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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작가조합(WGA)은 재상영분배금을 '작가의 저작물을 재사용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상금'이라고 정의한다. 국내의 저작인접권료와 유사한 개념으로, WGA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계약을 맺고 작가에게 유통에 따른 수입을 배분하는 일종의 수익 공유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저작물의 크레딧을 받으면 해당 콘텐츠가 재사용될 경우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넷플릭스나 디즈니+같은 OTT 플랫폼에서 제작될 경우 재상영분배금이 적거나 없다. 기존에는 TV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해외, DVD, 타 방송국 등으로 판매되거나 재방송될 때마다 작가도 재상영분배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OTT 업체들은 정해진 액수만큼의 수당만 지급한다. OTT에는 재방송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박스오피스 수익에 의존하는 이익 성과급이나 로열티 성과급과 달리, 재상영분배금은 노동조합과 제작자 간의 단체 교섭 계약에 기초한다. 이는 순전히 작품이 재방송 또는 재사용됐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만큼 흥행 수입과는 별개로 치부된다. 흥행 여부를 떠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 창작과 제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고 영화의 다양성을 진작시키는 관점에서 볼 때 재상영분배금제도는 창작 생태계의 ‘풀뿌리’를 지켜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업으로 쟁취한 재상영분배금
재상영분배금이라는 개념은 1933년 ‘미국 라디오 산업의 공정 경쟁 법안에 대한 청문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라디오 배우들이 하루 안에 같은 방송을 반복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재상영분배금을 요구한 것이 그 시초다. 극장 영화의 경우 1946년부터 재상영분배금과 관련한 파업이 시작됐으며 당시 △WGA △미국감독노동조합(DGA) △미국배우노동조합(SAG-AFTRA) △극장무대근로자국제연합(IATSE) △미국음악가연대(AFM)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후 1960년대 지상파 방송의 등장으로 인한 작가-배우 공동 파업, 1980년대 비디오 및 유료방송 출시로 인한 대규모 파업 등 신기술 도입 시마다 파업이 계속됐다. 이에 2007년 온라인 시장의 부상을 예견한 스튜디오들은 기존의 매출 기반 로열티율을 순이익 기반 로열티율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조합 등 창작자들은 할리우드의 회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제작자들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결국 이 제안은 양측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고, 이는 2007-2008년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어 2016년에는 비디오 게임 성우들이 SAG-AFTRA을 통해 11개 미국 비디오 게임 개발사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파업은 약 340일 동안 진행됐고, 결국 2017년 4월 23일 단체협상이 시작됐다. 파업의 주요 원인 중에는 비디오게임의 판매에 따른 부가판권시장 재상영분배금 지급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영화계의 재상영분배금 계산식
현재 미국에는 9개의 주요 제작사(1차 시장)와 최소 10개의 독립 재사용사(2차 시장)가 있다. 영화가 재상영되는 방식이 약 90가지에 달하는 만큼 재상영분배금 책정 방식도 다양하다. 게다가 △WGA △DGA △SAG-AFTRA △IATSE △AFM 등 5개 노동조합도 재상영분배금 책정에 참여하고 있다. 각각의 조합은 동일한 재사용 패턴에 대해 서로 다른 재상영분배금 공식을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최소 450개 이상의 서로 다른 공식이 존재하며, 현실적으로 더 많은 공식이 존재하는 만큼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에서는 재상영분배금을 주로 총 수입의 백분율로 계산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90개에 달하는 각 매체간 재상영분배금 산정방식 중에 순익(net profit)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DGA △WGA △SAG-AFTRA와 같은 단체들의 교섭 계약은 일반적으로 3년간 지속되며 대체로 동시에 만료된다.
반면 저예산 영화에 대해서는 원제작 매체에 따라 노동조합이 유연하게 대응한다. 재상영분배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만큼, 극장용 저예산 영화의 경우 상기한 5개 노동조합 모두 일종의 배려를 하는 것이다.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방송용 드라마나 프로그램이 동일 매체 또는 다른 매체에서 재사용됨에 따라 발생하는 다른 재상영분배금은 노동조합의 최저 임금 수준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영화계의 실지급 사례와 수령자 범위
재상영분배금은 미국 시나리오 작가 수입의 3분의 1, TV 작가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풀뿌리 창작자들에 있어 재상영분배금은 주요 수입원이자 안전판인 셈이다. SAG-AFTRA에 따르면 조합이 처리하는 재상영분배금은 연간 150만~160만 달러(약 20억3,760만원)에 달한다.
재상영분배금 청구인에는 작가, 감독, 유닛 프로덕션 매니저, 조감독, 음악가 등이 포함된다. 작품에 출연한 영화배우, 스턴트맨도 최종 결과물에서 자신의 영상이 상영되는 한 재상영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엑스트라는 출연자로 간주하지 않는다.
재상영분배금 수령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이 적용되는 프로덕션에서 작업해야 한다. 위의 범주에 속할 경우 비조합원도 재상영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적게는 1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소액이거나 복잡한 행정 절차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미국 세법상 재상영분배금은 소득으로 간주된다.
한국의 재상영분배금 현황
한편 한국의 저작권법은 영화 산업에 대해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제작자를 저작권자로 하는 1필름 1저작권 제도를 확립하고 있다. 이는 작가, 배우, 감독, 제작자, 배급사 간의 복잡한 거래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편의적 조치로 풀이된다.
영화 제작은 △조명 △카메라 조작 △의상 디자인 △장면 선택 △편집 △대본 수정 △조명 효과 △음향 효과 등의 작업을 위해 많은 스태프가 협업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주요 배우와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창작자는 충분한 개런티나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창작자 대다수는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 수십 년 동안 2차 시장에서 재유통되더라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현행법상 연기자의 근로자성은 그간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2018년 10월 12일 대법원판결로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이 모두 인정된 바 있다. 즉 한국에서도 연기자들의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70여 년에 걸친 재상영분배금을 둘러싼 미국의 창작자 조합과 제작자 측 사이의 쟁의 행위와 분쟁은 양측에 상당한 피해를 초래했다. 한국에서 재상영분배금 도입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선례를 참고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