 한국 정부의 규제 행보 등에 속속 제동을 걸며 양국 간 '힘겨루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정부의 쿠팡 지키기

27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warn)했다"며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미국 측은 쿠팡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우에서 의미 있는 완화(meaningful de-escalation)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 총리가 면담 직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밝힌 입장과는 일부분 배치되는 소식이다.

당시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이 ‘쿠팡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를 물었고, 이에 관해 설명 자료를 준비해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료히 얘기했다"며 "그럼에도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잘 상호 관리를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이 직접적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는 설명은 없었던 셈이다.

WSJ는 관계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에게 명시적인 위협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조치가 계속될 경우 한미 무역 협정에 더 큰 복잡함을 초래하고 이는 협정의 붕괴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더 높은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양국 간 무역 긴장에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지연을 비판하며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밴스 부통령과 김 총리의 대화는 이로부터 사흘 전인 23일 이뤄졌다. 미국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는 27일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인상 배경을 설명하며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쿠팡은 '미국 기업'인가?

이처럼 미국 정부가 쿠팡의 편에 선 것은 현시점 쿠팡이 분명한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쿠팡의 최상위 지배회사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것은 쿠팡Inc(Coupang, Inc.)라는 델라웨어주 법인이며, 한국의 쿠팡㈜는 해당 법인의 100% 자회사다. 편의상 해외 상장이라는 표현이 곧잘 쓰이지만, 실질적으로 쿠팡은 미국 법과 미국 자본 시장에 소속된 기업인 셈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고, 미국 회계 기준에 따라 실적을 공시한다. 아울러 외국인투자심사(CFIUS) 및 외국 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제약도 적용받지 않는다.

한국 이용자들의 소비 기록, 결제 정보, 구매 패턴, 지역별 물류 흐름,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 등 쿠팡이 보유한 데이터와 플랫폼 통제 권한 역시 미국에 있다. 해당 데이터는 물리적으로는 한국에 저장될 수 있지만, 이를 통제하고 통합하며 활용할 실질적 권한은 미국 델라웨어의 모회사가 보유 중이다. 한국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만들어진 데이터 경제가 미국 법체계 내에서 관리되는 구조다.

쿠팡Inc의 경영진 역시 대다수가 미국계 인사다. 김범석 의장은 7세 이후 줄곧 미국에서 거주한 한국계 미국인이고, 부인도 대만계 미국인이다. 한국 쿠팡 임시대표인 해럴드 로저스를 비롯해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렛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조나단 리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주요 경영진 역시 모두 미국인이다. 이 같은 상황 속 한국 정부가 쿠팡에 제재를 가하거나 규제 수위를 높일 경우,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과 미국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쿠팡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단순 정책 결정을 넘어 국제 금융·통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로비 통해 美 정부 움직여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에서 대규모 로비 활동을 하며 한국 정부의 규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비 데이터 분석 업체 오픈시크릿(Open Secret)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약 5년간 858만 달러(약 125억원)를 로비 활동에 지출했다. 정치인 직접 후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1,075만 달러(약 157억원)까지 불어난다. 이는 매출 규모가 비슷한 이베이(로비액 205만 달러), 전기자동차 보조금과 관세로 인해 적극적 로비를 단행한 현대자동차(232만 달러) 등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2025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준비 기금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쿠팡의 미국 내 로비의 목표는 발표된 각종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의 로비 보고서에는 “미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확장할 때 직면하는 문제점을 논의(Discussion of issues facing U.S. firms when participating in and expanding to foreign markets)”한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2024년 쿠팡이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공정거래법, 노동조합의 활동과 각종 소송, 형사처벌, 벌금 등을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한국의 제도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제도 변화와 처벌에 대한 불안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쿠팡이 미국 정부의 힘을 빌려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을 지적하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같은 해 12월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연례회의를 취소했을 때도 그 배경에 쿠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기업을 둘러싼 논란이 국가 간 힘겨루기의 소재로 소비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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