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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오징어 게임>(2021)에서 시작된 K-콘텐츠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OTT 오리지널 작품을 포함해 전체 콘텐츠 제작 수가 늘었고, 그만큼 투자 금액도 높아졌다.
그러나 엔데믹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비대면 문화를 선도하던 OTT는 성장 침체기에 들어섰고,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세계 시장 진출의 타이밍을 놓친 토종 OTT 플랫폼은 국내 지분 싸움과 더불어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하며 엄청난 투자를 감행했다. 생존을 위한 전략 모색은 해외 OTT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구독자 감소세를 보였고, 호기롭게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와 애플TV+는 그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위기를 맞이한 이들은 요금 인상 및 광고 요금제 도입 등 변화를 시도했다.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올해 정부 부처와 업계, 학회에서는 OTT 관련 포럼, 세미나, 학술 대회 등을 개최하며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제 정점에 도달한 OTT 산업 1년간의 이슈를 살펴보고, 올 한해를 빛낸 작품 BEST3와 배우를 선정해 활약상을 되짚어본다. |
랭킹 PICK! 하반기(7~12월) 최고의 콘텐츠 BEST3
올 하반기 최고의 작품 3편은 넷플릭스 <수리남>, 티빙 <환승연애2>,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로 선정했다.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이 하반기를 점령하면서 상반기보다 OTT 콘텐츠의 존재감이 옅어져 선정이 쉽지 않았다.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이 확대되면서 총 8편의 한국 OTT 작품이 초대됐지만, 화제성에 비해 정식 공개 후 대체로 유의미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글로벌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이 기준점이 되어 눈이 높아진 것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OTT 콘텐츠의 만듦새나 퀄리티에서 이용자의 만족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컸다.
후보에는 넷플릭스 <서울대작전><수리남><글리치><썸바디><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20세기 소녀><테이크 원><솔로지옥2><더 패뷸러스>, 디즈니+ <형사록><커넥트><카지노> <3인칭 복수><더존: 버텨야 산다>, 웨이브 <위기의 X><청춘블라썸><약한영웅 Class1>, 티빙 <욘더><술꾼도시여자들2><마녀사냥> <청춘MT><환승연애2>, 쿠팡플레이 <유니콘>,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사막의왕> 등이 올랐다.
BEST3로 선정된 세 작품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 내에서 인기, 화제성, 글로벌 순위 등을 고려한 결과다.
◆ 넷플릭스 <수리남>, 韓 인기 독보적
<수리남>(감독 윤종빈)은 올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화제성이 높은 작품이다. 프로포폴 논란 이후 2년 만에 '마약왕' 이야기로 복귀한 하정우와 연기파 배우 황정민, 박해수 등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작품은 사업가 강인구(하정우 분)가 남미의 수리남을 장악한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는 국정원 비밀작전에 협조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는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앞서 『하반기 총결산②편 콘텐츠 이슈』에서 다뤘던 것처럼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마약의 온상지로 그려내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이에 대한 윤 감독의 대응은 '창작자'를 방패로 한 회피에 가까웠지만, 국내 인기 콘텐츠로 부각되며 논란이 묻혔다.
'마약왕' 이야기를 담은 <수리남>은 남성들의 카르텔을 그려내며 팬층을 구축했다. 특히 전요환 역 황정민의 맛깔나는 위장 목사 연기와 변기태 역 조우진의 맹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영화 때깔의 시리즈가 환영받은 측면도 일정 부분 있다.
<수리남>은 공개 후 장기간 한국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닷새 만에 글로벌 3위, 8개국 1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꼭 봐야 할 넷플릭스 K-드라마 6위에도 올랐다. 여러 구설에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문화 감수성'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남기며 BEST3로 선정됐다.
◆ 티빙 <환승연애2>, 연애 리얼리티의 교과서
올해는 <환승연애2>의 해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OTT 예능 중 가장 독보적인 인기와 화제성을 누렸다. 제대로 방송을 안 본 사람도 해은-현규, 나연-희두 커플은 들어봤을 정도로 신드롬급 열풍을 몰고 왔다.
<환승연애2>는 10월 공개된 후 16주 연속 주간 유료가입자수 1위를 기록했다. 주간 시청UV도 티빙 역대 1위를 달성했고, TV-OTT 예능 통합 화제성에서도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티빙의 '킬러 콘텐츠'가 된 <환승연애2>는 연애 예능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별한 커플이 한 공간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콘셉트의 연애 리얼리티. '과거 연인(X)과 함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사실부터 깜짝 놀라게 했던 이 프로그램은 '가장 재미있는 남의 연애 훔쳐보기'에 충실했다.
출연진들의 복잡한 감정과 리얼한 반응, 꾸밈없는 모습으로 관음증적 호기심과 과몰입을 유발했다. 최근 뒤늦게 <환승연애2>에 빠졌다는 '감성 장인' 김이나 작사가는 SNS를 통해 "며칠을 울고 짜고 웃고 화내고 시애미였다가, 친정애미가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배우 한지민, 세븐틴 승관, 뱀뱀, 비비지 은하 등이 <환승연애2>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환승연애2>를 향한 관심은 출연진에게도 이어졌다. 방송 공개 후 SNS 팔로워가 급증하했고, 출연료가 2,000만원이라는 루머도 떠돌았다. 종영 후에도 커뮤니티에는 이들의 근황 사진이 게재되며 준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상생활까지 흔드는 파급력을 자랑한 <환승연애>는 내년 하반기 시즌3 제작이 확정되며, 기대감을 더해 BEST3에 선발됐다.
◆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 학원 액션물의 새 역사
<약한영웅 Class1>(연출 유수민-CD 한준희, 이하 약한영웅)은 연말을 장식했다. 신예 박지훈-최현욱-홍경 주연작인 이 작품은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액션 학원물의 특성상 공개 전만 해도 한정된 마니아층을 겨냥한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영혼을 갈아넣은 배우들의 열연과 유 감독, 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약한영웅>은 OTT 화제성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이용자들의 VOD(다시보기) 시청 시간을 집계한 '2022 웨이브 어워즈'에서 높은 화제성으로 웨이브 유료가입자 유치에 기여한 콘텐츠 1위로 선정됐다.
올해 토종 OTT 1위 자리를 뺏긴 웨이브는 지상파 프로그램 VOD 서비스라는 강력한 강점을 지녔지만, 그동안 '히트작'이라 불릴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다. 즉, 다시보기 서비스 외에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가 없었다는 것.
그 가운데 <약한영웅>이 웨이브의 구원자가 됐다. 드라마에서 웹툰 원작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고심하며 각색하고 표현한 부분이 호평받았다. 청소년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감정과 리얼한 스토리, 여기에 아이돌 박지훈의 연기 변신과 최현욱, 홍경의 한층 깊어진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시즌2 제작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운 <약한영웅>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응원하며 BEST3로 선정했다.
랭킹 PICK! 하반기(7~12월) 가장 빛난 배우는?
올 하반기를 빛낸 배우 선정은 치열했다. 작품의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활약상이 빛난 배우가 많았다.
여성 배우 부문에는 김희선(블랙의 신부), 한지민(욘더), 김유정(20세기 소녀-청춘MT), 나나-전여빈(글리치), 신예은(3인칭 복수), 소주연(청춘블라썸), 한선화-정은지-이선빈(술꾼도시여자들2)가 후보에 올랐다.
남성 배우 부문에는 최민식(카지노), 정해진(커넥트), 신하균(유니콘), 한석규(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진구(사막의 왕), 진선규(몸값), 박지훈(약한영웅 Class1), 서지훈(청춘블라썸-3인칭 복수)가 후보에 올랐다.
선정된 수상자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빛낸 기여도 및 화제성, 국내외 인기 등을 고려한 결과다.
◆ 김유정, 더 높이 날아올라
배우 김유정은 올해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와 티빙 <청춘MT>에 출연하며 OTT 작품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세기말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20세기 소녀>에서 그는 풋풋한 10대의 모습으로 팬심을 흔들었고, '글로벌 첫사랑'으로 거듭나며 아역부터 쌓아온 명불허전 연기력을 뽐냈다.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 3위에 오른 <20세기 소녀>는 한국 영화 부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자극성 없는 소소하고 따뜻한 힐링극으로 웹툰·웹소설 원작이 아니기에 파격적인 화제성을 보이진 않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보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사랑받았다.
그 중심에는 김유정이 있었다. 아직 대중들에게 낯선 얼굴인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보다 한발 앞에서 극을 이끌며 내공을 증명했다. 고등학생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화장도 지우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세기말 감성을 모르는 1999년생 김유정이지만, 대중과 친숙한 만큼 추억 여행을 유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또 김유정은 티빙 예능 <청춘MT>에서 유일한 여성 팀장으로 활약하며 털털한 매력을 선사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김유정-박보검-진영-채수빈-곽동연)<이태원 클라쓰>(박서준-안보현-권나라-류경수-이주영) <안나라수마나라>(지창욱-최상은-황인엽-지혜원-김보윤) 정종찬 감독의 유니버스가 대통합된 경이로운 라인업.
대충 묶은 머리와 흐트러진 자세도 빛이 나던 김유정은 새벽 산책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동료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팀이 섞이면서 이주영과 절친이 되고, 식사시간에는 홀로 <안나라> 팀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했다.
올해 OTT 콘텐츠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 김유정은 내년 넷플릭스 <닭강정>에 특별출연을 확정했고, 1월 28일부터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첫 무대 나들이에 나서며 활동 영역을 넓힌다.
◆ 박지훈, 배우 입지 확장
아이돌 가수로 사랑받던 박지훈이 웨이브 <약한영웅 Class1>(이하 약한영웅)을 통해 배우로도 꽃을 피웠다. 그는 7월 공개된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 엔딩에 깜짝 출연하며 김희선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아역 출신인 그는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 등에 출연했지만, 딱히 배우로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아이돌로서 보여준 사랑스럽고 잘생긴 이미지의 연장선상이 되다 보니 배우로서의 매력이 드러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은 <약한영웅> 연시은을 만나 과감하게 변신했다. 교실에서 언제나 등을 굽히고 공부만 하는 어두운 1등.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방치한 외로운 아이. 자신의 세상이 깨지는 걸 죽도록 싫어하던 시은은 수호(최현욱 분)과 범석(홍경 분)을 만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만, 작은 오해와 갈등으로 시작된 관계의 균열은 안타까운 파멸로 치닫는다.
학원액션물이라는 장르에 가려졌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와 사연을 지니고 있어 표현의 난이도가 높다. 자칫 폭력적 행위가 모든 구성을 잡아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박지훈은 그야말로 연시은으로 혼을 바꾼 듯한 명연기를 펼쳤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정적인 무게감, 그러나 자신의 세계에 침범했을 때 드러나는 폭발적인 감각.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다음 세계로 향하듯, 시은은 친구들을 만나 '보통'으로 규정된 아이들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단순히 연기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불태운 메소드에 가까웠다.
대중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 깜찍한 윙깅이의 이미지를 기억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새로운 얼굴로 연기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시즌2 제작 요구가 빗발치는 이유는 연시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한편 박지훈의 성장 또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새로운 발자취를 남긴 박지훈은 2023년 개봉 예정인 영화 <오드리>에 출연한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서로에게 너무나 특별한 엄마와 아들에게 닥친 시련 속 꽃잎처럼 피어나는 희망을 그리는 작품으로, 그는 엄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품은 아들 강기훈으로 분해 김정난과 호흡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