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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이어 기업도 금지령 내린 '챗GPT' 골칫거리일까, 교육개혁의 자극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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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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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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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인 '챗GPT' 금지령이 미국 대학에 이어 기업에도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CNN, 블룸버그, 포브스 등에 따르면 최근 미 최대 은행 JP모건은 직원들의 챗GPT 이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규제 조치는 챗GPT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대학, 챗GPT 사용 적발 시 퇴학 처분

미국에서 챗GPT 규제에 나선 기업은 JP모건뿐만이 아니다.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즌도 소스코드나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회사 시스템 내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앞서 미국 대학에서도 챗GPT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뉴욕은 공립학교 내 자체 인터넷망과 학교 컴퓨터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시켰고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의 일부 공립학교에서도 챗GPT 사용을 제한했다. 이 밖에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필 에세이 과제와 구술시험을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프랑스 명문대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 포, Sciences Po)도 챗GPT 또는 이와 비슷한 AI 도구의 금지령을 내리며 이용이 적발될 시 퇴학 처분을 내린다고 경고했다. 가까운 홍콩에서도 챗GPT 금지령이 내려졌다. 홍콩 내 대학 가운데 AI 도구 사용을 금지한 건 홍콩대가 처음으로, 대학 내 모든 과제 및 평가에 챗GPT와 같은 AI 도구를 사용할 시 표절로 취급한다고 밝혔다.

사진=셔터스톡

챗GPT로 로스쿨, 의사면허 시험도 통과

이처럼 각국의 교육계와 기업이 앞다퉈 챗GPT 금지에 나선 이유는 부정 사용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했다가 발각돼 ‘전원 0점’ 처리된 사례가 있었다. 심지어 최근 한 온라인 대학 커뮤니티에는 ‘A+을 받은 과제는 챗GPT로 제출한 것’이라는 무용담까지 올라와 논란이 됐다. 챗GPT의 대필·표절 우려가 교육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이유다.

챗GPT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시험도 통과했다.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의 조너선 최 교수는 일반 로스쿨 학생이 치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챗GPT가 응시하도록 했다. 객관식 문항 95개와 에세이 문항 12개로 이뤄진, 학생들이 치는 것과 동일한 시험 문제였다. 이 시험에서 챗GPT는 에세이까지 순식간에 써내면서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점수인 C+를 받았다. 또 미국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대학원(MBA) 졸업시험을 통과하거나 미국 의사면허 시험인 'USMLE'를 챗GPT로 치러 합격점을 따내는 등 대학 곳곳에서 부정 사용이 적발되고 있다.

챗GPT 악용은 비단 교육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파디야 판사는 한 부모가 저소득 등을 이유로 자폐 자녀의 의료비 면제를 청구한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챗GPT를 활용했다고 현지 라디오방송에서 밝혀 외신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사진=챗GPT

교육계 "AI 개입할 수 없도록 평가 방식 바꿀 것"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챗GPT 사용 경험을 공유하거나 과제에 사용해도 될지 질문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 에브리타임에는 최근 "챗GPT로 과제 대체 가능?"이라고 묻거나 "영어 수업 작문 과제는 챗GPT한테 맡기면 되겠네"라고 쓴 글이 게시됐고, 경희대 에브리타임에도 한 재학생이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사회진출 지원센터에 제출했더니 '잘 썼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챗GPT가 개입할 수 없도록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추세다. 교실 밖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오픈 북 과제를 줄이거나, 에세이 과제의 경우 강의실에서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필로 직접 작성하도록 변경하고 있다. 아예 에세이 과제를 없애고, 대신 팀 발표나 구술시험, 즉시 필기시험 등으로 대체하는 학교도 있다. 미국 한 대학의 인문학과장은 "데이터가 희소해 챗봇 구현이 어려운 문제를 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 방식의 변화를 그저 챗GPT의 부작용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교육 방식의 전환으로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평가 방식은 과거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뻔한 문제 출제에서 이른바 ‘깜지’ 수준의 방대한 에세이 제출 방식으로 변화해온 만큼 현재의 평가 방식 자체가 오늘날 챗GPT의 부정 사용을 촉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이제야 단순 암기나 분량 채우기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과정에서 어떻게 창의적 혹은 비판적 사고를 하는지에 대한 평가로 바뀌며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단계인 거지, 챗GPT 부정 사용에 대한 방어 대책만은 아니란 의미다. 최근 미국에 내려진 챗GPT 금지령이 단순한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일련의 상황을 교육 개혁의 단초로 삼고 커리큘럼을 개편해 학생들의 사고력 함양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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