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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대한변협 분쟁 종지부, 로톡 '건강한 혁신'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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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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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8년간 이어져 온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과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사이의 갈등이 마침표를 찍었다. 26일 법무부는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을 징계한 대한변협의 처분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결했으며, 이에 따라 법률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처분이 취소됐다.

기나긴 갈등이 끝을 맺었지만, 법률 플랫폼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시장 일각에서 여전히 플랫폼 과잉 경쟁 및 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권익을 해치지 않는 '건강한 혁신'을 위해서는 차후 대한변협과 로톡 사이 추가적인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의 '로톡 때리기'

그간 대한변협은 리걸테크 플랫폼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홍보비를 많이 지출할수록 사건 수임에 유리해지는 이들 플랫폼 구조가 법률 시장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한변협은 2021년 5월 법률서비스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 홍보를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켰고, 리걸테크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됐다.

이후 대한변협은 로톡에 집중 사격을 가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440명에게 탈퇴를 요청하고,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 대해 견책부터 과태료 1,500만원까지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한변협 징계에 불복한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냈고,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에서 대한변협의 징계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열린 징계위에서는 별다른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당시 로톡 운영 업체인 로앤컴퍼니의 엄보운 이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네 차례 이상 고발을 당했지만 어떤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플랫폼 사업의 정당함을 호소했다. 법률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고, 누구나 변호사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반면 정재기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로톡을 법조 시장을 장악한 ‘주식회사 사무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변호사의 공적 지위를 벗겨 상인처럼 자유로운 활동을 허가해 줄 것인지,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활성화해 법조 시장과 국민의 선택권을 그 사기업에 완전히 종속시켜도 될 것인지, 광고비가 추가돼 수임료가 대폭 인상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독점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혐의 없다" 로톡 손 들어준 법무부

팽팽하게 이어져 온 양측의 갈등은 이번 법무부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법무부는 26일 징계위를 열고 변호사 123명이 제기한 징계 이의신청과 관련해 120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을, 로톡의 '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3명에게는 불문경고 결정을 내렸다. 불문경고는 경고를 하되, 공식적인 징계는 내리지 않는 조치다.

징계위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지 않음에도 불구, 변호사와 이해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광고를 진행한 것은 규정 위배라고 봤다. 형량 예측 서비스 역시 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에 해당해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단 대한변협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 상당수가 광고 규정에 대한 헌재 심의 도중 로톡을 이용했다는 점 등을 참작,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가 로톡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변호사들은 징계 부담 없이 법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리걸테크 업계는 이번 판결이 시장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변협 징계 조치 이후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로앤컴퍼니(로톡 운영사) 역시 몰락의 위기를 한 차례 넘겼다.

로앤컴퍼니는 차후 적극적으로 대한변협과의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변호사들과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변호사 단체와도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한변협이 대화에 나설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로톡

과잉 경쟁·독점 우려 해결해야

스타트업계는 법무부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로톡과 대한변협의 갈등이 과거 택시 단체의 반대에 가로막혀 혁신에 실패한 '타다' 사태와 명백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무부가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플랫폼 사업이 법조계의 기존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플랫폼 서비스가 법조 시장의 주류로 등극할 경우 과잉 경쟁 및 독점에 따른 '전문직 종속'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흔히 발견되는 허위·과장 마케팅이 법조 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변호사가 과장된 마케팅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입하게 되고, 법률 전문가들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극단적인 의견만을 내세우다 보면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리걸테크 플랫폼 이용이 허용된 현시점에 관건은 플랫폼과 전문 직역 단체 사이 합의에 있다. 민간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확보하되, 전문 직역 단체의 의견 수용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등 '타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로톡이 대한변협과의 대화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법조 시장은 과연 부작용 없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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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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