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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의도대로 움직이는 외환시장” 4년來 최저치로 추락한 달러, 신뢰 프리미엄도 흔들

“트럼프 의도대로 움직이는 외환시장” 4년來 최저치로 추락한 달러, 신뢰 프리미엄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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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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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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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금리인하 기대에 달러 약세
"美 수출 늘리겠다"며 弱달러 외치는 트럼프
미·일 엔화 개입설까지 겹치며 신뢰 붕괴

미국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4년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용인 발언에 더해 미국과 일본 당국 간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이번주 예정된 금리 결정을 앞둔 트레이더들의 경계심 확산 등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약달러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지향해 온 전략적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천문학적인 국채 이자 상환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계산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그린란드 논란·연준 불확실성·미일 당국 개입 등 영향

2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5.55선까지 밀리며 202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사흘간 낙폭은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명명한 대규모 관세를 전격 발표한 뒤 미국 주식·채권·달러가 동반 급락했던 국면 이후 가장 컸다.

달러는 연초 이후부터 구조적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대립,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 등으로 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밖에 미네소타 사태로 인한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 지명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미·일 공동 개입 가능성도 달러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3일 미 재무부와 공조해 주요 외환 거래 데스크에 접촉했다. 이는 통상 직접 개입에 앞서 이뤄지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 환율 점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엔화는 달러당 153엔대까지 급반등하며 한때 3% 가까이 뛰었다. 엔화는 여전히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13%가량 약세 상태지만, 시장은 미국 당국이 엔화 급락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레프테리스 파르마키스(Lefteris Farmakis) 외환 전략가는 “외환시장 개입설은 행정부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달러 약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하락 흐름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달러가 공정한 수준 찾게 할 것”, 달러 약세 용인

달러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가장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아이오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근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해 걱정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가치를 보라.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보라. 달러는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가 그 자체의 수준을 찾게 두고 싶다. 그게 공정한 일”이라고 말하며 인위적으로 달러를 방어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달러는 27일 하루 기준으로 최대폭의 일일 하락을 기록했고,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장중 한때 1.2%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외교 정책의 급격한 변화와 연준 독립성을 흔드는 언행,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가 겹치면서 달러 가치는 연간 9% 넘게 하락했다. 이는 2017년 이후 최악의 연간 성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달러는 유로화, 파운드화, 스위스프랑 등 주요 통화 대비 뚜렷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프린시펄자산운용의 시마 샤(Seema Shah) 글로벌 전략가는 “이 상황을 단순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트레이드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달러에 불리한 요인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 방향으로 응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 환경도 달러에 우호적이지 않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최소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금리 동결은 물론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지역으로 돌리며 달러 보유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금리 격차 축소는 달러 자산을 들고 갈 유인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연준 리더십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겹쳤다.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가 오는 5월로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 베팅 시장에서는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채권 부문 최고책임자(COO)인 릭 리더(Rick Rieder)가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가능성을 50% 수준까지 반영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ING의 크리스 터너(Chris Turner) 글로벌마켓 총괄은 “연준 인선 불확실성 자체가 달러 약세의 또 다른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약달러 유도해 美 제조업 부흥·대외부채 완화

이 같은 달러 약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줄곧 고수해 온 기조다. 강달러를 해소하고,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며, 동시에 기축통화국(세계 패권국)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를 원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올해 초 기준 38조5000억 달러(약 5경5,000조원)을 초과하는 막대한 연방정부 부채를 안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명목 금액이 아니라 '실질 상환 부담'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부채의 실질 가치는 떨어진다. 즉 같은 1조 달러(약 1,430조원)라도 달러 가치가 10% 하락하면 실질적으로 갚아야 하는 부담감이 줄어드는 셈이다. 화폐 가치 하락을 통한 부채 압축(Debt Deflation) 효과는 특히 고금리·고물가 시기에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적 해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날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달러 약세를 동시에 달성해야 미국 제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경제 참모들은 미국 제조업 쇠락의 원인으로 강달러 추세를 지목해 왔다.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자 통화 공급량을 늘리는 바람에 달러 가치가 과대평가됐고, 그 결과 미국에 외국 제품이 범람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달러의 평가절하를 통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여기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달러의 구조적 강세에 기인한다는 시각도 한몫했다. 달러 가치를 내리면 미국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출이 늘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달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때 발생할 후폭풍이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누리려면 그만큼 달러나 미국 국채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어야 달러 가치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가 발생한다. 이러한 가치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이탈을 부추겨 기축통화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달러 흔들기가 자칫 경제 연착륙이 아닌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먼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과부하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이를 둘러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과의 정면 충돌은 시장에 유례없는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지난주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3%에 육박했던 것도 경제 지표의 반영이 아니라, 미국의 동맹 파괴적 행보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내부 사회의 균열도 심각하다. 최근 미니애폴리스에서 3주 사이에 연방 요원에 의해 2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대규모 시위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이 이를 이유로 예산안 통과 거부와 정부 셧다운까지 거론하면서,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미국 시스템의 안정성 자체까지 의심받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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