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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올해 상반기에만 7,0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및 소상공인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온 와디즈는 최근 패션, 식품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선두 주자 와디즈, 눈에 띄게 증가한 브랜드 펀딩
2일 와디즈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7,294개의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43% 증가한 수준으로, 프로젝트 오픈 수 기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패션⋅잡화 △푸드 △홈리빙이다. 인기 검색어 1위부터 3위까지는 각각 캠핑, 스즈메, 키보드가 차지했으며 가방, 캐리어, 텐트 등이 뒤를 이었다. 와디즈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면서 패션과 레저 관련 프로젝트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며 "하반기에도 많은 메이커(펀딩 프로젝트를 개설한 사업자와 개인)들이 도전하고 서포터들이 지지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와디즈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소상공인들이 초기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크라우드펀딩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 기업으로 꼽힌다. 와디즈를 통해 진행된 크라우드펀딩은 누적 5만4,000여 프로젝트에 달하며, 월평균 1,000개 이상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열린다.
사업 초창기 아이디어 상품 위주의 펀딩을 진행하던 와디즈는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무형 콘텐츠, 항공권,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와디즈의 급성장은 크라우드펀딩 생태계의 구조 변화로 이어졌다. 상품의 기획 단계에 펀딩을 받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등 비(非)브랜드 제조 기업들의 판매 채널로 활용되던 과거와 달리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이나 브랜드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와디즈는 지난 7월 패션, 식품, 뷰티 등 브랜드사 펀딩 지원을 위한 전용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브랜드의 펀딩은 신제품 개발 및 시장성 검증, 브랜드 스토리 개발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캠핑, 등산 등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제품들은 실사용자들의 펀딩 후기를 향후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등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 재고 부담은↓, 브랜드 인지도는↑
크라우드펀딩에 가장 열을 올리는 분야는 단연 패션 산업이다. 7월 기준 와디즈 내 패션 부문 펀딩은 전체 프로젝트의 약 19%를 차지하는 등 갈수록 그 비중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 한계를 느낀 패션 업계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가장 먼저 크라우드펀딩 실험에 나섰다. 스튜디오톰보이(STUDIO TOMBOY), 플립(FLIP)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4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공을 확인한 업계는 잇따라 크라우드펀딩 행렬에 동참했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LF의 라푸마, 디엠지홀딩스의 블랙야크 등이 연이어 프로젝트를 열었고, 이들 대부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는 의류 외에 캠핑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고가의 상품인 텐트 등을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창구로 크라우드펀딩을 택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와디즈를 통해 150만원가량의 대형 텐트를 선보여 불과 10분 만에 약 28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패션업계가 대형 크라우드펀딩을 주목하는 이유로는 신제품 출시 전 수량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재료 및 생산비,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크라우드펀딩은 제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 수요를 파악할 수 있으며 미리 투자를 받아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브랜드 론칭 초기 팬덤을 형성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상품을 사고파는 것은 다른 유통 채널과 동일하지만, 일종의 후원 또는 투자 형식을 띠는 만큼 특정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서포터즈가 돼 응원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부터 패션 사업을 이어왔는데, 2·30대 소비자들에게는 인지도가 약한 편"이라며 "우리 브랜드와 상품력을 새로운 소비자층에게 알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제품 반응 수집, 굿즈 판매로 이목 끌기
식품 업계도 크라우드펀딩에 발 벗고 나섰다. 앞서 언급했듯 상품 정식 출시 전 소비자의 반응과 구매 수요를 예측하기에 가장 적절한 판매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식품 전문기업 오뚜기는 크라우드펀딩 활용이 잦은 기업 중 하나다. 오뚜기는 똣똣라면, 함흥비빔면, 올리브 바질 참치 등을 와디즈에서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똣똣라면은 모금액의 2만1,724%를 달성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신제품을 선보일 때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세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와디즈는 홈페이지 내 '스토어'를 별도로 운영하며 일반 쇼핑몰과 동일하게 즉시 발송되는 상품들을 다루고 있다. 브랜드나 상품 홍보 목적에 파격 세일을 감행하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소비자들은 세일 품목을 적극 공유하고 있다. 현재 와디즈 스토어에서는 풀무원, 고래사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전용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판매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도 한다. 오뚜기는 명절을 앞두고 윷놀이 세트를 판매한 바 있으며, 롯데리아는 튀김기 모양의 미니 가습기를 판매했다. 맥주 브랜드 필굿은 맥주잔, 아이스큐브 등으로 구성된 여름 물품 세트를 판매 중이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 시장성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선호됐는데, 저렴한 가격에 무료배송 등 혜택이 많은 스토어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최근에는 업체들도 스토어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똑같은 금액이면 바로 받을 수 있는 걸로"
2021년 9월 처음 선보인 와디즈 스토어는 출시 1년 만에 거래액 기준 333%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와디즈는 앞서 진행된 펀딩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만족도를 얻은 제품만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판로 개척이 필요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펀딩에 참여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이커머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주문 즉시 받아볼 수 있는 상품의 라인업이 충분한 만큼 굳이 결제 후 길게는 2~3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펀딩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우수한 아이템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의 초기 사업 자금 마련의 발판으로 기능했던 크라우드펀딩은 갈수록 일반 쇼핑몰과 그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는 패션과 식품은 주문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수령해서 즉시 착용 또는 섭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집한 금액으로 상품을 제작하는 크라우드펀딩의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결국 크라우드펀딩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품목들이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