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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운영환경에도 블록체인 기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은 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동전의 양면'을 가진 CBDC가 국내 금융산업 전반에 불러올 파급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CBDC 금융기관 연계실험으로 블록체인 화폐 상용화 가능성 확인
지난 5월 8일 한국은행이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계실험은 기존 단일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되었던 CBDC 모의시스템을 보다 실제적인 IT 시스템 운영환경에서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 5개월간 진행됐다. 참여기관으로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을 포함한 15개 금융기관이 선정됐다.
한국은행 관계자 A씨는 “이번 연계실험을 통해 기존에 구축했던 CBDC 모의시스템이 보다 실제적인 운영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원격지에 위치한 분산원장 노드간 통신 지연으로 인한 시스템 성능 저하는 10% 수준에 불과해 수용 가능한 범위”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연계실험을 통해 향후 금융기관과 분산원장 기반 CBDC 시스템 연계 및 상용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실험에 참가한 금융기관은 연계실험용 IT 시스템에 한국은행이 CBDC 모의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개발한 참가기간용 분산원장시스템과 은행시스템을 설치하여 ‘CBDC 모의시스템’과 연결했다. 또한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에 준하는 정보보호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네트워크가 분리된 내부망에 CBDC 관련 IT 시스템을 설치하고, 기관 간 통신에는 VPN을 활용하여 주고받는 데이터를 암호화했다.
이어 참가기관들은 CBDC 상용화시 발생가능한 시나리오인 ▲초당 거래 입력 건수 증가 ▲동시 활성 이용자 수 확대 ▲거래 대기열 크기 축소 ▲블록 구성의 비중 조정 등의 실험 결과를 산출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은 측에서는 블록 생성 지연, 블록 생성 오류, 시간 초과 등 연계 실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기관 차원에서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을 통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계 '게임 체인저', CBDC
CBDC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기존 실물 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는 화폐를 뜻한다. 이는 가상화폐와 달리 공신력을 가지는 한편 기존 화폐와 동일한 교환비율이 적용돼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다.
블록체인기반의 CBDC는 거래정보가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는 분산원장방식(Distributed Ledger Technology)를 따른다. 이 방식을 통해 거래 당사자들은 시스템 내에서 금융기관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안전하게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즉 일반 경제주체들의 지급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앙은행이 CDBC를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및 유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가령 금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민간에 공급할 시 실물화폐의 공급이 시중은행 등의 금융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통화승수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금융 업계에서 CBDC를 ‘게임 체인저’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게임 체인저’의 금융기관 연계실험이 우리나라의 실제 IT 인프라 환경에서 현실적 도입 가능성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역설했다. 기존 CBDC 모의실험의 경우 수도권에 위치한 1개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국소적인 실험이 진행됐던 반면, 이번 연계실험은 수도권, 전주, 대구, 광주, 부산을 포함한 12개 클라우드 서비스 및 시중은행 참여를 통해 국내 전역의 CBDC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그러나 CBDC는 전반적인 금융체계에 엄청난 파급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분산원장방식 하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체제가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할 수 있으나 그만큼 지하경제 및 불법 자금 유통도 용이해질 수 있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중앙은행이 CDBC에 금리를 부여하는 경우 통화정책 파급경로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원은 “디지털화폐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디지털화폐 유통에 따른 편의성을 차감한 수준에서 결정된다”며 “디지털화폐, 기준금리, 단기시장금리, 은행 예금금리 순으로 금리체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경우 각종 금리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화폐 금리의 변화를 통해 은행 대출금리 및 장기 시장금리가 변화하면서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살펴봤듯 CDBC는 금융중개자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업무가 주를 이루는 은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CDBC가 상용화될 경우 은행예금의 일부가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로 전환되며, 이는 민간의 은행예금 감소로 이어져 은행의 대출여력이 감소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등 전반적인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및 수익성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 이로 인해 은행이 콜차입이나 R/P 등의 단기 레버리지 비중을 높이는 경우 금융기관 간 상호의존도가 커져 외부 충격 발생 시 전이 효과로 인해 금융업계 전반이 위험에 이르는 ‘시스테믹 리스크’(Syetemic Risk)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